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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호 2025년 10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미스코리아 첫 才…펜싱 무대로 차별화했죠

봉사·전공 경험이 만든 인재, 연예인보다 교수되는 게 목표
미스코리아 첫 才…펜싱 무대로 차별화했죠


이서현 (동양화23) 재학생

봉사·전공 경험이 만든 인재
연예인보다 교수되는 게 목표

“어려서부터 꿈꿔왔던 무대였어요.”
올해 미스코리아 ‘재(才)’ 부문 무대에서 이름이 호명되던 순간, 이서현(동양화23·사진) 학생은 오랫동안 품어온 꿈이 눈앞에서 현실로 완성되는 장면을 마주했다. 그림과 학업에 몰두하던 일상에서 전혀 다른 세계로 발걸음을 옮겨 도전하기까지, 그의 발걸음은 흔들림 속에서도 단단했다. 차분하고 맑은 눈빛을 지닌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확신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정을 말했다.
9월 24일 관악캠퍼스에서 학업과 예술, 그리고 용기 있는 도전을 동시에 껴안으며 빛나는 성취를 이룬 이서현 학생을 만나, 그 여정과 앞으로 펼쳐갈 꿈에 대해 들어봤다.
그의 도전은 충동이 아니었다. “4살 때부터 막연히 미스코리아가 되고 싶었다”며 “어른들이 농담처럼 ‘나중에 나가보라’고 하신 말씀이 어린 마음에 각인되었고, 그것이 평생의 꿈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마침내 이름이 호명되던 순간 그는 “상상만 하던 장면이 현실이 되어 신기했다”고 말했다.
최종 무대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Top24에서 Top10으로, 그리고 다섯 명의 당선자가 차례로 불렸다. ‘탑텐에 들 수 있을까’ 조마조마하던 심장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비로소 안도와 환희로 바뀌었다. 그는 도전을 부모님 외에는 거의 알리지 않았다. 펜싱부와 가까운 몇 명의 친구에게만 털어놓고, 그들과 함께 무대를 준비했다. 혹시 실패할까 봐 주저했던 마음을 숨긴 채, 묵묵히 꿈에 다가갔다.
“그림 그리고 공부만 하던 평범한 학생”으로 살아온 그에게 미스코리아 무대는 낯선 영역이었다. 워킹, 스피치, 퍼스널 브랜딩까지 전혀 새로운 영역을 익혀야 했다. 특기는 ‘펜싱’으로 정했다. 무대 구성과 동작, 음악까지 펜싱부 동료들과 함께 연출해 한 편의 퍼포먼스로 완성했다. 대다수 후보자가 노래나 춤을 선보이는 사이, 그는 펜싱복을 입고 음악에 맞춘 펜싱 시연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부원들이 무대 구성과 음악 연출까지 도와줘서 무대를 완성할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무대에 서기 직전까지도 긴장은 극심했지만, 간절함이 그를 버티게 했다.
“사람들 앞에서 저를 보이는 건 늘 부끄럽고 힘들었어요. 하지만 미스코리아라는 꿈이 있었기에 끝내 무대에서 저 자신을 드러낼 수 있었죠. 떨리더라도 무대에 오르면 반드시 저를 보여주자고 다짐했어요.” 그렇게 무대에 선 그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새로운 자신을 발견했다. 그 다짐은 실제로 PR·발표 상황에서의 자신감으로 이어졌고, “할 때는 해야 한다”는 태도가 몸에 배게 됐다.
그가 수상한 ‘재(才)’ 부문은 올해 처음 신설된 영역이다. 예술적 재능과 창의성,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재를 찾기 위한 자리다.
그는 “동양화를 전공하고 벤처경영을 복수 전공하며 예술과 학문을 함께 탐구한 점이 취지와 잘 맞았다”며 “단순히 외모가 아니라 다채로운 경험과 역량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봉사단 임원, 해외 교육 봉사 등 다양한 활동 역시 ‘지덕체’를 갖춘 후보자로 비치는 데 큰 힘이 됐다.
서울대에서의 시간은 그의 도전을 지탱한 밑거름이었다. 그는 이화여대 재학 시절 ROTC 과정에 참여했으나 반수 끝에 서울대로 진학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이후 모교에서 학업과 동아리를 병행하며 성장의 기회를 넓혀 갔다. 한 전공에 머무르지 않고 조경·의류·영상예술매체 등을 탐색한 끝에 벤처경영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했다. 그는 “하나의 길만 고집하기보다는 여러 시도를 통해 저를 다채롭게 만들고 싶었다”며 “그런 경험들이 무대에서도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회 준비와 학업을 병행하는 과정은 고된 여정이었다. 여름 방학 동안 그는 근로 장학, 계절 학기, 합숙 훈련, 미스코리아 일정을 동시에 소화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학교 수업과 근로 장학, 금·토·일은 미스코리아 일정이 이어졌어요.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모든 시간이 꽉 차 있었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틴 끝에 계절학기 성적도 잘 나오고 미스코리아까지 당선돼 뿌듯해요.”
그의 말에는 스스로 선택한 도전을 끝까지 밀어붙인 뿌듯함이 배어 있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길이기에 버틸 수 있었다”며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도 분명하다. 그는 “연예계 활동은 전혀 생각이 없다. 공부를 계속 이어가 교수로 성장하고 싶다”며 “예술과 경영을 접목해 문화예술 분야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또한 예술과 대중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함에 있어 “미스코리아라는 타이틀은 분명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 “찬란함”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껴 더 많은 도전을 하며 채워가려 했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 전공을 공부하며 미스코리아라는 꿈도 이뤘다”며 “그 자체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최근 미스코리아 대회는 시대 변화에 맞춰 운영방식도 달라졌다. 한국일보가 주최하고 MBC에서 송출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한국일보의 후원 아래 글로벌 E&B가 주최를 맡는다. 또한, 외모 중심 평가와 수영복 심사가 상징적이던시절에서 벗어나, 현재는 수영복 심사가 폐지되고 참가자의 개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중시하는 콘텐츠 중심의 현대적 방향으로 전환됐다.이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