[575호 2026년 2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CES 2026 서울대 글로벌 네트워크 현장에 그가 있었다
글로벌 무대서 활동하는 동문 70명 모아 네트워크 행사 주관 “매년 CES에 맞춰 열어 미주동창회 네트워크 허브될 것”, UCLA 등서 교수로 있으며 복합 재료 분야 연구 매진
CES 2026 서울대 글로벌 네트워크 현장에 그가 있었다
한홍택 (기계60) UCLA 명예교수, 미주동창회 장학위원장

한홍택(사진 왼쪽)·백훈 동문 부부
글로벌 무대서 활동하는 동문 70명 모아 네트워크 행사 주관
“매년 CES에 맞춰 열어 미주동창회 네트워크 허브될 것”
UCLA 등서 교수로 있으며 복합 재료 분야 연구 매진
“성과 하루 아침에 나오지 않아, 믿고 기다려주는 문화 정착되길”
지난 1월, 전 세계 혁신의 심장부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은 단순히 기술의 향연에 그치지 않았다. 그 뜨거운 현장 한편에서 서울대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 또 다른 혁신이 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한홍택(기계 60) UCLA 명예교수가 주도한 ‘서울대 글로벌 네트워크’ 행사다.
한홍택 동문은 서울대 미주동창회 장학위원장이자 IT 고문으로서, 이번 CES 2026 기간 중 70여 명의 서울대 동문을 한자리에 모으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미주동창회 차원에서 매년 CES 기간에 맞추어 정례화할 계획인 이 행사는, 서울대라는 울타리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동문들을 하나로 잇는 거대한 ‘네트워크 허브’의 신호탄이 됐다.
그는 학문적으로도 굵직한 족적을 남긴 세계적인 석학이다. 복합재료 분야의 선구자로서 호암상 공학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 모교에 100만 달러(한백장학기금)를 쾌척하며 후학 양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은퇴 후에도 식지 않는 열정으로 모교와 동문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한홍택 동문을 이메일로 만났다.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 CES 2026 현장에서 70여 명의 동문이 모인 특별한 행사를 주최하셨습니다. 기획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리 미주동창회는 2022년부터 ‘Entrepreneurship Network’를 구축해 동문 창업가들을 지원해 왔습니다. 줌(Zoom) 미팅이나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도 의미 있었지만, 늘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피부에 와닿게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 이번 CES는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곳인 만큼, 국경을 넘어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글로벌 네트워킹을 실현할 최적의 기회라 판단했습니다.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김종섭 총동창회장님의 장소 후원, 황효숙 미주동창회장님의 지원, 양경호 박사님의 리더십 덕분에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현장의 에너지는 실로 대단했습니다. 특히 제 마음을 뭉클하게 했던 건 재학생 후배들의 환한 미소였습니다. 행사가 열린 ‘더 라스베이거스 컨트리클럽’은 김종섭 총동창회장님이 운영하시는 곳이라 더욱 뜻깊었습니다. 후배들이 ‘선배님, 타지에서 동문 선배님의 공간에 오니 마치 집에 온 것처럼 마음이 푸근하고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저 역시 똑같은 감동이 밀려오더군요. 낯선 땅 라스베이거스에서 선후배가 ‘서울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 되어 뿜어내던 그 밝고 당당한 에너지는, 우리 모교와 모국의 밝은 앞날을 예고하는 듯했습니다.”
-이번 모임을 정례화하고 ‘서울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히셨습니다.
“올해 미주동창회 장학 프로그램은 모교 국제하계강좌와 연계해 10명의 장학생을 지원하며 첫발을 뗍니다. 앞으로는 비한국계 학생들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넓혀 지원 규모를 키울 생각입니다. 여기에 IT 기술을 접목해 전 세계 어디서든 연결되는 명실상부한 ‘SNU Global Network’ 웹사이트와 통신망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 개인적인 소망은 미주 지역에 ‘SNU Global Innovation Hub(가칭)’를 세워 모교의 세계화 전략을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이번 CES 행사가 작은 눈덩이였다면, 이제는 이 눈덩이를 굴려 누구나 부러워할 멋진 눈사람을 만들어야죠. 국경을 초월한 창의적 협업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을 길러내는 모태가 되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뜁니다.”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우선 ‘꿈의 크기를 세계로 넓히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간절히 꿈꾸고 노력한다면, 설령 완벽히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이 여러분을 이미 목표 근처까지 데려다 놓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디서든 ‘나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신념을 가지세요. 이 마음가짐으로 실력을 증명한다면 세상은 반드시 여러분의 가치를 알아줄 것입니다.”
한홍택 교수의 삶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다. 1964년 기계공학과 졸업 후 ROTC 장교로 복무를 마치고 1966년 단돈 100달러를 쥐고 떠난 미국 유학길. 당시 한국은 가난했고, 유학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유학 시절과 세계적 석학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1966년 도미 당시 모국은 참으로 고단했습니다. 하지만 서울대에서 받은 탄탄한 교육은 낯선 땅에서 버틸 수 있는 단단한 반석이었습니다. 1971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당시 미국의 우주 방위 산업 침체로 취업난이 극심했습니다. 박사들이 택시 운전을 한다는 기사가 날 정도였으니까요. 저 역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캐나다에서 임시직을 전전하던 때가 인생 최대의 고비였습니다. 하지만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오하이오주 미 공군 재료연구소에서 스티븐 차이 박사님을 만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복합재료 연구의 중심지에서 본격적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고, 그것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이후 복합재료 분야 최고 권위지인 ‘Journal of Composite Materials’ 편집장과 미국복합재료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이 분야의 선구자가 됐다. 그가 평생 천착해 온 복합재료 기술은 현재 우주, 항공을 넘어 테슬라 전기차의 고속 모터 등 일상 곳곳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
-모교에 100만 달러라는 거액을 기부하며 ‘한백장학기금’을 조성하셨습니다. 평생 교육자로 살아오시며 이렇게 큰 금액을 쾌척하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어린 시절 등록금 문제로 마음 졸이시던 부모님의 뒷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때를 떠올리며 형편이 어려운 후배들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또한, 은퇴 후 시작한 주식 투자가 큰 힘이 됐습니다. 현직에 있을 땐 투자에 문외한이었지만, 은퇴 후 공학자의 시각으로 테슬라(TSLA)의 성장 가능성을 분석해 투자했고 운 좋게 큰 결실을 보았습니다. 덕분에 제가 하고 싶은 나눔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는 부인 백훈(응용미술61·사진 오른쪽) 여사와 함께 만든 ‘한백장학기금’을 통해 “개천에서 더 많은 용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과학계에 대한 애정 어린 제언과 함께 서울대인으로서의 자세도 강조했다. 과거 KIST 원장 시절, 한국의 연구 풍토와 관행의 차이로 겪었던 아쉬움을 토로하며 “연구 성과는 하루아침에 나타나지 않기에, 한국 과학계가 조금 더 긴 호흡으로 혁신을 믿고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때때로 ‘대학 시절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고 합니다. 그만큼 IT와 AI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여전히 설레기 때문이지요 .”
-앞으로의 계획과 소망이 궁금합니다.
“올해 소망은 모교가 미국 내에 확실한 거점을 확보하고, 미주동창회가 동문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든든한 커뮤니티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를 돕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필요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산책을 즐기고 AI를 공부하며 제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서울대인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흔히 한국을 넘어 세계의 엘리트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의 행동 또한 그 이름에 걸맞은 품격을 갖추고 있는지 늘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 김남주 기자
한 동문은
1942년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나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모교에서 기계공학과를 전공한 후 도미(渡美)해 1971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Penn State Univ.)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워싱턴대(Washington Univ. in St. Louis)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를 거쳐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평생을 복합재료 분야 연구에 매진해 온 세계적인 석학이다.
미국 공군과학연구소(AFOSR) 프로그램 매니저, 국제 저널 ‘Journal of Composite Materials’ 편집장, 미국복합재료학회(ASC) 회장 등을 역임하며 글로벌 학계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9년 호암상(공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재미한인과학자협회(KSEA) 회장과 제21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을 지내며 고국의 과학기술 발전에도 기여했다. 현재는 UCLA 명예교수이자 서울대 미주동창회 장학위원장 및 IT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 라스베가스CC에서 열린 서울대 글로벌 네트워크를 함께한 동문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