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3호 2025년 12월] 뉴스 포럼
“한국 경제 위기는 아니지만, 구조적 긴장 상태”
성장률 수치와 체감 경기 달라 체질 개선·자본 흐름 관리 중장기 대비 없이는 성장 한계
“한국 경제 위기는 아니지만, 구조적 긴장 상태”

관악경제인회 조찬포럼
이창용(경제80) 한국은행 총재
성장률 수치와 체감 경기 달라
체질 개선·자본 흐름 관리
중장기 대비 없이는 성장 한계
관악경제인회는 12월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올해 마지막 조찬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는 이창용(경제80) 한국은행 총재가 초청돼 국내외 경제 전망과 환율·금리 환경에 대해 강연했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국면은 아니지만, 수출이 떠받치는 성장과 내수 침체가 공존하는 구조적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포럼에서 이 총재는 2025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0~1.1%, 2026년은 1.8% 수준으로 전망했다. 반도체·AI·조선 등 수출 산업이 성장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으나, 건설업과 자영업을 포함한 내수 부문은 구조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성장률 수치만 보면 회복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체감 경기는 상당히 다르다”며 “성장 숫자와 경제의 체질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2025년을 “전례 없는 불확실성이 연속된 해”로 규정했다. 정치적 불안과 정부 기능 약화, 여기에 미국 통상 정책과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용하며 정책 운용이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의 관세 압박과 투자 요구, 미 연준의 금리 정책 방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예측 가능한 대응이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을 외환위기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을 경계했다. 이 총재는 “현재 환율 수준이 과거 1997년이나 2008년과 같은 위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한국은 대외 순채권국으로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험하지는 않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쏠림 현상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수출기업과 수입기업, 기업과 가계 간 격차가 확대되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환율 쏠림의 주요 배경으로 국민연금과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 급증을 들었다. 2025년 경상수지 흑자가 약 1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같은 기간 국민연금과 개인·기관투자자의 해외 투자로 상당 부분이 다시 유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이는 외환위기와 같은 급성 위험이 아니라 자본 흐름의 구조적 문제”라며 “대형 기관투자자의 운용 방식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리 정책과 관련해서는 “한국은행의 본업은 환율 방어가 아니라 물가 안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환율은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경우에만 간접적으로 고려 대상이 되며, 현재는 성장 둔화와 환율, 부동산, 물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해 정책 선택지가 제한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 방향은 단일 지표가 아니라 물가, 환율, 부동산, 성장 흐름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기업과 정책 결정자 모두에게 “불확실성 자체에 대비하는 역량이 중요해졌다”고도 했다. 과거처럼 위기 발생 이후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본 이동과 산업 구조 변화, 글로벌 통상 환경을 상수로 놓고 경영과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지금의 불확실성은 일시적 변수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이라며, 기업 역시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리스크 관리와 구조 전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질의응답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금융 혁신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 자유화와 외환 관리의 문제”라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할 경우 통화 질서와 자본 이동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강연 말미에 “지금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보다 구조적 체질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출 의존 구조, 자본 흐름의 불균형, 정책을 바라보는 인식의 왜곡을 함께 점검하지 않으면 성장의 지속 가능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 대비의 중요성을 짚었다.
이날 조찬포럼에는 서병륜(농공67) 관악경제인회 회장을 비롯해 유홍림(정치80) 총장, 조완규(생물48)·오세정(물리71) 전 총장, 이희범(전자67) 부영그룹 회장, 성기학(무역66) 영원무역 회장 등 주요 내빈이 참석했다.
관악경제인회는 모교 재학생과 졸업생의 창업 지원과 인재 개발, 기업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 ESG 경영 지원과 사회공헌 사업 등을 통해 모교와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현재 회원 수는 100여 명 규모로, 최근에는 회원 관리 강화를 위해 권영수(경영75) LG에너지솔루션 고문을 회원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관악경제인회는 새해에도 스타트업 포럼, 정기 조찬포럼, 친선 골프 모임 등 다양한 교류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송해수 기자

이날 포럼에는 6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왼쪽부터 주영섭·박민규·이강덕·박준희·임현숙·서병륜·조완규·이창용·유홍림·성기학·이희범·김종훈·김형진·이상훈 동문

이날 포럼에는 6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왼쪽부터 주영섭·박민규·이강덕·박준희·임현숙·서병륜·조완규·이창용·유홍림·성기학·이희범·김종훈·김형진·이상훈 동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