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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호 2025년 11월] 뉴스 모교소식

관악 간호대, 미래 간호 교육,연구의 글로벌 허브로

단과대학장 릴레이 인터뷰③
관악 간호대, 미래 간호 교육,연구의 글로벌 허브로


탁성희 (간호87) 간호대학장

스마트 간호 연구 생태계 조성
“학장은 결재자 아닌 조율자”

노인은 늘고, 돌봄은 줄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돌봄 공백이 동시에 밀려오며 의료와 간호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간호대학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2030년 준공을 목표로 관악캠퍼스에 새 보금자리를 짓고 있다. AI·디지털헬스케어 시대를 선도할 ‘돌봄과 과학의 캠퍼스’로 주목받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선 탁성희(간호87·사진) 간호대학장은 노인간호학 전공으로 기술 기반 돌봄 연구의선구자로 꼽힌다. 컴퓨터기반 치매노인 맞춤간호중재 등 디지털헬스케어 융합 연구를 이끌어왔다. 모교 간호학과를 졸업 후, 미국 텍사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귀국 전 미국 멤피스대 연구부장학장·석좌교수으로 재직했다.

서울대 종합화 50주년의 해, 관악 시대를 여는 학장을 만나 미래 간호교육의 방향과 새로운 비전을 들어봤다.


-최근 관악캠퍼스 신축 기공식이 열렸습니다. 새 건물은 어떤 공간으로 조성됩니까?
“단순 이전이 아니라 ‘미래 간호교육·연구의 글로벌 허브’로 가는 출발선입니다. 공대 31·32동과 연결돼 공학·의학·간호의 접점을 넓히고, 시뮬레이션 센터·VR 학습실·스마트랩을 갖춘 실습 중심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입니다. 교수·학생·임상전문가가 한 공간에서 협업하도록 오픈랩(Open Lab) 구조를 도입하고자 합니다.”


-연건에서 관악으로 이전이 간호대에 어떤 의미인가요?
“2013~2014년 교수회의에서 ‘관악 이전 추진’이 공식화됐고, 2021년 승인, 올 여름 건설사 선정, 9월 기공식을 치르며, 5년간 ‘몸풀기’만 하던 팀이 드디어 출발 총성을 들었습니다. 과거 임상 실무 중심에서 이제는 데이터를 읽고 미래를 설계하는 간호로 확장 하고 있습니다. 정밀의료·원격간호·AI 기반 성과분석 등 융합 교과를 강화하고, BK21 ‘세계선도 휴먼케어’로 연구 중심 교육체계를 굳혔습니다.”


-간호학이 왜 ‘융합’이어야 할까요?
“치료는 프로토콜이 있지만, 돌봄은 맥락입니다. 제가 자주 드는 비유가 ‘대장금의 물’이에요. 같은 물을 주더라도 상대의 상태와 환경을 읽고 그때 가장 맞는 물을 건네야 합니다. 간호는 과학(근거 기반) 위에 예술(상황 맞춤)이 겹쳐지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맥락을 읽는 힘이 중요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간호교육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습니까?
“핵심은 AI와 데이터입니다. 스마트워치·혈압반지 등 개인 기기와 체중·심박·호흡을 감지해 욕창을 예방하고 시트를 자동으로 교환하는 스마트 침대까지, 간호 현장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간호사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의 회복 경과를 예측하고 맞춤형 돌봄을 설계합니다. 간호대는 로봇·VR·웨어러블을 결합한 ‘스마트 간호 연구 생태계’를 조성해, 학생들이 연구와 임상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VR 낙상 예방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VR로 실제 주거공간의 낙상 위험을 체험하게 하고 예방 행동을 학습합니다. 학생 교육을 넘어 퇴원환자, 지역 노인, 가족 돌봄자에게 확대 중입니다. EMR(전자간호기록)과 간호노트를 분석해 낙상 예측 모델을 만들었고, 분당서울대병원과 임상 적용 연구도 진행했습니다. 관련 기술은 욕창 예방, 환자 모니터링 등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현재 간호대의 교육 공간과 실습 환경은 어떤 상황인가요?
“지금은 연구실 하나, 실습실 하나가 더 간절한 때입니다. 연건 신관 강의실과 연구실, 관악 우정관 강의실, 융합관 학생회실 등 간호대 구성원이 여러 건물에 흩어져 있습니다. 병원·지역·가정으로 이어지는 실습 특성상 공간 제약으로 학습과 연구가 더딜 때가 있습니다. 부족한 공간을 보완하기 위해 5층에서 6층으로 설계를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관악 신축은 이 흩어진 일상을 한데 모으는 일입니다. ”


-학생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학년별 런치 간담회를 정례화했고, 기공을 기념해 푸드트럭 데이 같은 작은 축제도 열었습니다. 관악 ‘건강주간’에는 보건진료소와 함께 건강부스를 운영하고, 학생 제안으로 정신건강 교양과목도 개설했습니다.”


-학장으로서의 리더십을 어떻게 정의하십니까?
“신뢰와 공감입니다. 학장은 결재자가 아니라 조율자라고 생각해요. 서로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결정과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려고 노력합니다.”


-향후 10년 후 간호대의 모습은?
“첫째, 디지털 전환형 창의융합 교육 선도. 둘째, 인간중심 돌봄과 건강형평성 연구의 거점. 셋째, 글로벌 협력과 사회적 책임 실천입니다. 한국은 디지털 인프라가 뛰어나 간호-테크 결합을 실험하기 좋은 나라입니다. 충분한 생태계를 갖추면 간호 디지털 전환의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끝으로 동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요?
“연건에서 이어온 120년의 전통 위에, 관악에서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려 합니다. 여러분의 응원과 참여가 큰 힘이 됩니다. 강의실·연구실 명명, 발전기금, 멘토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간호의 가치를 함께 확장해 주십시오. ‘하이테크일수록 하이터치’ 사람 곁의 과학을 서울대 간호대가 만들어가겠습니다.”송해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