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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호 2025년 10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북한 핵문제만큼 중차대한 건 없다

북한 핵문제만큼 중차대한 건 없다


이강덕(정치82)
한미클럽회장
본지 논설위원

7년여 전인 2018년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평화 공세에 나선 적이 있다. 남북정상회담들이 개최되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도 정상회담이 열렸다. 한반도에 태평성대가 열릴 것처럼 떠들썩했다.
그런 화목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3년도 안돼 파국을 맞았다. 2020년 6월에는 남북 교류의 상징이던 남북연락사무소를 북한이 폭파해버리기도 했다. 숨은 사정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런 파행의 근본 배경에는 북핵문제가 있다.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북한과 이를 막으려는 한미일 등 국제사회와의 대립이 표출된 것이다.
북핵문제는 덮고 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누군가는 뒤로 제쳐두고 싶을 수 있고 핵무기는 쓸 수 없는 무기라고 우길 수도 있다. 미국을 상대로 한 방어용이라며 우리를 향해서는 쓰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북한의 대남 핵작전 계획이 노출되면서 그런 주장은 힘을 잃었다. 북한을 건들지 않으면 별일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도 들리는 데 그건 6.25 이후에 벌어진 남북한 무력 충돌의 역사만 들여다봐도 꼭 맞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북한 핵보유 등에 침묵하고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도 인내하고 북한 주민들의 고통에도 눈감는 것은 가능할 수 없다. 한국이나 미국의 특정 정권이 한때 주창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와 다르고 국가와 민족의 사명이라는 대의명분이 있기에 그런 주장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우리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의 경우에도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 시절이라고 해도 북한의 핵보유나 인권 탄압을 용인하는 합의는 미국 의회를 통과할 수 없다.
한국 현정부는 북한과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 순서로 하자거나 북핵문제는 동결-감축-폐기라는 단계로 진행하자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고육지책이겠지만 북핵문제 역사를 깊게 살펴보면 현실은 냉혹하게 다르다. 교류는 대북 제재 해제를, 동결은 북한 핵보유 인정을 전제로 하는 것일진대 설령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한다고 해도 미국 의회는 물론 유엔 등 국제사회의 벽을 넘기 어렵다.
유엔이 내린 대북 핵제재만 해도 10개에 이른다.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인 2006년 유엔 제재 1718호가 안보리 만장일치로 채택됐고 이어 1874, 2087, 2094, 2270, 2321, 2356, 2371, 2375, 2397호 역시 만장일치였다. 이들 촘촘한 제재로 인해 공산품 중에는 숟가락 하나도 유엔의 허가를 받아야 할 실정이다. 요즘 우리쪽에서 북한 원산과 금강산을 아우르는 관광을 재개하려고 크루즈 선박을 들여온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우리 정부가 좋다고 해도 미국의 독자 제재까지 넘으려면 첩첩산중이다. 유엔 제재는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해제되지도 않는다.
북한 핵문제라는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혼란스런 얘기들이 들리는 이런 때일수록 서울대인들이 혜안을 내놓아야 한다. 국가미래전략원, 통일평화연구원, 국제학연구원, 한국정치연구소 등 학내 싱크탱크와 석학들이 오답을 지적하고 더욱 바쁘게 움직여야 할 때가 다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