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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호 2025년 12월] 오피니언 동문기고

사람다움, AI시대 더 필요한 덕목

빠른 변화 속 청소년 미래 더 불안 무한경쟁 부작용 해소하고 가정의 인성교육 복원 해야
사람다움, AI시대 더 필요한 덕목
 
이규석(지구과학교육66) 
서울사대동창회장
 
빠른 변화 속 청소년 미래 더 불안
무한경쟁 부작용 해소하고
가정의 인성교육 복원 해야

단군조선 건국이념이었고 지금은 우리나라 교육이념인 ‘홍익인간’은 널리 모든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뜻이 있다. 

배우고 익혀야 할 일이 널리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해야 할 일인 것이다. 교육은 사회생활에 기본이 되고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수인 바른 인성을 갖추게 하는 일을 으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AI시대는 사람다움이 더 필요하고 바른 인성이 더 요구된다. 그런데 바른 인성을 갖자는 말은 더욱 많아져도 세상은 더 험악해져 가는 것이 아닌지 모두 걱정이 태산이다. 그리고 서로 네 탓이라고 한다. 머리를 맞대고 ‘바른 인성’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계획하면 원인 분석과 대처 방안이 잘 제시되고 있으나 실행에서 지체된다. 

바른 인성 저해 요인으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이 무한 경쟁 교육체제인데 일리는 있지만 이 주장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다. 아무리 무한 경쟁이 무섭게 펼쳐진다고 해도 남을 인정하고 자기를 알아 자존감을 지키면 문제될 일이 축소되거나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하는 일이 쉽지 않으므로 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 교육이 바로 인성교육일 터이다. 

그 다음으로 많이 제기되는 바른 인성을 갖지 못하는 이유가 가정의 해체이다. 이것은 정말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 같다. 밥상머리 교육은 아예 기대할 수 없거니와 핵가족 구성원들이 너무 바빠 의사소통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본적인 가정교육도 받지 못한 학생을 학교에 보내놓고 학교에게 가정교육에서 했어야 할 기본 예절교육 등 가정교육의 책임까지 넘겨서 학교는 물론 개별 교사들까지 더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학교는 사회성교육 내지는 예비 사회교육을 주로 하는 곳인데 가정교육까지 맡으라니 어불성설이다. 

세 번째로 바른 인성 저해 원인으로 전쟁을 겪은 세대, 개발 시대를 지난 세대, 물질의 풍요 속에 빈곤을 느끼는 세대 등 세대의 특징이 있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서 SNS 소통, 빠른 변화, 개인주의의 만연 등은 세대 간 내적 갈등도 가져와서 교육적 효과의 능률이나 효율을 낮게 한다. 일련의 사건 사고는 너무 쉽게 학생들을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 오염시키고 세계적인 IT국가로서 빠른 전파 속에 정신적인 혼란을 겪는 청소년이 많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 부족과 사회의 빠른 변화는 청소년들의 미래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세상에서 바른 인성을 갖추고 세상을 살아갈 실력도 갖추도록 정부를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2015년 1월 입법화된 인성교육진흥법과 동 시행령(2015.7)으로 그동안 수차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또한 역대 교육과정에서 인성교육은 늘 강조해왔고 현재의 학교 교육과정도 범교과 학습 주제인 ‘인성교육’을 각 교과에서 자연스럽게 다루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바른 세상, 좋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려면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 현 상황은 법과 교육과정이 무색할 정도로 바른 인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들라고 하면 첫째가 바른 인성을 갖게 하는 교육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둘째도 셋째도 인성교육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 정부 수립 이래 제시된 교육의 설계도인 교육과정을 보아도 가장 중요한 교육의 목적은 바른 사람을 육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민은 배움을 제일로 여겼고 이 배움은 바른 인성 갖추기보다는 지식이었다. 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는 말에 알아야 할 것은 문자와 지식이었다. 교육 공급자 중에도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많았을지 모른다. 원래 문자와 지식 그 자체에도 윤리와 도덕이 있는데 그건 간과됐다. 그런데 오늘날 이쯤에서 보니 황폐한 인성이 엄청난 흉기처럼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 된 것이다.

정부 수립 후 쉬지 않고 인성교육을 했고 학교 교원들은 침이 마르게 사람이 되라고 소리쳐 왔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세월호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고 생각되지만 이제 인성교육진흥법이 만들어지고 시행령이 고시된 지도 10년이 넘었다. 많은 사람이 인성교육이 안됐다고 개탄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동양의 공자님으로부터 서양의 소크라테스까지 인성교육을 위해 평생을 말씀하신 성인이다. 그만큼 인성교육은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바른 인성을 기르도록 하려면 위에서 말한 네 가지를 개선하는 데 많이 노력해야 한다. 즉 첫째는 무한 경쟁의 부작용 해소, 둘째는 가정의 인성교육 복원, 셋째는 사회 적응을 위한 교육, 넷째는 국가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있어야 한다. 

인성교육 연구자, 인성교육 정책 입안자, 바른 인성을 갖게 하려고 힘쓰는 모든 사람이 함께 웃는 학교와 사회가 되도록, 학생 하나하나가 독립적이고 인권이 중요한 시대에 맞는 좋은 인성 방안을 변화에 맞춰가며 계속 찾아서 실천해야 한다. 이일은 시급하니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