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호 2005년 11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어둠․공포감에 갇힌 `뉴올리언스'
高 泰 成(사법82 86) 한국일보 워싱턴특파원
특파원 발령을 받고 워싱턴에 도착한지 9일 만인 9월 2일 뉴올리언스에 대한 출장 취재지시가 떨어졌다. 재즈의 본고장을 취재하라는 것은 물론 아니었고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직격탄을 맞아 대참사의 와중에 있던, 물에 잠긴 뉴올리언스가 취재 대상이었다. 그때는 가족과 함께 워싱턴에 정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를 하던 시기여서 공식적으로 특파원으로서의 업무를 시작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뉴올리언스 출장이 특파원으로서의 첫 임무가 됐던 것이다.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항공편과 현지에서 타고 다닐 렌트 차량을 예약한 뒤 9월 3일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뉴올리언스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은 루이지애나주 주도인 배턴 루지에 있었으나 도저히 비행기표를 구할 수가 없어서 휴스턴에서 차를 타고 뉴올리언스로 들어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휴스턴 공항에서 바로 렌트 회사로 가서 예약해둔 대로 소형차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소형차가 없다며 같은 가격에 미니밴을 빌려주겠다는 얘기를 듣고 그 경황 중에도 이게 웬 떡이냐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차를 몰아본 사람들은 대개 이구동성으로 장시간 운전하는데는 운전석이 높은 미니밴이 편하다고 하는데 그제서야 실제로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뉴올리언스에 들어가 현장 한 개의 scene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뉴올리언스로 향하는 10번 고속도로에서는 아예 계기판에서 눈을 뗀 채 달릴 수 있는 만큼 밟을 수밖에 없었다. 시속 1백km로 달려도 꼬박 6시간 이상을 달려야 겨우 뉴올리언스 초입에 닿을 수 있을 터였는데 휴스턴을 출발한 시간은 벌써 오후 3시를 넘고 있었다. 그렇다고 운전에 전념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었다. 현지 숙소도 예약돼 있지 않았고 기사를 송고할 최소한의 장소도 확보돼 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누구라도 현지에 있는 사람과 접촉을 해야 했다. 차를 몰면서 현지와 접촉을 하는 방법이 휴대전화 말고 또 무엇이 있겠는가. 돌이켜 보면 지금도 아슬아슬하기만 한데 과속에, 휴대전화였으니 단속에 걸렸으면 아마도 딱지를 여러 장 뗐을 것이다. 다행히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뉴올리언스로 향했던 동료 기자들 가운데 과거에 동고동락했던 후배와 친구가 있어 기사송고 등 아주 시급한 걱정은 덜 수 있었다. 이제 뉴올리언스에 도착하는 일만 남았는데 뉴올리언스에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배턴 루지에 이르렀을 무렵, 아뿔싸 이미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뉴올리언스 외곽에 검경의 1차 저지선이 펼쳐져 있었는데 구호 차량을 제외한 일반인의 출입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는 이미 고립된 뉴올리언스에서 약탈 등이 자행되고 있다는 얘기가 퍼질 만큼 퍼진 때였다. 이 저지선에서 검경의 제지를 받았지만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길을 터 주었다. 이때는 이미 10여m 앞의 물체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워져 있었기 때문에 아직 뉴올리언스 도심까지는 수십 km나 남아 있는 곳의 저지선을 넘었다고 그리 좋아할 일도 아니었다. 그래도 가야 했다. 위험하더라도, 또 가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무리 적다고 하더라도 접근할 수 있는 데까지는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뉴올리언스 도심의 고층빌딩이 어둠에 괴물처럼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접근했을 때 불행인지, 다행인지 검경의 2차 저지선을 만났다. 바리케이드가 삼엄하게 쳐진 2차 저지선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M16 소총 등으로 중무장한 검경은 기자라고 얘기해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다. 그곳에서 군인들에게 도심에 고립되거나 남아 있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등을 물어보며 칠흑 같은 어둠에 빠져드는 도시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군인들은 대략 4만명 정도가 아직 어둠 저쪽에 갇혀 있다고 전했다. 전에 뉴올리언스를 두 번 다녀간 적이 있기 때문에 불야성을 이루던 그때와 전기가 끊겨 절대적 어둠에 갇힌 이때와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랐다. 스스로도 어둠에 쌓여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스러운데 저 안쪽의 사람들이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전기도 끊긴 상태에서 느낄 공포감은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밤의 뉴올리언스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의도하지 않았던 수확이었고 이 모습을 기사에 담는 것으로 현장 1scene을 대신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