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3호 2025년 1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아이언맨 주인공의 손짓 제어 기술, 우리가 구현합니다
보이지 않는 전기장을 데이터로, 차세대 인터페이스의 핵심 기반
아이언맨 주인공의 손짓 제어 기술, 우리가 구현합니다

임성수 (재료09) 소프티오닉스 대표
보이지 않는 전기장을 데이터로
차세대 인터페이스의 핵심 기반
손으로 화면을 터치하고, 기기를 쥐고 스와이프하며 살아온 시대가 오래 지속됐다. 그러나 기술의 흐름은 때때로 예고 없이 다음 장면을 열어낸다. 그 변화의 조짐을 누구보다 먼저 읽어낸 이가 있다. 정전기 기반 비접촉 센싱 기술을 앞세운 소프티오닉스(Softionics)의 임성수(재료09·사진) 대표다. 그는 최근 관악경제인회 스타트업 포럼에서 그 가능성을 선보였다.
소프티오닉스는 임 대표가 2023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현재 프리시리즈A 단계의 투자유치를 진행중이다. 핵심기술인 표면전하 검출 및 거리 측정 기술을 원천확보했고, 선정윤(재료98) 재료공학부 교수가 CTO를 맡고 있다.
11월 24일 공대 35동의 사무실에서 만난 임 대표는 “연구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지만, 기술이 현실과 맞닿지 못하는 순간들을 보며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고 했다. 그가 가장 주목했던 분야는 ‘컴퓨팅 방식의 변화’였다. 데스크톱 시대의 마우스와 키보드, 모바일 시대를 연 터치스크린을 지나, 이제는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고 정보를 제어하는 방식”이 새로운 흐름이 될것이라 내다봤다. “연구는 너무 먼 미래만 바라본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언젠가 쓰일 기술이 아니라 지금 필요한 기술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엔지니어의 본질이 ‘세상을 움직이는 일’이라면, 그는 그 움직임을 더 가까운 곳에서 실현해 보고 싶었다.
그가 창업 과정에서 선택한 기술은 대학원 시절부터 연구해온 정전기를 기반으로 하는 ‘표면 전하 감지’ 센서였다. 정전기 신호는 사람의 손과 사물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며, 접촉이 없어도 감지가 가능하다. “정전기는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그 신호를 읽어내면 인간과 기계 사이의 새로운 대화 방식이 열릴 수 있어요.”
그는 자신들의 기술을 “보이지 않는 전기장의 신호를 읽어 ‘보이는 세상’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기존에는 카메라·라이다·IR 기반의 시각 정보를 해석하는 방식이었다면, 소프티오닉스는 ‘시각 정보 없이 동작을 추론하는 세계’를 탐색한다. 이 방식은 특정 개인을 촬영하지 않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보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또한 센서를 투명 필름 형태로 구현할 수 있어 가벼울 뿐만 아니라, 자동차·XR 기기·가전·로봇 등 다양한 제품에 쉽게 내장할 수 있다.
“카메라 모듈은 크기를 줄이는 데 물리적 한계가 있지만, 필름 센서는 제품의 표면 자체가 센서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소프티오닉스는 3D 실시간 제스처 트래킹 기술을 구현했고, 정확도를 높이는 단계에 있다. 사용자가 허공에서 별이나 원을 그리면 그 궤적이 화면에 그대로 나타난다. 임 대표는 “정확도가 높아지면 투명성을 배제한 기존의 센서 시장에서는 바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바라보는 미래의 인터페이스는 익숙한 영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언맨이 허공에서 이미지와 데이터를 조작하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이 손짓 하나로 시스템을 제어하던 모습. “인간은 말보다 몸짓이 더 원초적입니다. 기기 없이 몸짓만으로 정보를 다루는 시대는 가장 자연스러운 컴퓨팅 방식이 될 겁니다.”
그의 시선은 그보다 더 먼 곳을 향한다. 여러 센서를 넓은 면적으로 배치하면 로봇이 시각 정보 없이도 주변 사물을 ‘감지하는’ 형태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전기장의 변화를 읽어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은 로봇에게 또 다른 감각을 제공한다. 임 대표의 궁극적 목표는 ‘피지컬 AI’ 시대의 기반 기술을 만드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전기장이 곧 공간의 정보가 되고, 그 정보를 통해 로봇은 사물과 인간을 더 안전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창업의 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초기에는 투명 센서와 회로를 한 번에 구현하는 전략을 세웠지만, 하드웨어 개발 특성상 시간과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었다. 여러 기능을 동시에 만들려다 방향성이 흐려지는 순간도 있었고, 그는 과감히 우선순위를 조정했다. “지금 시장에서 필요한 건 ‘투명성’보다 ‘정확도’였습니다. 그래서 기능 확립에 집중하며 방향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현재 소프티오닉스는 다양한 산업 기업들과 기술 검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를 포함해 여러 기업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임 대표는 자신의 창업 여정에서 대학원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대학원은 결국 A부터 Z까지 직접 해보는 과정입니다. 실험 계획, 장비 구매, 고장 수리, 예산 관리, 발표 준비… 스타트업과 거의 다르지 않아요.” 연구실에서의 시행착오와 반복은 창업 과정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모교 출신 팀원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점도 큰 힘이다. “똑똑한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면 그만큼 시야가 넓어지고, 가능성을 크게 생각하게 됩니다.” 불확실성이 큰 스타트업 환경에서도 비전을 보고 함께 뛰어주는 동료들이 있기에 그는 더욱 확신을 갖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는 후배들에게 “두려움을 덜고 시도해보라”는 말을 전했다. “지금은 아이디어만 있어도 실험할 기회가 많습니다. 창업이든 연구든 직접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문 선배들에게도 한 가지 바람을 전했다. “선배님들이 만들어오신 길 덕분에 저희 후배들이 꿈을 꾸고 도전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브리지 역할을 함께 만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언젠가 창업가로서 그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기술의 미래는 연구실에서 시작되지만, 세상을 바꾸는 힘은 연구가 제품이 되고, 제품이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자리 잡을 때 완성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은 결국 엔지니어의 몫”이라는 그의 말처럼, 공간 컴퓨팅 시대를 준비하는 임성수 대표와 소프티오닉스는 그 전환의 한가운데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정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