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1호 2025년 10월] 문화 동아리탐방
“자세히 볼수록 귀엽습니다” 곤충에 반한 청춘들
117명 회원 채집·전시·퍼포먼스 “곤충은 생태계의 윤활유”
“자세히 볼수록 귀엽습니다” 곤충에 반한 청춘들
곤충동아리
‘헥사포다(HEXAPODA)’

지난 5월, 강촌으로 떠난 MT에서 등화 채집을 하며 곤충을 관찰하는 헥사포다 회원들.
117명 회원 채집·전시·퍼포먼스
“곤충은 생태계의 윤활유”
서울대에 아이돌 EXO 카이와 NCT 텐이 나타났다. 인기 유튜브 채널 ‘전과자’ 촬영을 위해 서울대 곤충동아리 헥사포다(HEXAPODA)와 함께 곤충을 채집했다. 영상은 조회수 백만 회를 넘기며 화제를 모았고, 동아리의 이름도 한층 널리 알려졌다. 농업생명과학대학 소속 헥사포다는 곤충에 매료된 학생들이 모여 활동하는 취미·학술 동아리다. 가을빛이 스며든 9월 중순, 총동창회사무실로 찾아온 헥사포다 성호영(농경제사회22) 회장을 직접 만났다.
이름 그대로 ‘여섯 다리’를 가진 작은 존재들을 가까이에서 탐구하며, 생태와 예술을 넘나드는 실험적인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헥사포다. 성 회장은 “곤충은 생태계의 윤활유와도 같다”고 말했다. 꿀벌과 나비는 꽃가루받이를 하며 식물이 열매를 맺도록 돕고, 송장벌레와 쇠똥구리는 땅의 사체를 분해한다. 거대한 나무와 포유류가 생태계의 기둥이라면, 그 사이사이를 메우며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곤충이라는 비유였다. 그는 또 사회성 곤충의 지능적인 행동을 관찰할 때마다 “곤충이 미물이 아니라 단지 인간과 다른 진화 방식을 택한 존재 같다”고 했다. “과연 인간만이 고등생물이라 우월하다 말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성 회장의 질문은 생명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정교하게 진화해 왔음을 생각하게 한다.
더불어 성 회장은 곤충을 모든 사람이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이유 없는 혐오가 이어지는 것은 곤충에게도, 사람에게도 불행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세히 볼수록 귀엽습니다. 털이 복슬복슬한 엉덩이나 빛나는 꼬리털을 보면 눈을 뗄 수가 없다”며 웃었다. 곤충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이 반짝이던 그의 모습에서, 곤충의 매력을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헥사포다의 활동 무대는 교정 안팎으로 펼쳐진다. 봄이 오면 부원들은 채집통과 망을 들고 관악산으로 향한다. 나비망 끝에 파르르 떨며 걸린 제비나비를 들여다보며, 아직 서툰 손길은 어찌할 바를 몰라 웃음을 터뜨리고, 익숙한 선배들은 곤충의 상태를 살피며 도감을 펼친다. 여름에는 지리산으로, 가을에는 청계산·인천 등지로 채집 범위를 넓히며 관찰을 이어간다.밤에는 빛을 향해 몰려드는 곤충의 습성을 이용해 흰 천을 세워두고 밤새 등화 채집을 한다. 눈부신 전등 아래로 날아든 나방과 딱정벌레가 가득 매달리면, 흥분과 감탄이 뒤섞인 환호가 밤공기 속에 퍼진다.

맑은 날, 산겨릅나무 주변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 루리하늘소.
채집과 관찰에 더해, 헥사포다는 곤충을 예술의 언어로 풀어내기도 한다. 미대생 회원들은 곤충의 색과 형태를 작품으로 옮겨 전시를 열었고, 영상과 음악을 결합한 공연도 꾸몄다. 지난해에는 ‘인섹트 레이브 파티’를 열고 “두려워 말라”라는 위트있는 주제로 음악과 곤충 영상을 DJ 퍼포먼스와 함께 선보였다.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즐거움과 호기심으로 바꿔낸 시도는 큰 반향을 불러와, 17명에 불과했던 회원 수가 단숨에 117명으로 늘어났다.
헥사포다는 2017년 응용생물학계열 학생들을 중심으로 출발해, 지금은 농생대를 넘어 미대·인문대 등 다양한 학과 학생들이 함께하는 동아리로 자리 잡았다. 대표 활동은 정기 채집과 채집 MT, 연간 1~2회 전시이며, 매년 대외 협력 활동도 활발하다. 새를 탐조하는 ‘야조회’, 생태 진화 스터디 모임 ‘생진스’, 버섯 동아리 ‘마이코’와 교류하며 관찰 기록을 나누고, 서로의 방식에서 배우는 기회도 만들어가고 있다.
운영을 이어가며 부딪히는 현실적 과제도 있다. 야간 채집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전력이 필수지만, 현재는 휘발유 발전기나 외부 전원에 의존해야 한다. 성 회장은 “파워뱅크가 있으면 안전하게 오래 채집할 수 있고, 언젠가는 장비를 싣고 다닐 채집 전용 차량도 마련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앞으로 헥사포다는 대외 협력 활동을 넓혀 곤충을 더 가까이 소개할 계획이다. 성 회장은 “언젠가 교내 곳곳에 체험 부스를 설치해 학생들이 직접 곤충을 만져보고 관찰할 수 있게 해보고 싶다”며, “지역사회와 온라인으로도 활동을 확장해 가겠다”고 말했다.
“눈에 잘 띄는 새나 포유류와 달리, 곤충은 작아서 더 쉽게 지나칩니다. 하지만 그런 작은 존재를 꾸준히 들여다보는 일, 그게 헥사포다가 이어가고 싶은 여정입니다.”송해수 기자
곤충동아리
‘헥사포다(HEXAPODA)’

지난 5월, 강촌으로 떠난 MT에서 등화 채집을 하며 곤충을 관찰하는 헥사포다 회원들.
117명 회원 채집·전시·퍼포먼스
“곤충은 생태계의 윤활유”
서울대에 아이돌 EXO 카이와 NCT 텐이 나타났다. 인기 유튜브 채널 ‘전과자’ 촬영을 위해 서울대 곤충동아리 헥사포다(HEXAPODA)와 함께 곤충을 채집했다. 영상은 조회수 백만 회를 넘기며 화제를 모았고, 동아리의 이름도 한층 널리 알려졌다. 농업생명과학대학 소속 헥사포다는 곤충에 매료된 학생들이 모여 활동하는 취미·학술 동아리다. 가을빛이 스며든 9월 중순, 총동창회사무실로 찾아온 헥사포다 성호영(농경제사회22) 회장을 직접 만났다.
이름 그대로 ‘여섯 다리’를 가진 작은 존재들을 가까이에서 탐구하며, 생태와 예술을 넘나드는 실험적인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헥사포다. 성 회장은 “곤충은 생태계의 윤활유와도 같다”고 말했다. 꿀벌과 나비는 꽃가루받이를 하며 식물이 열매를 맺도록 돕고, 송장벌레와 쇠똥구리는 땅의 사체를 분해한다. 거대한 나무와 포유류가 생태계의 기둥이라면, 그 사이사이를 메우며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곤충이라는 비유였다. 그는 또 사회성 곤충의 지능적인 행동을 관찰할 때마다 “곤충이 미물이 아니라 단지 인간과 다른 진화 방식을 택한 존재 같다”고 했다. “과연 인간만이 고등생물이라 우월하다 말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성 회장의 질문은 생명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정교하게 진화해 왔음을 생각하게 한다.
더불어 성 회장은 곤충을 모든 사람이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이유 없는 혐오가 이어지는 것은 곤충에게도, 사람에게도 불행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세히 볼수록 귀엽습니다. 털이 복슬복슬한 엉덩이나 빛나는 꼬리털을 보면 눈을 뗄 수가 없다”며 웃었다. 곤충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이 반짝이던 그의 모습에서, 곤충의 매력을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헥사포다의 활동 무대는 교정 안팎으로 펼쳐진다. 봄이 오면 부원들은 채집통과 망을 들고 관악산으로 향한다. 나비망 끝에 파르르 떨며 걸린 제비나비를 들여다보며, 아직 서툰 손길은 어찌할 바를 몰라 웃음을 터뜨리고, 익숙한 선배들은 곤충의 상태를 살피며 도감을 펼친다. 여름에는 지리산으로, 가을에는 청계산·인천 등지로 채집 범위를 넓히며 관찰을 이어간다.밤에는 빛을 향해 몰려드는 곤충의 습성을 이용해 흰 천을 세워두고 밤새 등화 채집을 한다. 눈부신 전등 아래로 날아든 나방과 딱정벌레가 가득 매달리면, 흥분과 감탄이 뒤섞인 환호가 밤공기 속에 퍼진다.

맑은 날, 산겨릅나무 주변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 루리하늘소.
채집과 관찰에 더해, 헥사포다는 곤충을 예술의 언어로 풀어내기도 한다. 미대생 회원들은 곤충의 색과 형태를 작품으로 옮겨 전시를 열었고, 영상과 음악을 결합한 공연도 꾸몄다. 지난해에는 ‘인섹트 레이브 파티’를 열고 “두려워 말라”라는 위트있는 주제로 음악과 곤충 영상을 DJ 퍼포먼스와 함께 선보였다.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즐거움과 호기심으로 바꿔낸 시도는 큰 반향을 불러와, 17명에 불과했던 회원 수가 단숨에 117명으로 늘어났다.
헥사포다는 2017년 응용생물학계열 학생들을 중심으로 출발해, 지금은 농생대를 넘어 미대·인문대 등 다양한 학과 학생들이 함께하는 동아리로 자리 잡았다. 대표 활동은 정기 채집과 채집 MT, 연간 1~2회 전시이며, 매년 대외 협력 활동도 활발하다. 새를 탐조하는 ‘야조회’, 생태 진화 스터디 모임 ‘생진스’, 버섯 동아리 ‘마이코’와 교류하며 관찰 기록을 나누고, 서로의 방식에서 배우는 기회도 만들어가고 있다.
운영을 이어가며 부딪히는 현실적 과제도 있다. 야간 채집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전력이 필수지만, 현재는 휘발유 발전기나 외부 전원에 의존해야 한다. 성 회장은 “파워뱅크가 있으면 안전하게 오래 채집할 수 있고, 언젠가는 장비를 싣고 다닐 채집 전용 차량도 마련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앞으로 헥사포다는 대외 협력 활동을 넓혀 곤충을 더 가까이 소개할 계획이다. 성 회장은 “언젠가 교내 곳곳에 체험 부스를 설치해 학생들이 직접 곤충을 만져보고 관찰할 수 있게 해보고 싶다”며, “지역사회와 온라인으로도 활동을 확장해 가겠다”고 말했다.
“눈에 잘 띄는 새나 포유류와 달리, 곤충은 작아서 더 쉽게 지나칩니다. 하지만 그런 작은 존재를 꾸준히 들여다보는 일, 그게 헥사포다가 이어가고 싶은 여정입니다.”송해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