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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호 2026년 1월] 문화 동아리탐방

“영화 한편 찍으면 10학점 이수한 것 같아요”

46년 역사, 국내 첫 영화동아리,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 등장 
“영화 한편 찍으면 10학점 이수한 것 같아요”
 
동아리 탐방
영화연구회 ‘얄라셩’

영화 제작 실습 프로그램 ‘씬카피’ 진행 모습. 
 
46년 역사, 국내 첫 영화동아리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 등장 

지난해 안방을 울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서울대 입학식 장면. 주인공 양금명의 손에는 동아리 전단지가 들려 있다. “촬영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 친근한 분위기. 신입생 모두 환영합니다.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308호.”

실제 1979년 4월 결성된 얄라셩의 역사를 드라마가 반영했다. 국내 최초의 대학 영화동아리 얄라셩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박광수(조소76) 감독, ‘장미빛 인생’ 김홍준(인류75) 감독, ‘넘버3’의 송능한(불어교육79) 감독, 유운성(본명 김기현·물리교육92) 영화평론가, 정미(불문88)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등 한국 영화계를 이끈 인물들을 배출해 왔다.

46년을 이어온 동아리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회장을 맡고 있는 백지원(간호21), 제작팀 김주석(인문24), 홍보장 이지함(국문20) 씨를 직접 만나 얄라셩의 현재를 들었다.

“저희는 스스로를 ‘영화연구회’라고 불러요. 감상과 제작을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매해 회원은 2~300명 수준이고, 이번 학기에는 약 250명이 활동 중이에요.” 백지원 회장은 운영진이 학기마다 20~30명 규모로 선출된다고 설명했다. 정기 상영회는 주 2회 열린다. 제작 활동은 시나리오 공모로 시작해 학기당 2~3편, 많을 경우 4편까지 단편영화를 완성한다. 완성된 작품은 동아리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다.

상영 공간은 학생회관 308호 동아리방이다. 이지함 씨는 “한 번 상영할 때 최대 14명 정도 들어간다”며 “신청자가 많으면 선착순으로 받는다”고 했다. 여건은 제한적이지만, 활동의 출발점이 되는 공간이다.

‘국내 최초 대학 영화동아리’라는 이름은 현장에서도 종종 언급된다. 김주석 씨는 “외부 촬영 현장에서 ‘얄라셩’이라고 하면 알아보는 분들이 꽤 있다”며 “연세대나 고려대 동아리와 함께 활동할 때도 ‘얄라셩은 알지’라는 반응을 듣는다”고 말했다.

동아리방 한편에는 ‘이빨노트’라 불리는 방명록이 있다. 백 회장은 “하루 세 번 양치하듯 자주 드나들며 안부를 남기자는 의미로 붙은 이름”이라며 “1990년대 기록까지 남아 있어 선배들의 고민과 담소를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등장한 얄라셩 신입생 모집 전단지.(넷플릭스 제공)


영화 제작은 얄라셩 활동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김주석 씨는 “감독을 맡으면 체감상 영화 한 편이 ‘10학점’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준비부터 촬영, 후반 작업까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되지만, “한 번 촬영장에 들어가 보면 영화 제작이 어떤 일인지 몸으로 알게 된다”고 말한다. 특별한 상영 경험도 이어진다. 이지함 씨는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얄라셩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이름으로 초기 작품과 최근 작품을 묶어 6편을 상영했다”며 “롯데시네마 남포동에서 선배와 시민이 함께 관람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매년 전주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 MT 역시 감상과 제작을 잇는 중요한 과정으로 자리 잡았다.

제작비 부담은 여전히 크다. 백 회장은 “동아리 차원의 지원금은 작품당 60만원 정도”라며 “실제 제작비는 그보다 훨씬 커서 추가 비용은 감독이 부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주석 씨는 “작품당 제작비는 300만원 선에서 시작해, 규모가 커지면 3000만원까지도 간다”며 “배우 캐스팅비와 장비 렌탈비 비중이 크다”고 덧붙였다.

얄라셩 활동은 각자의 대학생활에도 다른 의미로 남는다. 김주석 씨는 “첫 촬영을 통해 감독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보였다”며 “영화 이야기로 밤새 토론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점이 컸다”고 말했다. 이지함 씨는 “늦게 들어왔지만 얄라셩은 마음 둘 곳이 됐고, 영화 진로를 고민하는 출발점이 됐다”고 했다. 백 회장은 “조직을 운영하며 사람들과 협력하는 법을 배웠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과거와 비교하면 활동의 결은 달라졌다. 김주석 씨는 “예전에는 ‘영화로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먼저였다면, 지금은 ‘영화를 찍고 싶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이지함 씨는 “다만 함께 찍으면서 생기는 친밀함은 지금도 동아리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제작과 상영을 병행하다 보니 공간에 대한 고민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김주석 씨는 “상영뿐 아니라 회의와 준비, 장비 테스트까지 할 수 있는 베이스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선배들이 쌓아온 흐름 위에서 다음 장면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모교에 영화학을 전공하는 학부는 없다. 그럼에도 영화를 만들고자하는 움직임은 이어진다. 선배와 후배의 시간이 겹쳐지는 자리에서 얄라셩의 필름은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 송해수 기자
 
▷얄라셩 영화감상 채널 바로가기 
www.youtube.com/@snu9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