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3호 2025년 12월] 인터뷰 단과대학장 인터뷰
“대학 동물병원, 교육 기능 위한 법적 지위부터”
신축 동물병원, 내년 4월 착공 목표, AVMA 재인증 현장실사 마무리, 임상실습 강화, 6년제 통합 검토
“대학 동물병원, 교육 기능 위한 법적 지위부터”


신축 동물병원, 내년 4월 착공 목표
AVMA 재인증 현장실사 마무리
임상실습 강화, 6년제 통합 검토
학장 취임 10개월. 수의대는 공간을 다시 짓고, 제도를 다시 읽고, 교육의 뼈대를 다시 붙들고 있다. 여러 현안이 한 지점에 겹쳐 있는 시기, 누군가는 지도를 그려야 했다. 조제열(수의학85·사진)학장은 취임 직후 3개 TF를 동시에 가동하며 큰 구조부터 손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준비된 학장’이라는 평을 듣는다. 수의대의 향후 10년을 좌우할 결정들이 지금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변화의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대 수의과대학 학장실을 찾았다.
-취임 첫해 가장 큰 과제는 미국수의사회(AVMA) 재인증이셨죠?
“AVMA 교육인증은 전 세계 54개 대학만 통과한 가장 엄격한 인증입니다. 서울대는 2019년 최초 인증을 받은 뒤 이를 유지해 왔고, 올해 11월 실사를 마쳤습니다. 재인증은 내년 3월 확정 후 4월 통고됩니다. 이 인증이 유지돼야 졸업생이 미국 수의사시험(NAVLE)에 계속 응시할 수 있고, 교육·임상 체계가 미수의사회 교육위 기준에 부합함을 인정받습니다. 이번 준비 과정에서 교육과정·교원 수요·실습 환경 등을 다시 점검했고, 필요한 개선 작업이 이미 추진되고 있습니다.”
-총 3개의 TF팀을 동시에 꾸리셨죠?
AVMA 인증 TF, 통합 6년제 교과과정 TF, 규정개정 TF 세개의 팀입니다. 교수들을 일대일로 만나 의견을 듣고, TF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실행 가능한 개편안을 마련했습니다. 현재까지는 AVMA 현장실사 대응을 위해 인증 TF에 집중해 왔습니다. 앞으로 임상 실기교육 확대와 조기 임상 노출을 위한 통합 6년제 교과과정 TF, 그리고 규정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규정개정 TF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계획입니다.”
-재인증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수의대의 과제는 무엇입니까?
“서울대 수의대의 연구력과 학생역량은 높습니다. 하지만 구조적 제약이 명확합니다. 첫째, 교수 인력 부족입니다. 미국 수의대 평균은 160명인데 서울대는 49명입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교수진 확보는 교육의 지속성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둘째, 법적 제도 미비입니다. 의대 병원은 병원법에 따라 독립 운영되지만 대학 동물병원은 법적 지위가 없어 교육병원의 기능과 공공수의학 기능을 담당하기가 어렵습니다.최근 국회에서도 제도 개선 필요성이 공식 논의됐습니다. 셋째, 교육인프라 부족입니다. 진료 환경과 제대로 된 실기교육을 위한 장비와 공간 등 인프라가 더 확충돼야 합니다.이 세 가지가 해결돼야 발전 전략이 현실에서 작동합니다.”
-앞으로 집중해야 할 사회적 역할은?
“수의학은 반려동물 진료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인수공통감염병 대응, 식품안전, 환경·생태 건강, 국가 방역 체계까지 폭 넓게 다루는 원헬스(One Health)를 담당하는 분야입니다. 동물에서 먼저 나타나는 환경·질병 신호를 파악하는 일은 곧 인간 건강을 지키는 일입니다. 대학이 이 책무를 수행하려면 교육·연구 기반을 더 크게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을 들려주십시오.
“가장 중요한 축은 신축 병원과 강의동입니다. 2026년 착공,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가 지원 외에 약 140억원을 자체 조달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국제 학생 유치입니다. 미국은 향후 10년간 3만 명 수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AVMA 인증 대학으로서 서울대는 국제 수요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AI 기반 교육·진단 인프라입니다. 수의학 전문용어의 한국어·영어 자동 전환 시스템을 기업과 공동 개발 중이며, 향후 실습 교육과 임상 진단 지원 체계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수의대가 한번 더 도약할 중요한 시기입니다. 신축 병원을 위한 건축기금과 미래형 교육환경을 위한 동행이음 기금은 변화의 두 축입니다. 동문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는 수의대의 국제적 위상과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조제열 학장은 분자유전학과 유전체 연구를 기반으로 동물모델 분야를 이끌어 온 연구자다. 세계 최초로 ‘개의 후성유전체 지도’를 구축했으며, 동물에서 발견되는 환경 변화를 통해 인간 건강을 이해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서울대에서 학사,미 오하이오대 석·박사를 마치고 모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2025년 2월 학장에 취임해 국제 인증, 교육과정 개편, 신축 병원 건립 등 수의대의 중장기 과제를 총괄하고 있다. 송해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