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2호 2025년 11월] 오피니언 논단
미 대법원의 트럼프 관세 판결 주목
미 대법원의 트럼프 관세 판결 주목

윤영관(외교71)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경주 APEC정상회담이 이달 초 종료되었다. 사실 APEC은 세계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1989년 11월 아태지역의 경제통합을 목표로 설립된 기구였다. 그런데 올해 초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제경제 질서는 그때와 정반대로 반세계화, 보호무역, 디커플링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 선언문에서는 수십 년간 언급되어 오던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 문구가 빠진 것도 변해버린 현실을 반영했다. 대신 “글로벌 무역 체제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인식”하고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경제 협력을 계속해서 심화시켜” 나가자는 구절이 들어갔다.
APEC 정상회담의 성과는 본회의보다 양자 회담에서 더 돋보였다. 특히 한미, 한일, 한중 정상회담의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우리 국민들이 많이 걱정했던 관세 및 투자 관련 협상이 최종 타결되었다. 무엇보다 매년 200억 달러씩 10년간 분할 투자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된 것이 부담을 크게 줄여주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지지해 준 것도 잘 되었다. 물론 건조 장소 등 세부 사항을 놓고 상당한 밀고 당기기 협상이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한미 관계가 일단 큰 파란 없이 고비를 넘긴 것은 다행이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상호 협력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많은 사람들이 안도하게 되었다. 강경 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한일협력 문제에 어떻게 나올지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다행히 협력 파트너로서 한국을 중시하고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에서 이재명 정부가 이전 정부의 대일본 협력 정책을 계승한 것처럼 다카이치 정부도 기시다-이시바 정부의 대한국 협력 정책을 이어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한일 관계에도 여러 가지 잠재적 어려움들이 숨어있어 그때그때 현안이 발생할 때 양국 지도자들이 어떻게 현명하게 처리해 나갈 것인지가 관심 사항이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무난한 결과가 나왔다. 한중간에는 사실 중국의 한화오션 제재, 서해 불법 구조물 설치, 한한령(한류 제한령) 문제 등 껄끄러운 의제도 빠짐없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회의 자체는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실생활에 밀착되는 실질적인 이슈들과 관련된 합의들을 이끌어 낸 성공적인 정상 간의 첫 만남이 되었다.
글로벌 차원에서 중요한 것은 미중 정상회담이었다. 양측은 일 년간 상호 조치를 유예하는 잠정적 휴전에 합의했다. 미국은 고율 관세 적용을 유예하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을 유예하면서 미국산 대두를 수입하기로 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미국의 관세부과에 정면으로 대결하는 국가이다. 미국과 맞먹을 정도의 힘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한 중국의 영향력이 앞으로 아태지역에서 더욱 커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예를 들어, 시진핑 주석은 끝까지 본회의에 남아 중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는 “WTO를 중심으로 한 무역 체제의 권위를 강화하자”고 언급하며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재확인했고, 아태자유무역지대 건설을 주창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APEC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양자 회담만 마친 뒤 서둘러 귀국해 버렸다. 이는 미국이 아태지역을 중국에 떠넘겨 버리는 상징적 행보처럼 느껴졌다.
APEC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적으로 새로운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다. 11월 5일 지방선거에서 뉴욕 시장으로 민주적 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가 당선되고,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및 다른 지역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완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도 좋지 않다. 지난 10월 24-27일 Economist/YouGov 조사에 의하면 트럼프의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39%, 부정 평가가 58%에 달한다. 그러한 불만의 상당 부분이 3%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이다. 바이든 민주당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가장 큰 이유가 인플레이션이었다. 그런데 이제 모든 민주당 후보들이 인플레와 먹고살기 이슈에 집중해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 후보들을 역습하며 승리했다.
게다가 대법원에서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적법한지에 대한 상고심을 진행 중이며, 1·2심은 위법하다고 봤다. 보수, 진보 판사들이 6:3으로 배치되어 있지만 몇몇 보수 성향 판사들마저 관세부과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 1인당 2000달러의 배당금 지급하겠다는 식의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만일 대법원이 부적법 판결을 내리면 그것은 트럼프 2기 정책 추진 동력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권세도 정점에 달했고, 내리막길만 남았는가? 향후 몇 달간 지켜 볼 일이다.

윤영관(외교71)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경주 APEC정상회담이 이달 초 종료되었다. 사실 APEC은 세계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1989년 11월 아태지역의 경제통합을 목표로 설립된 기구였다. 그런데 올해 초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제경제 질서는 그때와 정반대로 반세계화, 보호무역, 디커플링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 선언문에서는 수십 년간 언급되어 오던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 문구가 빠진 것도 변해버린 현실을 반영했다. 대신 “글로벌 무역 체제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인식”하고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경제 협력을 계속해서 심화시켜” 나가자는 구절이 들어갔다.
APEC 정상회담의 성과는 본회의보다 양자 회담에서 더 돋보였다. 특히 한미, 한일, 한중 정상회담의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우리 국민들이 많이 걱정했던 관세 및 투자 관련 협상이 최종 타결되었다. 무엇보다 매년 200억 달러씩 10년간 분할 투자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된 것이 부담을 크게 줄여주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지지해 준 것도 잘 되었다. 물론 건조 장소 등 세부 사항을 놓고 상당한 밀고 당기기 협상이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한미 관계가 일단 큰 파란 없이 고비를 넘긴 것은 다행이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상호 협력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많은 사람들이 안도하게 되었다. 강경 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한일협력 문제에 어떻게 나올지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다행히 협력 파트너로서 한국을 중시하고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에서 이재명 정부가 이전 정부의 대일본 협력 정책을 계승한 것처럼 다카이치 정부도 기시다-이시바 정부의 대한국 협력 정책을 이어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한일 관계에도 여러 가지 잠재적 어려움들이 숨어있어 그때그때 현안이 발생할 때 양국 지도자들이 어떻게 현명하게 처리해 나갈 것인지가 관심 사항이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무난한 결과가 나왔다. 한중간에는 사실 중국의 한화오션 제재, 서해 불법 구조물 설치, 한한령(한류 제한령) 문제 등 껄끄러운 의제도 빠짐없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회의 자체는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실생활에 밀착되는 실질적인 이슈들과 관련된 합의들을 이끌어 낸 성공적인 정상 간의 첫 만남이 되었다.
글로벌 차원에서 중요한 것은 미중 정상회담이었다. 양측은 일 년간 상호 조치를 유예하는 잠정적 휴전에 합의했다. 미국은 고율 관세 적용을 유예하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을 유예하면서 미국산 대두를 수입하기로 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미국의 관세부과에 정면으로 대결하는 국가이다. 미국과 맞먹을 정도의 힘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한 중국의 영향력이 앞으로 아태지역에서 더욱 커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예를 들어, 시진핑 주석은 끝까지 본회의에 남아 중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는 “WTO를 중심으로 한 무역 체제의 권위를 강화하자”고 언급하며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재확인했고, 아태자유무역지대 건설을 주창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APEC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양자 회담만 마친 뒤 서둘러 귀국해 버렸다. 이는 미국이 아태지역을 중국에 떠넘겨 버리는 상징적 행보처럼 느껴졌다.
APEC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적으로 새로운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다. 11월 5일 지방선거에서 뉴욕 시장으로 민주적 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가 당선되고,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및 다른 지역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완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도 좋지 않다. 지난 10월 24-27일 Economist/YouGov 조사에 의하면 트럼프의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39%, 부정 평가가 58%에 달한다. 그러한 불만의 상당 부분이 3%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이다. 바이든 민주당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가장 큰 이유가 인플레이션이었다. 그런데 이제 모든 민주당 후보들이 인플레와 먹고살기 이슈에 집중해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 후보들을 역습하며 승리했다.
게다가 대법원에서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적법한지에 대한 상고심을 진행 중이며, 1·2심은 위법하다고 봤다. 보수, 진보 판사들이 6:3으로 배치되어 있지만 몇몇 보수 성향 판사들마저 관세부과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 1인당 2000달러의 배당금 지급하겠다는 식의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만일 대법원이 부적법 판결을 내리면 그것은 트럼프 2기 정책 추진 동력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권세도 정점에 달했고, 내리막길만 남았는가? 향후 몇 달간 지켜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