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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호 2005년 11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정신적,물질적 빈곤 예고

辛 京 珉 MBC 논설위원 본보 논설위원

97~98년 미국 중서부 인디애나주립대에 있는 동안 서울대의 빈약을 실감하면서 매우 우울했고 걱정스러웠다. 미국에서 이 대학의 위상은 한국에서 서울대의 그것에 훨씬 못 미치지만 내실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알찬 강의와 열성적인 학생들, 쾌적하고 합리적인 캠퍼스도 그렇지만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서울대 내지는 우리 사회의 빈약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도서관이 전공별로 캠퍼스에 흩어져 있고 어느 도서관이나 장서와 시설면에서 나무랄 데가 없었다. 영어로 된 책에 있어서 필요한 책이 거의 반드시 어디엔가 있다고 믿으면 틀림이 없었다. 저널리즘 도서관에서 숙제를 하다가 각주에 나온 책이나 저널을 찾으면 그 자료가 꽂혀 있었던 경험이 신기했었다. 만약 캠퍼스를 다 뒤져도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나면 책을 구해서 갖다 주는 시스템이 작동된다. 미국 중서부 대학연합의 장서교환 시스템을 통하거나 미국 의회 도서관 심지어는 유럽 대학과 교류하는 방법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  영어가 아닌 언어로 된 책의 경우에도 여러 장치가 있었다. 한글로 된 책도 충분하다고는 못하지만 중앙 도서관의 상당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서 구경 삼아 서가를 돌아보곤 했다. 중앙 도서관의 한중일 도서담당자로 몇 십 년 동안 일해 온 중국 출신 사서가 한국 책을 줄줄 꿰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이 중국인 사서는 천직으로 아는데다가 겸손해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인 사서보를 계약직으로 두고 있어 다행이었다.  도서관에는 책만이 아니라 한 구석에는 비디오와 사진 자료가 있고 전산 코너도 마련돼 있어 아주 싼 값에 복사를 할 수 있었다.(최근에는 전산 코너가 주요한 부분으로 커졌다고 졸업생이 전해 왔다)  친절한 사서들, 개가식 진열, 충분한 세미나실, 대학원생을 위한 방과 공간, 전공 책을 몇 달 빌려주는 제도, 1년 24시간 열어두는 공간, 주민 개방 등 여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돼 있어 참으로 부러웠다. 이런 도서관은 대학이 존립하는 절대적 근거일 뿐 아니라 시골 대학으로서는 우수한 학생을 끌어들이는 현실적 생존 방책이기도 하다. 이런 대학들이 미국에만 수백 개 이상이고 우리는 이런 대학과 여기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과 싸워야 한다고 보면 된다.  지금 서울대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 인디애나대학의 도서관이 떠오르면서 논점이 어긋난 논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현재 상태에서 우리 사회의 빈약을 보여줄 뿐 아니라 장래의 정신적, 물질적 빈곤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여 암담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