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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호 2005년 11월] 기고 감상평

"원로선배 모델 삼아 이국서 젊게 삽니다"

강 영 빈(동물학58 ­62)미국 루이지애나주 의사 겸 농부

미국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입니다. 장수한다는 것은 인간이 바라는 최종의 목표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곳 어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봉사하고 기도하면서 편안하게 사는 태도가 그렇게도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저도 남을 돕고 남에게 인색하지 않으면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요? 좀 힘들지만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사는 마을은 미국 남쪽 깊숙이 자리잡은 Welsh라는 곳입니다. 인구는 3천여 명, 주업은 농사이며, 주로 쌀을 재배하고 최근엔 사탕수수도 많이 재배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곳에 온 1980년부터 쌀 농사, 콩 농사를 하며 농부들과도 가까이 지내고 있습니다. Welsh에는 프랑스 후예들이 살고 있어서 프랑스 풍습이 유지되고 있으며, 나폴레옹법에 의존하기 때문에 다른 주와는 좀 다른 洲法을 적용할 때가 있습니다.  이곳 노인 주민들은 불어를 사용하지만 영어를 못합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쓰는 불어를 CAJUN FRENCH라고 합니다. 2차대전 종전 후 학교에 가도록 법령을 만들어 그 이후에 자란 아이들은 영어를 할 줄 알고, 특히 젊은이들은 영어만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젊은이들에게 불어를 가르칠 예정입니다. 프랑스 풍습․나폴레옹법 적용  Welsh는 미국, 스페인, 프랑스인과 인디언,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이 살기 때문에 혼성문화를 이루고 있으며, 음식은 미국에서 제일 맛있는 CAJUN음식을 먹습니다. 그 맛이 별미인 이유는 각 나라의 음식에서 좋은 것만 모아놓았기 때문입니다.  글을 잘 못 읽어서 손해보는 것 빼고는 마음 곱기는 이루 말할 데가 없으며, 대개 순진하고 종교적(천주교 75%)입니다. 25년간 이곳에 살다보니 이제는 모두 친구 같고, 시골 CAJUN이 다 됐습니다. 고향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곳은 아열대지역이어서 화씨 90도를 넘는 더운 지역이며, 눈이 안 오는 대신 비가 많이 옵니다. 그래서 농사짓기는 아주 좋은 곳이죠. 1~3월은 우기여서 물만 꽉 차 있는 형태를 띠며, 온 천지가 녹색이라 사막 같은 서부지역 California, Arizona와는 아주 다른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국 음식․언어 접하기 힘들어  그동안 Welsh는 교육수준이 낮고 사회적으로 낙후돼 있는, 정치적으로는 소외당하고 문화적으로는 미개했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5년간 급진적으로 발전되어 미국 평균수준에 거의 도달했습니다. 아마 다시 25년이 지나면 미국 평균수준을 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곳엔 한국인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주변에 큰 도시가 없기 때문에 한국인이 오지 않는 것으로 압니다. 가끔 연 2회쯤, Houston, Texas의 큰 도시로 가서 직접 간장이나 김치를 구입하며, 간 김에 한국음식을 마음껏 즐기고 오곤 합니다. 거리가 한 2백마일(3시간30분 소요) 정도 되기 때문에 갈 만합니다. 휴스턴지부동창회 행사에 종종 참석하기도 하는데, 한국말을 들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으며, 한국음식에 매료되기도 합니다.  Welsh에선 쌀 농사를 이렇게 합니다. 우선 3월초에 비행기로 볍씨를 뿌리고, 뿌리가 자리잡으면 물을 한번 빼줍니다. 이후 뿌리가 단단히 박히면 물을 다시 채워 비료를 비행기로 뿌려주고, 어느 정도 자라면 살충제나 잡초제거제를 살포합니다. 7월초에 이삭이 나와 7월말경에 추수합니다.  벼 한 배럴(1백60파운드)에 10달러 정도이며, 생산비용은 이를 훌쩍 넘는 18달러입니다. 손해보는 8달러는 나라에서 보조하는데, 사실 이곳 농부들은 정부보조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옛날에는 배럴당 20달러나 했는데, 최근 곡물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란, 이라크, 남미 특히 쿠바시장은 계속되는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죠. 요즘에는 보조금도 삭감되어 농부가 살아나기 힘든 현실입니다. 무슨 대책이 마련돼야 할 텐데 말입니다. 소 키우며 半은퇴생활 즐겨  제 경험으로는 곡가와 원유값이 비슷했는데, 최근 쌀값은 10달러선, 원유값은 폭등하여 60달러에 육박하고 있어 두 가격이 20달러에 머무르면 세계 경제가 안정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온 세상이 풍족하게 살고 평화스럽게 지내면 참 좋으련만, 요즘 세상은 자꾸 시끄러워지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의사의 은퇴연령은 65세입니다. 모두 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죠. 저도 예외가 아니어서 65세에 반(半) 은퇴를 했습니다. 주로 낮에 외래환자만 보고 위독한 환자는 직접 치료하지 않고 다른 의사와 병원을 추천합니다. 이곳에서 반 은퇴를 Semi Retirement, Half Retirement라고 합니다.  금년 말에 완전 은퇴를 하려고 했으나 지난 5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재미동창회 평의원회의에 참석해 80대 대선배님들의 정정하신 모습, 특히 본국 순방단으로 참석하신 明泰鉉동문께서 골프를 잘 치시고, 사교적이고 친절하신 모습을 보고 제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선배님들에 비하면 저는 청년이었던 것입니다. 완전 은퇴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대로 반 은퇴자로 좀 쉽게 지내기로 했습니다.  평의원회의 때 대선배님들을 뵙고 얻은 것이 많습니다. 고맙습니다. 저 같은 경우, 시간이 남으면 동물을 기르면 됩니다. 이곳에서는 까만 소(Black Angus)가 가장 인기 있는데 고기가 맛있기 때문이죠. 소 장터(Stock Yard)에서 입찰할 때 제일 비싼 가격을 부르는 게 Black Angus 송아지입니다. 明泰鉉선배님은 제가 완전 은퇴하는 것을 막아주셨고 저를 더 젊게 만들어주셨습니다. 재삼 감사드립니다. 그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