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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호 2026년 1월] 뉴스 기획

붉은 말 기운 모아 모교 80주년 응원합니다

붉은 말 기운 모아 모교 80주년 응원합니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말의 해’가 밝았다. 말은 예로부터 부지런함과 끈기,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상징해 왔다. 거친 길에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필요할 때는 가장 앞에서 길을 열어온 존재다. 말은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감당하며, 공동체의 이동과 성장을 이끌어온 동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말띠는 성실함과 책임감,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길을 만들어가는 기질을 지녔다고 여겨진다.
개교 80주년을 맞아 모교는 병오년의 활기찬 기운 속에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이어온 말띠 동문들은 지금의 자리에서 축적해 온 경험과 열정을 바탕으로, 개인의 삶과 사회, 그리고 모교의 미래를 향한 바람을 전했다.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말띠 동문들의 힘찬 새해 메시지를 전한다.정리=송해수·이정윤 기자


“품위를 지키며 시대의 변화를 건너갑시다”

1930년생 _ 임종염(기계50) 전 금성통신(LG그룹) 대표이사
경남 충무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한 뒤, 평생 산업 현장에서 기업 경영과 인재 양성에 힘써왔습니다. 새해에는 남은 삶의 시간 속에서 육체의 기능이 정신의 역할을 따라가도록 스스로를 다스리며, 단순한 장수가 아닌 건강한 마무리를 통해 인생의 품격을 지켜가고 싶습니다. 우리가 맞이한 21세기가 과거의 전쟁과 대립을 넘어, 기술과 지혜를 바탕으로 지능과 선의가 경쟁하는 시대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경쟁이 불가피하다면 그 방향은 파괴가 아닌 공존이어야 할 것입니다. 서울대라는 이름은 사회에서 권위나 특권의 표지가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중을 얻는 상징이어야 합니다. 모교 역시 학문 간 경계를 넘는 융합적 사고를 기르는 교육을 통해,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서울대다운 품위를 지켜가길 기대합니다.


“음악적 이미지를 화폭에 옮겨보고 싶어요”

1942년생 _ 손문자(응용미술62) 서양화가
광고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이후에는 회화 작업에 전념하며 서양화 작가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예술에는 정년이 없다는 말처럼, 지금도 현역으로 작업을 이어갈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습니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넉넉한 작업실에서 임윤찬의 연주로 들은 리스트의 ‘초절기교연습곡’과 같은 음악적 이미지를 화폭에 옮겨보고 싶습니다. 소리로 느낀 감동을 색과 선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시간을 더 깊이 살아가고자 합니다. 사회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 위에서 한반도가 통일되어 북한 동포들과 함께 살아가는 날을 바랍니다. 탈북민들의 고통과 상처는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몫이라 생각합니다. 예술 역시 그 아픔을 외면하지 않아야 합니다. 서울대가 정체성을 지키는 대학으로 남길 바라며,동문 여러분 모두에게 복된 2026년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지혜와 의미 찾는 태도 중요”

1954년생 _ 김영택(약학74) 포항 수퍼약국 약국장
졸업 후 군 복무를 마치고, 포항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살아왔습니다. 새해를 맞아 일흔의 시간을 돌아보며, 웃음과 번민의 밤을 얼마나 건너왔는지 헤아리게 됩니다. 인생의 계절로 보면 저무는 노을에 가까운 시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새해에 품는 소망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여력을 지닌 삶입니다. 노년에 이르면 경제와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지만, 체력보다 마음과 사리를 분별하는 힘은 더욱 깊어진다고 믿습니다. 전도서의 말씀처럼 삶은 순환 속에 있고, 반복되는 세상 속에서 지혜와 의미를 찾는 태도가 중요해집니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선택이 희망을 붙듭니다. 이제는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길이 되어, 그 품성으로 주변을 밝히는 작은 등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모교가 진리를 향한 길 위에서 이공계 인재 양성과 인문학 교육을 함께 이끌길 바랍니다.


“공정과 책임의 자리에 끝까지 서겠습니다”

1966년생 _ 유상범(사법84) 국회의원
저는 법률가의 길을 걸어왔고, 현재 국회의원으로 공직에 몸담고 있습니다. 2026년 병오년 새해를 맞으며, 개인적으로는 가족의 건강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동시에 맡은 지역구의 삶 가까이에서 주민들의 시름을 덜어줄 수 있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합니다.
새해에는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공정하고,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소망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동문 여러분께서도 어려운 시기일수록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제도와 정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더 정확히 담아낼 수 있도록,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모교 서울대학교가 지성과 양심의 등불로서 시대가 요구하는 책임 있는 리더를 계속 길러내길 기대합니다. 


“법과 정의, 공익 가치 선도하는 교육의 중심으로”

1966년생 _ 박윤해(공법84) 법무법인 백송 대표변호사
새해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소임을 다하며, 사회를 지탱하는 법과 정의의 가치가 일상 속에서 더욱 굳건해지기를 바랍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재직하며 중앙지검과 각 지역 검찰청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검사장으로 근무한 뒤 검찰을 떠나 현재는 법무법인 백송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법률가로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공정과 책임의 가치를 사회 속에서 실천해 나가고자 합니다. 서울대학교가 법과 정의, 공공의 가치를 선도하는 교육과 연구의 중심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사명을 더욱 충실히 수행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동문 간의 교류와 연대가 한층 공고해져, 서울대 공동체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든든한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돌봄의 가치가 더욱 깊이 성찰되는 한해 됐으면”

1978년생 _ 윤주영(간호97)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
서로의 나이를 묻는 일이 적어지며, 내가 무슨 띠인지, 올해가 어떤 띠의 해인지를 생각하는 일도 드물어졌습니다. 그런 가운데 말띠 동문으로서 적토마의 해인 2026년에 동문들께 신년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합니다.
새해에는 사회 전반에서 ‘돌봄’의 가치가 더욱 깊이 성찰되기를 소망합니다. 돌봄은 취약한 누군가를 위한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과 사회를 위한 기본적인 사회적 약속이라 생각합니다. 인간의 삶을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보는 간호학의 관점에서, 돌봄은 나 자신을 돌봄에서 출발해 타인의 삶을 살피고, 나아가 공동체의 안녕을 함께 책임지는 실천으로 확장돼야 합니다. 이러한 돌봄의 가치가 연대와 포용의 언어로 일상에 스며들기를 소망합니다.


“학과간 벽 허물고 다양한 시도 이루어지길”

1978년생 _ 이정엽(국문97) 순천향대 한국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순천향대학교 한국문화콘텐츠학과에 재직 중인 이정엽입니다. 제 연구 분야는 컴퓨터 게임, 그 중에서도 게임 역사나 미학 부분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국립중앙도서관과 함께 진행 중인 단종 게임 소프트웨어 아카이브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순항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게임은 그 영향력에 비해 연구와 기록이 충분히 축적되지 못했던 분야인 만큼, 이 아카이브가 일정 부분 보완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서울대는 법인 전환 이후 다양한 학문 분야를 학제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흐름이 특정 분야로 한정됐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간학제적 학문들이 서울대학교의 체제 아래에서 기존 학과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연구가 시도되길 기대합니다.
 
“80년 걸어온 길 바탕으로 800년까지 남을 선 그리자”

1990년생 _ 이지애(의학09) 씨젠의료재단 병리과장
저는 현미경 너머로 검체를 보며 진단을 하는 병리 의사입니다. 17세기 영국인 로버트 훅이 쓴 현미경은 30배율이었지만, 400년 뒤의 제 현미경은 400배까지 확대됩니다. 30이 400이 되기까지는 수 백년간 수 많은 학자들의 성취, 그리고 그 뒤에 가려진 무수한 시도와 실패가 있었습니다. 모교가 지난 80년간 걸어온 발자취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내딛은 걸음을 넘어 학문, 어쩌면 인류 문명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입니다. 선배들이 80년간 걸어온 길을 바탕으로 동문 여러분들이 800년, 그리고 더 멀리까지 남을 선을 그릴 수 있길 소망합니다. 저 또한 2026년에는 벽을 마주했을 때 용기를 가지고 벽을 향해 도약했던 학자들처럼 역경이 닥쳐도 낙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강인함을 가질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 가족 보금자리 마련 원년의 해 됐으면”

1990년생 _ 이지현(자유전공09) 외교부 외무사무관
저는 자유전공학부에서 진로를 마음껏 탐색한 뒤 외교학을 전공했습니다.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을 거쳐 외교부에 입부했으며, 프랑스 교환학생 시절 만난 남편과 결혼해 두 아이의 부모가 됐습니다. 그동안 국내외를 오가며 비교적 자유로운 삶을 살아왔지만, 올해는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름쯤 무급휴직 기간이 시작될 예정인데, 둘째 아이의 첫 걸음마와 처음 말하는 순간을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기뻐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국제질서를 지탱해 온 규범들이 흔들리고, AI와 함께할 미래가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안겨주는 혼란의 시대입니다. 개교 80주년을 맞는 우리 모교가 그동안 축적된 지성과 혜안으로 학교 담장을 넘어 사회 곳곳에서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할지 앞길을 밝혀주는 길잡이가 되어주기를 기대합니다. 


“서울대 시간, 가장 치열하게 배우고 성장했던 순간”

2002년생 _ 유가은(기악21) 뉴잉글랜드 음악원 석사과정
서울대학교에서 보낸 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배우고 성장했던 순간들이었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쌓은 배움은 지금의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주었고, 저는 여전히 모교에서 보낸 시간 위에 서 있다고 느낍니다. 현재는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첼로 전공 석사과정에 재학하며 연주자로서의 깊이와 시야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개교 8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에 인사를 전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서울대 동문이라는 이름은  제게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서울대가 쌓아온 80년의 시간이 앞으로의 세대에게도 소중한 자산이 되기를 바라며, 배움과 도전이 끊이지 않는 공간으로 남아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게 든든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새해에는 모든 동문 여러분께 의미 있고 따뜻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