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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호 2025년 11월] 인터뷰 동문 유튜버

몸 설계하는 공학도…“연애 잘 하고 싶어 몸 만들다 여기까지 왔네요”

정영현의 어썸블리스(AwesomeBLISS)
몸 설계하는 공학도…“연애 잘 하고 싶어 몸 만들다 여기까지 왔네요”


정영현 (대학원17) 동문
 
구독자 38만명, 운동화 사업도
단계별 접근으로 부상 예방 강조

로봇을 설계하던 공학도가 이제는 ‘몸’을 설계한다. 기계공학을 전공했던 정영현(대학원17·사진) 동문은, 복잡한 수식 대신 몸의 균형을 탐구하는 유튜버가 됐다. 그가 운영하는 채널 ‘어썸블리스(Awesome Bliss)’는 38만 구독자를 가진 채널로, “운동에도 단계가 있다”는 개념을 세워, 다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운동법을 전한다. 그는 현대인의 몸이 잘못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운동을 통해 그 흐름을 되돌리는 “‘역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운동을 새로운 언어로 풀어내는 정영현 동문을 경리단길 사무실에서 만나 그가 걸어온 길과 유튜브 채널에 담은 생각을 들어봤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썸블리스’라는 운동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채널의 방향은 매년 조금씩 바뀌지만, 일관된 목표는 하나예요. ‘안전하고 무겁게 운동하는 법’을 알려주자. 다치지 않으면서도 강하게 단련할 수 있는 방법을 풀어내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공학 전공자가 유튜버로 전향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거울을 보니 뚱뚱하고 못생긴 제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사실 저는 대학교에 간 이유가 학문보다는 연애였는데, 이런 모습으론 어렵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동기가 지금의 직업으로 이어졌죠. 이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로봇을 연구하던 중 스타트업을 창업하려 했지만, 제조업 기반의 사업은 자본이 너무 많이 들어 현실적인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취미로 하던 유튜브가 점점 재미있어졌고, ‘이걸로 한번 승부해보자’는 생각으로 유튜버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유튜브 외에도 여러 일을 하신다고요.
“현재는 의류 법인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온라인·오프라인 강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운동 관련 책을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파생되는 여러 활동이 자연스럽게 확장된 형태입니다.”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첫째는 ‘운동에도 레벨이 있다’는 겁니다. 초보자는 초급자용 코스를 밟듯, 운동도 단계별로 접근해야 합니다. 스쿼트·데드리프트 같은 고난도 운동을 처음부터 시도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많아요. 둘째는 ‘운동은 잘못된 진화를 되돌리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현대 환경에 적응하면서 현대인들은 호흡과 걸음 같은 기본 기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진화력 시리즈’라는 콘텐츠로 풀어내며, 몸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 법을 소개합니다.”

-시각 매체로 ‘몸의 감각’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처음엔 한계가 컸습니다. 영상만으로는 감각을 전달하기 어렵죠. 그래서 전략을 바꿨습니다. 온라인으로 흥미를 유도하고, 오프라인 강의에서 체감을 완성한다. 이런 구조로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운동을 과학적으로 가르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예전엔 기계공학 전공을 살려 역학적으로 설명했지만, 요즘은 진화생물학적 관점으로 접근합니다. 인간의 몸이 어떤 이유로 이런 형태를 갖게 됐는지를 탐구하면서, 움직임의 본질을 설명하는 방식이죠. 다만 ‘과학적인 접근’이 절대적 진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학도 결국 방향성을 가진 실험이니까요.”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요? 
“요즘은 ‘정확한 정보’보다 ‘많은 사람이 내 이야기를 듣게 하는 방법’을 우선합니다. 처음엔 학문적으로 접근했지만, 지금은 공감과 몰입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복잡한 논문보다 ‘내 얘기처럼 들리는 이야기’를 원하거든요. 팩트 100%의 정보를 제공한다기보다, 제 관점과 경험을 녹여 전달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봅니다. 대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죄송합니다, 제가 틀렸습니다’ 시리즈를 통해 직접 수정합니다.”

-구독자 반응이 특히 좋았던 콘텐츠가 있다면요?
“‘엉덩이 운동 순서’ 콘텐츠가 기억납니다. 일반적으로 근전도 검사 수치가 높을수록 좋은 운동으로 평가되지만, 저는 “발이 땅에 닿는 운동이 진짜 엉덩이 운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간의 골반 구조에 기반한 설명이라 많은 분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였어요.“

-앞으로 구상 중인 새로운 시도는요?
“운동에 AI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만들어보려 합니다. 실제 현장을 이해한 사람만이 진짜 운동 AI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발의 중요성을 느껴 운동화 제작 사업도 준비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운동을 시작하려는 동문·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현대인은 하루 대부분을 잘못된 패턴으로 앉아서 보냅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짧고 강하게, ‘무겁게 드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단지 근육 운동이 아니라, 잘못된 진화를 되돌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현대인에게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습관입니다. 누구나 지금 당장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