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3호 2025년 12월] 뉴스 포럼
“일에 충실하고 진심으로 사람 사귀었던 게 창업 자산”
‘같이 꿈을 꾸고 싶다’ 출간 기념, 후배들에 창업·성장 전략 메시지, K뷰티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 과제
“일에 충실하고 진심으로 사람 사귀었던 게 창업 자산”
서울대 북 콘서트
이경수(약학66) 코스맥스 회장

12월 15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1층에서 북 콘서트가 열렸다. 왼쪽부터 유홍림 총장, 이경수 회장, 김성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같이 꿈을 꾸고 싶다’ 출간 기념
후배들에 창업·성장 전략 메시지
K뷰티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 과제
이경수(약학66) 코스맥스 회장은 12월 15일 ‘코스맥스 이경수 회장과 함께하는 북 콘서트’를 통해 모교를 찾아, 중앙도서관 1층 SNU 커먼스 라운지에서 학생들과 마주 앉았다. 저서 ‘같이 꿈을 꾸고 싶다’ 출간과 총동창회 관악대상 수상을 계기로 서울대를 찾은 이 회장은, 이날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나눴다. K-뷰티 산업의 변화와 창업, 글로벌 전략을 둘러싼 질문과 답변이 이어진 이날 대담은 김성재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유홍림(정치80) 총장과 보직교수, 학생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제약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뒤, 1992년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 전문기업 코스맥스를 창업했다. 이후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사업을 확장하며 코스맥스를 세계 최대 화장품 ODM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5년 연속 대한민국 100대 CEO에 이름을 올렸으며, 코스맥스는 2015년부터 글로벌 화장품 ODM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회장은 먼저 한국 화장품 산업의 현주소를 짚었다. 그는 “화장품 수출 실적에서 한국이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고,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는 수입 화장품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화장품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K-뷰티는 무엇으로 경쟁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변화하는 산업 환경을 짚으며 답했다. 그는 “앞으로는 스피드가 핵심”이라며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가 더 빨리, 더 좋은 가격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걸 제공하느냐의 경쟁”이라고 현재의 시장을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 요구가 세분화 되는 흐름 속에서 맞춤형 대응 능력의 중요성도 짚었다. 그는 “이제는 한 가지를 많이 만드는 시대가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것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라며 “과거처럼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가지를 10개 만드는 것과 10가지를 1개씩 만드는 것의 생산성이 같아지는 시스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러한 맞춤형 생산 체계가 상당 수준까지 준비됐다고 덧붙였다.
인디 브랜드의 성장 조건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그는 인디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로 온라인 ‘온라인 유통’, ‘스피드’, ‘MZ 세대 공략’을 차례로 꼽았다. 그는 “이제 오프라인 중심으로는 속도를 낼 수 없다”며 온라인 유통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조직과 의사결정이 느리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요 타깃에 대해서도 “앞으로의 소비자는 MZ 세대”라며 새로운 소비 주체를 중심에 둔 전략을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K-뷰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비교적 긴 호흡의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K-뷰티가 짧게는 20년, 길게는 50년 이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며, 앞으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팝과 K-드라마 등 K-컬처가 세계적인 신뢰를 쌓아온 만큼, 화장품 산업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창업을 준비 중인 학생들의 질문에는 ‘사람’과 ‘신뢰’를 중심으로 조언을 건넸다. 마흔여섯에 창업해 매출 2조원의 기업을 일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창업은 어느 순간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맡은 자리에서 진심으로 상대를 돕고 신뢰를 쌓는 과정 자체”라며 “일에 충실하고 사람과 진심으로 사귀었던 게 돌이켜보니 창업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두의 주변에는 기회가 돌고 있지만 기회는 보려는 사람에게만 보이고 준비된 사람만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현재의 업무에서 전문성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지만 원리는 같으며, 한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한 사람은 다른 분야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창 시절을 돌아보는 질문에는 외국어 학습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했다. 그는 “통역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의사결정과 협상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은 결국 본인이 해야 한다”며 외국어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이공계 학생일수록 문학과 예술 등 인문학적 소양을 함께 쌓을 필요가 있다”며 “특히 화장품 산업은 기술뿐 아니라 문화적 이해가 중요한 분야”라 조언했다. 이 회장은 마지막으로 “기업 경영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출발한다”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파트너와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