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4호 2026년 1월] 문화 신간안내
“모든 것은 그 외의 모든 것과 연결돼 있습니다”
“모든 것은 그 외의 모든 것과 연결돼 있습니다”

나의 스웜프 씽
안창우(산림자원88) 조지메이슨대 교수
지오북
습지는 물과 땅, 생명과 사유가 만나는 가장 역동적인 경계다. 신간 ‘나의 스웜프 씽’은 이 경계 위에서 학문적 여정을 이어온 습지생태학자 안창우 미 조지메이슨대 환경과학 및 정책학과 교수의 연구와 삶을 담아낸 기록이다. 서울대 산림자원학과와 환경대학원에서 생태학의 길에 접어든 뒤, 미국 유학을 거쳐 세계적 습지 연구자로 자리 잡은 그는 지난 30년간 물과 흙의 시간, 생태계의 리듬, 그리고 자연이 품은 회복력의 의미를 탐색해 왔다.
책의 제목 ‘스웜프 씽(Swamp Thing)’은 미국 대중문화의 괴물 캐릭터에서 비롯되지만, 저자는 이를 자연과 인간 존재의 경계를 탐구하는 생태적 상징으로 재해석한다. 대학원 시절 미꾸라지의 유충 섭식이라는 우연한 관찰에서 연구의 길이 열렸듯, 그는 생태학적 발견이 늘 ‘경계의 순간’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미국 박사과정에서 이뤄진 습지토양, 수문·수리학, 생지화학적 순환 연구는 습지가 혼란의 공간이 아니라 회복과 순환의 장소임을 보여준다.
안 동문은 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지구 면적의 6%에 불과한 습지는 전체 토양탄소의 25% 이상을 저장하는 핵심 탄소 저장고이며, 미생물 대사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생지화학의 ‘핫스팟’이다. 세계적 습지학자 윌리엄 미치가 분류한 40여 종의 다양한 습지 유형, 목본식물이 많은 스웜프와 초본식물이 주가 되는 마쉬의 구분 등은, 하나의 용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습지의 복잡성과 현장성을 드러낸다. 특히 이탄습지는 지구 육지의 3%만 차지하면서 탄소의 30%를 저장하는 중요한 완충 생태계로, 기후위기 시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책은 생태적 현상과 법·정책의 현실 사이의 간극도 지적한다. 미국에서는 1980~90년대 습지 복원과 총량제, 습지은행 제도가 정착했지만, 2023년 연방대법원의 Sackett v. EPA 판결은 하천과 직접 연결되지 않은 ‘고립습지’를 보호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안 동문은 지하수와 생물 이동 경로를 통해 실제로는 다양한 생태계와 연결돼 있는 이들 습지가 법적 정의의 빈틈 속에서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모든 것은 그 외의 모든 것과 연결돼 있다”는 생태학의 기본 원리를 다시 상기시키는 사례다.
그의 연구와 교육은 실험과 현장 중심 접근에서 두드러진다. 자연의 리듬을 관찰하기 위한 메조코즘 연구, 토양 속 기억을 읽어내는 ‘더트프로젝트’, 과거 습지였던 토양에 남아 있는 ‘종자은행’의 부활 사례는 생태계 복원의 원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한 뉴욕과 워싱턴 D.C.에서 접한 생태예술은 그의 연구를 예술적 감수성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는 2017년 미국국립과학재단 지원으로 생태학·생태공학·생태예술을 연결하는 국제심포지엄을 주도하며 학제적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가 몇 년 전 개설한 학부강의 ‘세계 습지의 자연과 문화’는 자연과학 과목으로는 드물게 조지메이슨대의 핵심과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우수강의상 및 훌륭한 멘토상을 두 번 수상했다. 인천 송도의 조지메이슨대 분교에서도 가르치고 있다. 안 동문은 “기회가 된다면 우포늪 등 한국의 람사르습지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싶다”고 했다. 김남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