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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호 2025년 12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포퓰리즘 걷어낸 생활정치 

무상시리즈, 현금지원 정치, 스위스 국민투표서 깨달아야 
포퓰리즘 걷어낸 생활정치 

김광덕(정치82)
서울경제 논설고문
본지 논설위원 
 
무상시리즈, 현금지원 정치  
스위스 국민투표서 깨달아야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해외의 최근 선거와 투표에서 배워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생활 정치’를 앞세운 조란 맘다니의 뉴욕시장 당선과 스위스의 ‘포퓰리즘 배격’ 국민투표 결과다. 

34세에 불과한 맘다니의 승리 비결은 뉴욕의 고물가를 겨냥한 ‘생활비 정치(affordability politics)’를 내세워 젊은층의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낸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는 ‘다시 뉴욕시를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의 도시로’란 슬로건을 외치며 공공주택 임대료 동결, 무상버스 도입, 무상교육 확대 등의 공약들을 내놓았다. 그는 뉴욕시의 심각한 재정난을 고려해 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법인세 인상과 부유세 신설 등을 제시했다. 그의 ‘생활비 정치’ 공약에 대해선 “문제 제기는 아주 좋았지만 실질적 해법이냐에 대해선 깊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자칭 ‘민주사회주의자’인 맘다니의 공약은 실현성이 떨어지는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에서도 생활 정치가 주요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와 청년 실업 문제 등은 갈수록 악화되고 수도권의 집값은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극단적 권력 투쟁에 매달리고 있다.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서 민생과 경제 문제의 구체적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진흙탕 정쟁만 벌이는 정당과 후보들은 퇴출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설익은 인기 영합 정책을 쏟아내서도 안 된다. 무상 복지를 남발하고 돈을 많이 나눠주는 게 진정한 생활 정치는 아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스위스 국민들의 결단이 주목된다. 그들은 지난 11월 말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5000만 스위스프랑(약 914억원) 이상 재산을 소유한 부자들에게 50%의 상속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슈퍼리치 과세안’을 78%의 반대로 부결시켰다. 

법안을 제출한 극좌 정당은 법안 통과시 연 10조원가량의 세수 증가로 부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국민들은 부자들의 해외 이탈로 그보다 더 큰 국부가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위스 국민들은 2016년에도 성인 1인당 매달 300만원씩 ‘기본소득’을 제공하자는 제안을 77%의 반대로 부결시켰다.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여야 후보들은 각종 무상 시리즈, 현금 지원, 지역 개발 등 선심 공약들을 내세워 표심을 잡으려 하고 있다. 감성이 소비를 결정한다는 ‘필코노미(feelconomy)’ 트렌드 시대를 맞아 유권자의 마음을 유혹하려면 경제적 이익 제공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면서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면 포퓰리즘을 걷어낸 생활 정치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