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4호 2026년 1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환단고기와 ‘대아시아 구상’
역사적 가치보다 여론끌기 측면, 젊은세대에 북방에 대한 관심 줘
환단고기와 ‘대아시아 구상’

강명일(사법90)
MBC 심의위원
본지 논설위원
역사적 가치보다 여론끌기 측면
젊은세대에 북방에 대한 관심 줘
이재명 대통령이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닌가”라고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추궁하듯이 물어 환단고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동북아역사재단은 고대역사 연구를 안 합니까”, “증거가 없는 것은 역사가 아닌가?”라며 ‘환단고기’ 연구를 촉구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기원전 7200년 무렵 환인이 환국을 세웠고, 기원전 3898년에는 환웅이 배달국을 세웠으며, 기원전 2333년에는 단군왕검이 단군조선을 건국했다. 학계에서는 몇몇 근대적 용어의 사용, 천문학적 기록이나 근세 발견된 유적, 유물에 모순되는 기록 등을 이유로 들며 ‘환단고기’를 ‘위서’라고 규정한다. 필자도 ‘환단고기’ 논쟁이 역사적 가치보다는 신화나 사회적 여론 환기의 측면이 강하다고 보는 편이다.
특히 신화도 시간이 지나 고고학자의 유물 탐사나 학술적 고증을 통해 일부가 역사적 사실로 밝혀지는 사례들이 있다. 트로이 전쟁을 다룬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는 신화로 인식되어 왔지만 1870년대 독일의 학자 슐리이만 등의 발굴 노력으로 트로이의 존재가 확인됐다. 그리스 크레타섬의 크노소스 궁전은 미노스 왕이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지었다는 미궁으로 유명한 곳인데 1900년 영국 고고학자 A.에번스가 발굴하면서 미로 같은 궁궐 구조가 확인되었다. 결국 수천 년간 구전으로만 내려오던 이야기들이 고고학자들의 일생을 건 노력에 의해 그 문명의 존재가 일부분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환단고기’가 오늘날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는 ‘북방개척’과 ‘대아시아’, ‘북극 항로시대’가 아닐까 한다. ‘환단고기’를 신빙성 있게 해석하는 사람들은 과거 흉노, 스키타이로 대변되는 기마민족의 청동기 문명인들이 만주와 한반도로 이동해 나라를 세웠다고 주장하고, 이들의 언어가 이른바 우랄-알타이어계라는 측면을 강조한다. 신라와 가야 유적에서 발견되는 기마민족의 동복과 토우, 등자의 사용 등을 예로 드는 학자들도 있다.
때마침 트럼프는 G7이 이끄는 세계가 아니라 C5가 이끄는 세계를 주창하고 나서 서방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종전과 함께 러시아의 금융제재가 풀리면 러, 중, 인도, 일본,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서방금융권력의 중심인 유럽과 영국이 여기서 빠져 있다.
급변하는 동아시아 권력 재편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환단고기’를 언급한 것은 확대해석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간과하면 안 될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기마민족 문명권 나라들과 민족 간의 평화적 교류 즉 형제 나라의 정신 아래 북방국가들과의 교역을 확대하려는 구상이다. 그러면서 만주벌판을 호령하던 고구려와 발해의 기상을 표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섣부르다, 앞서가는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반론이 강하다.
한·미·일 3국이 북·중·러 3국과 대립하고 있는 현실을 비추어볼 때 시기상조이며 위서인 ‘환단고기’에 필요 이상의 정치적 함의를 부여하면 안 된다는 비판과 미·영·일 3국의 금융패권은 여전하며 한국은 앞에 나설 것이 아니라 북방, 대북외교에 있어서 미국에게 주도권을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아젠다 세팅에 탁월하다. 특히 ‘환단고기’ 논쟁은 젊은 세대들에게 북방교역의 꿈을 불어넣어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래저래 논쟁거리가 된다. 전 세계가 폭풍전야 같은 정치·경제적 격변기에 들어간 요즘, 때아닌 ‘환단고기’ 논쟁이 왜 대내외 정치외교에 있어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는지 찬찬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