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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호 2026년 1월] 인터뷰 단과대학장 인터뷰

“‘최초 질문’을 던지는 연구, 가능한 구조 만들고 싶다”

세계 30위권 대학에 자리매김, 공간·교육·연구 동시에 손봐
단과대학장 릴레이 인터뷰⑤
유재준 (물리80) 자연과학대학장

“‘최초 질문’을 던지는 연구, 가능한 구조 만들고 싶다”



세계 30위권 대학에 자리매김
공간·교육·연구 동시에 손봐

자연과학대학은 서울대 종합화와 함께 지난해 50주년을 맞았다. 세계 30위권 연구대학으로 성장한 자연대는 이제 다음 반세기를 준비하고 있다. 2022년 학장에 취임한 유재준 학장은 취임 이후 시설·교육·연구 구조를 동시에 손보며 ‘다음 단계’를 위한 기반을 다져왔다. 지난 12월 29일, 자연대 학장실에서 그 변화의 방향을 들었다.

- 학장 취임 이후 가장 먼저 마주한 과제는 무엇이었습니까.
“가장 시급했던 것은 연구실 안전이었습니다. 500동 흄후드(유해가스 제거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고, 이는 연구 효율 이전에 안전의 문제였습니다. 처음에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문제의 핵심부터 다시 점검했습니다. 실제로 무엇이 고장인지, 꼭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하나씩 확인한 결과 약 15억원 규모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시설 문제도 결국 판단과 구조의 문제라는 걸 느꼈습니다.”

- 자연대 운영 전반에서 구조적으로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요.
“공간과 자원의 불균형입니다. 전통적으로 큰 학부는 연구 공간이 비교적 넉넉하지만, 소규모·신생 학과는 구조적으로 열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간을 새로 확보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학부 간 자원을 조정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운영비를 중심으로 여력이 있는 학부가 부족한 학과를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제가 계속 강조한 건 ‘배려와 신뢰’였습니다. 신뢰가 없으면 어떤 조정도 지속될 수 없습니다.”

-교육 측면에서는 어떤 변화에 주력하셨습니까.
“AI와 데이터 과학은 이미 자연과학 전 분야의 연구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대 공통의 컴퓨팅 교과목을 만들고, 전공별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심화 교과목 개발을 추진했습니다. 또 학부생 연구 인턴십 규모를 크게 늘렸습니다. 학부에서 연구를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대학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학·석사 연계와 기초 교과목 면제 제도도 그 연장선에 있나요.
“그렇습니다. 학·석사 연계 과정은 규정만 있고 활용이 많지 않았는데, 이를 다시 정비해 실제 참여 학생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또 2026학년도부터는 기초 수학·물리·화학·생명 과목 면제 제도를 도입합니다. 과학고·영재고 등에서 충분한 준비가 된 학생들에게는 전공 학습을 앞당길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입니다. 그렇게 확보된 시간은 결국 연구 경험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산업 중심의 연구 투자 기조 속에서 자연대가 강조하는 기초과학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산업에 바로 적용되는 목적 기초 연구에 집중해 온 것은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의 과도기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빠른 성과가 필요했던 시기에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이제는 훨씬 넓은 범위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기술의 이노베이션은 당장 쓰이는 연구에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기초과학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력을 키우는 학문입니다. 기초 토양이 넓고 단단하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도 다시 바닥부터 오르지 않아도 됩니다. 자연과학은 하나의 사다리를 세우는 학문이 아니라, 여러 개의 튼튼한 사다리를 준비하는 학문입니다.”

-자연대 50주년을 맞아 ‘경계를 넘는 연구’를 강조하셨습니다.
“억지로 만든 구호는 아닙니다. 현재 자연대 신임 교수의 절반 이상이 AI나 데이터 과학을 연구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학문은 이미 자연스럽게 경계를 넘고 있습니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AI in Science’를 핵심 주제로 데이터과학혁신연구소를 설립했고, 자연대 전 학과는 물론 타 단과대학 교수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연대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연구의 양적 성과를 넘어, 이제는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다른 대학이 따라오게 만드는 연구, 최초의 질문을 던지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전공에 묶이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연구소와 장기적·고위험 연구를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넥스트50 서포터즈 기금’ 역시 그런 방향에서 출발했습니다. 자연과학은 단기간의 성과를 앞세우는 학문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토대를 만드는 학문입니다. 자연대는 지금 그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재준 학장은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고온초전도 물질의 전자구조 이론을 주제로 고체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양자역학적 이론 모델과 컴퓨터 계산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물질에서 발현되는 전자기적 성질의 원리를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송해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