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1호 2025년 10월] 문화 맛집을 찾아서
바스크 지방서 배운 요리 남양주 골목서 펼칩니다
뒤늦게 스페인 요리학교서 공부, 마석 작업실서 요리 수업 등 진행
바스크 지방서 배운 요리 남양주 골목서 펼칩니다

신소영 (서어서문01) 마하키친 대표
뒤늦게 스페인 요리학교서 공부
마석 작업실서 요리 수업 등 진행
남양주시 마석의 조용한 주택가 골목을 따라 들어서면,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공간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겉보기에는 여느 작업실과 다를 바 없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은은한 향과 따뜻한 기운이 가득 번진다. 이곳이 바로 ‘마하키친(Maha Kitchen)’.
“마하는 스페인어로 ‘친절한, 호감을 주는’이라는 뜻이에요. 사람과 자연, 그리고 삶을 잇는 공간이 되고 싶었죠” 신소영(서어서문01·사진) 동문은 웃으며 마하키친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의 길은 조금 늦게 시작됐다. 요리를 취미로만 즐기던 어느 날, 손님을 위해 밤새 음식을 준비했던 경험이 전환점이 됐다. “요리 때문에 밤을 샌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어떤 일도 밤새 해본 적이 없었는데, 요리만큼은 즐겁게 몰입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길을 선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2013년, 그는 안정된 커리어를 뒤로하고 과감히 스페인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바스크 지방 산세바스티안의 요리학교에서 공부하며 미슐랭 레스토랑부터 동네 선술집까지 주방 경험을 쌓았다. “거기서는 늘 제가 제일 늦고, 제일 못하는 연습생이었죠. 외국인이고, 나이도 많고, 여자였으니까요.” 고된 주방에서 부딪히며 그가 얻은 깨달음은 단순했다. 좋은 음식은 결국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는 것. 새벽마다 농부들이 건네던 제철 채소와 해산물이야말로 요리의 본질을 일깨워주는 교과서였다.
귀국 후 그는 홍대의 한 스페인 식당에서 일했지만, 대량으로 찍어내듯 만들어내는 음식은 마음을 채워주지 못했다. “제가 요리를 업으로 삼고 싶었던 이유는, 직접 만지고 냄새 맡고 느끼는 그 순간이 너무 즐거워서였어요. 그런데 주방에서 기계처럼 음식을 쏟아내는 건 제가 꿈꿨던 일과는 거리가 멀었죠.” 결국 그는 결심했다. 하고 싶은 요리를 하려면 스스로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마하키친이 문을 열었다.
마하키친은 손님이 찾아와 주문하는 식당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찾아가는 요리’를 한다. 밭에서, 농부시장에서, 축제나 공동체 행사에서 음식을 요리한다.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 지역 농부가 건네준 제철 재료가 요리의 주인공이 된다. 신소영 셰프는 “좋은 음식은 결국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는 믿음으로, 농부와의 교류를 가장 중요한 요리 과정으로 꼽는다.
그렇다고 마하키친이 단순한 팝업 부엌은 아니다. 이곳은 요리 수업과 공동체 모임이 열리는 교육 공간이자, 농부와 도시민이 만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신 셰프는 마석 작업실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요리를 실험하고, 함께 나누는 생활형 부엌”이라고 소개한다. 계절 채소와 과일 가공품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판매하기도 하며, 부엌은 늘 실험과 나눔의 현장이 된다. “작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지켜보면, 먹는 게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는 걸 알게 돼요. 그 과정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마하키친의 활동은 지역사회와도 맞닿아 있다. ‘기후미식 연구회’를 결성해 주민들과 채식 요리를 나누고, 쓰레기와 잡초로 뒤덮였던 산을 함께 치워 나무를 심었다. “먹거리는 기후 위기와 직결돼 있어요. 밥상은 곧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자리죠.” 아이들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거리에 쓰레기가 무심히 버려지는 모습을 보며 그는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살 수는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마하키친은 작은 동네에 뿌리내리면서도 세계와 연결된다. 올해 그는 팔레스타인 셰프 레지던시에 참여해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격했다. 돌아온 뒤에는 요리 강좌나 케이터링을 통해 팔레스타인 음식을 소개하며 그곳 이야기를 전했다. “요리가 단순한 취미나 직업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이 반영된 변화다.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 신소영 동문.
그는 마하키친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친절함, 자연스러움, 아름다움’을 꼽는다. “꾸미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음식과 공간에서도 그런 기운을 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전형적인 식당이 아닌 만큼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늘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가까이 이 길을 이어온 것 자체가 그에게는 가장 큰 보람이다.
신 셰프는 자신의 여정을 기록으로도 남겼다. ‘나를 만드는 바스크 요리’에는 늦깎이 요리사로서의 방황과 도전이, ‘봉금의뜰 레시피’에는 양평 ‘봉금의뜰’ 농장에서 농부들과 함께한 친환경 텃밭·공동체 이야기가 담겼다. 그는 “이렇게 해도 잘 살아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 그리고 “땅의 건강이 곧 우리의 건강”이라는 철학을 독자와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오는 10월 28일에는 공공디자인페스티벌에 선정된 프로젝트로, 봉금의 뜰에서 ‘토종 벼 수확 체험’이 열린다.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이번 행사는 마하키친이 추구하는 공동체적 가치와 자연스러운 삶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자리다. 마하키친의 소식은 인스타그램(@maha_kitchen)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정윤 기자

신소영 (서어서문01) 마하키친 대표
뒤늦게 스페인 요리학교서 공부
마석 작업실서 요리 수업 등 진행
남양주시 마석의 조용한 주택가 골목을 따라 들어서면,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공간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겉보기에는 여느 작업실과 다를 바 없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은은한 향과 따뜻한 기운이 가득 번진다. 이곳이 바로 ‘마하키친(Maha Kitchen)’.
“마하는 스페인어로 ‘친절한, 호감을 주는’이라는 뜻이에요. 사람과 자연, 그리고 삶을 잇는 공간이 되고 싶었죠” 신소영(서어서문01·사진) 동문은 웃으며 마하키친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의 길은 조금 늦게 시작됐다. 요리를 취미로만 즐기던 어느 날, 손님을 위해 밤새 음식을 준비했던 경험이 전환점이 됐다. “요리 때문에 밤을 샌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어떤 일도 밤새 해본 적이 없었는데, 요리만큼은 즐겁게 몰입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길을 선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2013년, 그는 안정된 커리어를 뒤로하고 과감히 스페인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바스크 지방 산세바스티안의 요리학교에서 공부하며 미슐랭 레스토랑부터 동네 선술집까지 주방 경험을 쌓았다. “거기서는 늘 제가 제일 늦고, 제일 못하는 연습생이었죠. 외국인이고, 나이도 많고, 여자였으니까요.” 고된 주방에서 부딪히며 그가 얻은 깨달음은 단순했다. 좋은 음식은 결국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는 것. 새벽마다 농부들이 건네던 제철 채소와 해산물이야말로 요리의 본질을 일깨워주는 교과서였다.
귀국 후 그는 홍대의 한 스페인 식당에서 일했지만, 대량으로 찍어내듯 만들어내는 음식은 마음을 채워주지 못했다. “제가 요리를 업으로 삼고 싶었던 이유는, 직접 만지고 냄새 맡고 느끼는 그 순간이 너무 즐거워서였어요. 그런데 주방에서 기계처럼 음식을 쏟아내는 건 제가 꿈꿨던 일과는 거리가 멀었죠.” 결국 그는 결심했다. 하고 싶은 요리를 하려면 스스로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마하키친이 문을 열었다.
마하키친은 손님이 찾아와 주문하는 식당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찾아가는 요리’를 한다. 밭에서, 농부시장에서, 축제나 공동체 행사에서 음식을 요리한다.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 지역 농부가 건네준 제철 재료가 요리의 주인공이 된다. 신소영 셰프는 “좋은 음식은 결국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는 믿음으로, 농부와의 교류를 가장 중요한 요리 과정으로 꼽는다.
그렇다고 마하키친이 단순한 팝업 부엌은 아니다. 이곳은 요리 수업과 공동체 모임이 열리는 교육 공간이자, 농부와 도시민이 만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신 셰프는 마석 작업실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요리를 실험하고, 함께 나누는 생활형 부엌”이라고 소개한다. 계절 채소와 과일 가공품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판매하기도 하며, 부엌은 늘 실험과 나눔의 현장이 된다. “작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지켜보면, 먹는 게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는 걸 알게 돼요. 그 과정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마하키친의 활동은 지역사회와도 맞닿아 있다. ‘기후미식 연구회’를 결성해 주민들과 채식 요리를 나누고, 쓰레기와 잡초로 뒤덮였던 산을 함께 치워 나무를 심었다. “먹거리는 기후 위기와 직결돼 있어요. 밥상은 곧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자리죠.” 아이들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거리에 쓰레기가 무심히 버려지는 모습을 보며 그는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살 수는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마하키친은 작은 동네에 뿌리내리면서도 세계와 연결된다. 올해 그는 팔레스타인 셰프 레지던시에 참여해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격했다. 돌아온 뒤에는 요리 강좌나 케이터링을 통해 팔레스타인 음식을 소개하며 그곳 이야기를 전했다. “요리가 단순한 취미나 직업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이 반영된 변화다.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 신소영 동문.
그는 마하키친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친절함, 자연스러움, 아름다움’을 꼽는다. “꾸미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음식과 공간에서도 그런 기운을 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전형적인 식당이 아닌 만큼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늘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가까이 이 길을 이어온 것 자체가 그에게는 가장 큰 보람이다.
신 셰프는 자신의 여정을 기록으로도 남겼다. ‘나를 만드는 바스크 요리’에는 늦깎이 요리사로서의 방황과 도전이, ‘봉금의뜰 레시피’에는 양평 ‘봉금의뜰’ 농장에서 농부들과 함께한 친환경 텃밭·공동체 이야기가 담겼다. 그는 “이렇게 해도 잘 살아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 그리고 “땅의 건강이 곧 우리의 건강”이라는 철학을 독자와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오는 10월 28일에는 공공디자인페스티벌에 선정된 프로젝트로, 봉금의 뜰에서 ‘토종 벼 수확 체험’이 열린다.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이번 행사는 마하키친이 추구하는 공동체적 가치와 자연스러운 삶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자리다. 마하키친의 소식은 인스타그램(@maha_kitchen)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