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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호 2025년 12월] 문화 공연안내

“브라보 브라보 라몬 바르가스” 

올해 초 성악과 교수 부임 후 서울대 화요음악회 첫 등장
“브라보 브라보 라몬 바르가스” 
 

11월 25일 서울대 음대 콘서트홀에서 열린 화요음악회에는 400여 관중이 홀을 가득 메웠다. 왼쪽부터 김두민 교수, 반주자 고승희, 이날의 주인공 라몬 바르가스 
 
올해 초 성악과 교수 부임 후
서울대 화요음악회 첫 등장

​서울대 음악대학이 매 학기 진행하는 화요음악회는 교내 구성원과 지역 주민에게 수준 높은 음악을 무료로 제공해 온 프로그램이다. 11월 25일 서울대 음대 49동 예술관 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에는 올해 서울대 성악과 교수로 부임한 세계적 테너 라몬 바르가스(Ramon Vargas)가 처음으로 섰다. 부임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학내외의 관심이 컸던 만큼, 그의 첫 화요음악회 출연은 많은 청중이 기다려온 자리였다. 홀을 가득 메운 400여 관객이 그 반증이었다.

멕시코 출신인 라몬 바르가스는 국제 오페라계에서 유명 테너로서 이름을 알려왔다. 

1986년 이탈리아 밀라노 엔리코 카루소 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유럽 무대에 진출했고,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 스튜디오에서 실력을 다졌다. 1992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대역으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 출연한 공연은 그의 경력을 크게 바꿔놓았다. 이듬해 라 스칼라에 데뷔하며 라우라 볼피 상을 받았고, 세계 무대에서는 ‘파바로티의 후계자’, ‘리릭 테너의 정점’으로 불렸다. 1500회가 넘는 주역 공연 경력은 그의 자리를 명확히 보여 준다.

무대에 선 바르가스의 목소리는 과장되지 않은 안정감으로 청중을 이끌었다. 리스트의 ‘페트라르카 소네트’에서는 문학적 정서를 차분하게 풀어냈고, 차이콥스키 ‘예브게니 오네긴’ 중 렌스키의 비가에서는 절제된 감정이 음악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이어진 나폴리 칸초네와 멕시코 노래는 국내 무대에서 자주 접하기 어려운 레퍼토리라 더욱 신선했다. 준비한 노래가 끝난 뒤에도 관객의 반복된 ‘브라보’에 응답하며 몇 곡을 더 선보였는데, 그 모습에서 여전히 공연을 즐기고 있는 음악가의 태도가 느껴졌다.

피아니스트 고승희의 반주는 솔리스트의 호흡을 세심하게 따라가며 전체 무대를 단단히 받쳤고, 첼리스트 김두민 교수의 특별 출연은 프로그램의 질감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었다.

공연 중 진행된 짧은 토크 콘서트도 의미 있었다. 김두민 교수의 진행으로 바르가스는 성악에서 몸을 다루는 기술의 중요성, 성악가로서 첫 계약서를 쓰던 순간의 기억, 경력을 쌓아오며 겪었던 어려움과 이를 버티게 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담담하게 전했다. 성악과 학생들에게는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든 것을 잘할 수 없기에 강점을 계속 개발해 나가야 한다”는 조언을 남겼다. 

서울대 화요음악회가 추구하는 ‘예술문화 확산’이라는 취지를 고려하면, 이번 공연은 그 목적을 충실히 보여준 자리였다. 학내 구성원뿐 아니라 지역 주민도 바르가스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통해 성악이 지닌 여러 결을 경험할 수 있었다. 서울대 교수로 부임한 세계적 성악가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학생 교육과 캠퍼스 문화를 바꿔갈지 기대감을 갖게 한 무대였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