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2호 2025년 11월] 오피니언 재학생의 소리
옆 친구에게 말 걸 용기
옆 친구에게 말 걸 용기

박지호(식물생산과학21)
대학교에서는 친구를 어떻게 사귀는 걸까? 신입생 때부터 품었던 의문이었다. 강의실에 들어가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 걸까? 다들 어디서 어떻게 친구를 사귀는 걸까?
코로나가 여전히 유행하던 입학 초에는 학생 간 교류 활동이 대부분 축소되어 있었다. 그 후 몇 년 동안 동아리나 스터디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 관계를 쌓아 왔지만, 여전히 수업 속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남아 있었다.
그런 내게 전환점이 된 것은 지난 학기에 들었던 분자생물학 수업이었다. 첫째 날 교수님은 “짝을 지어 쪽지시험을 볼 테니 조는 알아서 구성하라”고 말씀하셨다. 딱히 수업에 아는 사람이 없던 나는 ‘혼자 공부해서 보지 뭐’ 하고 생각하며 강의실을 나서려던 참이었다. 그때 옆자리에 앉아 있던 분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혹시 쪽지시험 짝 같이 하실래요?”
4년의 대학 생활 동안 한 번도 먼저 말을 걸 용기를 내지 못했던 나에게, 그 한마디는 낯설지만 반가운 제안이었다. 쪽지시험 준비를 위한 모임 날, 나는 용기를 내어 “이왕이면 함께 꾸준히 스터디도 하실래요?”라고 물었다. 그렇게 시작된 스터디는 점차 인원이 늘어나 다섯 명이 되었고, 우리는 정기적으로 만나 수업 내용을 복습하고 최신 논문도 찾아 읽으며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함께 공부한 과목에서는 좋은 성적을 얻었고, 틈틈이 맛집 탐방을 하며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 학기가 끝난 뒤에는 ‘이 좋은 경험을 왜 이제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경험 이후로,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옆자리 사람과조차 편히 대화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교환학생 시절에는 전공 수업에서 잠깐 옆에 앉은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소소한 대화부터 시작해 인생 이야기까지 나누곤 했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에서는 여전히 서로에게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때로는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 학교 학생들만큼 흥미로운 대화 상대도 드물다. 각자 최선을 다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기에, 그들과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배울 점이 있다. 꼭 깊은 관계로 발전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편안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문화가 자리 잡길 바란다.
그런 순간 비로소,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대학 공동체의 힘이 선명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박지호(식물생산과학21)
대학교에서는 친구를 어떻게 사귀는 걸까? 신입생 때부터 품었던 의문이었다. 강의실에 들어가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 걸까? 다들 어디서 어떻게 친구를 사귀는 걸까?
코로나가 여전히 유행하던 입학 초에는 학생 간 교류 활동이 대부분 축소되어 있었다. 그 후 몇 년 동안 동아리나 스터디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 관계를 쌓아 왔지만, 여전히 수업 속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남아 있었다.
그런 내게 전환점이 된 것은 지난 학기에 들었던 분자생물학 수업이었다. 첫째 날 교수님은 “짝을 지어 쪽지시험을 볼 테니 조는 알아서 구성하라”고 말씀하셨다. 딱히 수업에 아는 사람이 없던 나는 ‘혼자 공부해서 보지 뭐’ 하고 생각하며 강의실을 나서려던 참이었다. 그때 옆자리에 앉아 있던 분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혹시 쪽지시험 짝 같이 하실래요?”
4년의 대학 생활 동안 한 번도 먼저 말을 걸 용기를 내지 못했던 나에게, 그 한마디는 낯설지만 반가운 제안이었다. 쪽지시험 준비를 위한 모임 날, 나는 용기를 내어 “이왕이면 함께 꾸준히 스터디도 하실래요?”라고 물었다. 그렇게 시작된 스터디는 점차 인원이 늘어나 다섯 명이 되었고, 우리는 정기적으로 만나 수업 내용을 복습하고 최신 논문도 찾아 읽으며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함께 공부한 과목에서는 좋은 성적을 얻었고, 틈틈이 맛집 탐방을 하며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 학기가 끝난 뒤에는 ‘이 좋은 경험을 왜 이제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경험 이후로,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옆자리 사람과조차 편히 대화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교환학생 시절에는 전공 수업에서 잠깐 옆에 앉은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소소한 대화부터 시작해 인생 이야기까지 나누곤 했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에서는 여전히 서로에게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때로는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 학교 학생들만큼 흥미로운 대화 상대도 드물다. 각자 최선을 다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기에, 그들과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배울 점이 있다. 꼭 깊은 관계로 발전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편안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문화가 자리 잡길 바란다.
그런 순간 비로소,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대학 공동체의 힘이 선명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