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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호 2025년 10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AI 변화 속도 상상초월…서울대 AI 연구 지금이 골든타임

‘AI For All’ 전 학문 잇는 플랫폼으로, 서울대 AI의 경쟁력은 최고 전문가 집단의 힘, 대학 역할은 새 패러다임 여는 원천기술 제공, 지속 가능한 AI, AI 활용 양극화 숙제 풀어야
AI 변화 속도 상상초월…서울대 AI 연구 지금이 골든타임 




‘AI For All’ 전 학문 잇는 플랫폼으로
서울대 AI의 경쟁력은 최고 전문가 집단의 힘
 
대학 역할은 새 패러다임 여는 원천기술 제공
지속 가능한 AI, AI 활용 양극화 숙제 풀어야 
 
서울대학교 인공지능(AI) 연구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9월 부임한 이재욱(전기93) 서울대 제2대 AI연구원장은  “AI의 변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지금이 서울대 AI 연구의 골든타임”이라 말한다. 
   AI연구원은 2019년 설립 이후 ‘AI For All’을 모토로, 공학을 넘어 인문·자연·의학·법학·사회과학 등 전 학문을 아우르는 융합 연구를 이끌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대는 오픈AI와 AI 네이티브 캠퍼스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며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9월 29일 만난 이 원장은 “AI 기술은 새로운 인간의 언어와 같다”며 기술의 속도보다 지속 가능성과 사람 중심 연구를 강조했다. 그는 2년의 임기를 “서울대 AI 생태계를 도약시킬 결정적 시기”라 표현하며 AI의 사회적 파급과 대학의 미래 역할을 동시에 짚었다.
 
-AI연구원을 서울대 AI 연구의 플랫폼으로 보면 될까요.
“맞습니다. 서울대 AI연구원은 캠퍼스 전체를 아우르는 연구 플랫폼입니다. 본부 산하 기관으로 공학뿐 아니라 사회과학, 의학, 인문, 법학 등 모든 분야가 함께합니다.
현재 운영진은 약 20명, 겸무 연구원 220명, 상근 연구원 60명 등 전체적으로 300명 이상의 규모입니다. 예산은 외부연구비·법인회계·발전기금 등 다양한 재원으로 조달하고 있습니다.”
-조직은 어떻게 구성돼 있습니까.
“실무위원회와 운영위원회 두 축으로 움직입니다. 실무위원회는 2주 단위로 긴밀히 협의하고, 운영위원회는 학기별로 주요 사업 보고 및 결정을 합니다.”
-서울대 AI 연구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뛰어난 교수진과 학생들의 역량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서울대가 가진 ‘종합대학의 힘’입니다.
AI연구원은 ‘AI For All’을 슬로건으로, 이공계뿐 아니라 법학, 의학, 경영,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AI 기술이 ‘X+AI’ 형태로 확장될 때, 그 잠재력은 단순히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학문 전체의 혁신으로 이어집니다.”
- 서울대 출신 AI 연구자들도 활약이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스탠퍼드대 최예진 교수는 자연어 처리 분야의 선도 연구자이고, LG의 엑사원 개발을 총괄하는 이홍락, 임우형 공동원장,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도 서울대 출신입니다. 또 몰로코, 센드버드, 퓨리오사AI, 리벨리온처럼 AI를 기반으로 한 동문창업 스타트업들도 활발히 성장했습니다.”
-최근 오픈AI와의 협약이 큰 화제가 됐습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학교 구성원 누구나 AI를 전기처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AI 네이티브 캠퍼스’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도구의 접근성을 높이고, 교육·연구 전반의 혁신을 도모하게 됩니다. 또 하나는 하버드, MIT, 옥스퍼드 등과 함께하는 ‘넥스트젠 AI 컨소시엄(NextGen AI Consortium)’에 서울대가 아시아 최초로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엘리트 AI 인력 양성 및 공동 연구 네트워크 구축이 주요 골자입니다.”
-기업의 AI 연구와 대학의 연구는 다른가요.
“다를 수 밖에 없죠. 기업은 당장의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위한 응용기술 개발에 초점이 있지만, 대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원천 기술’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ChatGPT가 트랜스포머 기반 구조라면, 대학은 그 다음 패러다임을 찾아야 합니다 ‘포스트 트랜스포머’ 시대의 근본적 알고리즘 연구 말이죠.”
-원천 기술이라는 개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면요.
“AI의 발전에는 마일스톤(중요 단계)이 있었습니다. 1990년대 AI 겨울을 지나 2012년 토론토대의 ‘알렉스넷(AlexNet)’이 등장하면서 딥러닝 시대가 활짝 열렸죠.
이처럼 지금의 AI 역시 대학 연구에서 새 전환점을 맞을 수 있습니다. 서울대는 그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지금은  ‘지속 가능한 AI’, 즉 에너지와 자원, 컴퓨팅 비용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이 필요합니다.”
-현재 AI 연구자들이 겪는 가장 큰 현실적 문제는 무엇인가요.
“딱 하나로 말하면 ‘인프라’, 즉 컴퓨팅 자원입니다. AI 연구는 GPU 수천, 수만 개가 필요한 고비용 연구이기 때문에, 대학이 이런 자원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서울대도 전력·공간 제약이 있고, 슈퍼컴퓨터급 장비는 개별 연구자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팜(farm) 형태의 GPU 인프라를 학교 차원에서 공동 운영할 필요가 절실합니다.”
-대학 제도나 구조적 한계도 있을까요?
“교육부의 규제 체계 안에 있다 보니 교원 정원이나 자원 확충이 빠르게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학은 혁신을 하되, 제도적 틀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속도에는 한계가 있죠.”
-지금 AI 기술의 진화 단계는 어디쯤 와 있습니까.
“대략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세대는 ‘인식형 AI’, 즉 사물을 인식하는 단계였습니다. 2세대는 ‘생성형 AI’, 우리가 현재 익숙한 ChatGPT류의 시대죠. 지금은 그 다음 단계인 ‘에이전트 AI(Agentic AI)’로 가고 있습니다. 사람이 프롬프트를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단계입니다. 그리고 4세대는 물리적 세상에서 로봇이나 센서를 통해 작동하는 ‘피지컬 AI’가 될 것입니다. 현재는 2.5단계, 생성형과 에이전트의 중간 지점에 와 있습니다.”
-교수님은 AI를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십니까.
“문서 정리, 보고서 작성, 코딩 보조 등 일상적 영역에서부터 연구 논문 교정, 교육 교재 제작까지 다양하게 씁니다. 연구와 교육에서 이미 필수 도구가 됐습니다.”
- AI의 발전을 낙관적으로 보십니까.
“AI는 인간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그게 양극화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AI의 생산성 증폭 효과는 숙련된 인력에게 더욱 크게 작용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반면, 저숙련 인력의 생산성 향상은 상대적으로 미미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둘 사이의 생산성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것입니다. AI는 결국 도구입니다. 전기가 그랬던 것처럼,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류의 방향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기술 그 자체보다 ‘어떻게 사회적으로 합의하고 활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AI 규제를 논의하는 움직임이 있습니까.
“제가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서 조심스럽습니다만, 국가별로 규제가 다르고, EU는 통합 법안을 추진 중입니다. UN에서도 협의체가 가동되고 있지만, 아직은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국가 간 이해관계가 달라 ‘AI 국제기구’ 같은 형태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대 원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 주세요.
“AI연구원은 서울대의 모든 학문 단위를 잇는 허브가 되어야 합니다. 의학, 금융, 법, 윤리, 사범, 인문학 등 각 분야를 AI 기술로 연결하고, 교내외 협력을 활성화하겠습니다. 
AI 연구자 매칭 시스템을 도입해 교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협력 조합을 제시하는 것도 준비 중입니다. 또한 산학협력센터(CIC)를 중심으로 산업계와 적극 협력하여 원천기술의 산업화를 추진하겠습니다.
국제 협력도 강화할 것입니다. 국제협력본부장으로서 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세계 주요 대학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겠습니다.”
-임기 2년을 ‘골든타임’이라고 표현하셨죠.
“그렇습니다. 지금 AI의 변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2년 안에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느냐에 따라 서울대의, 더 나아가 한국 AI 연구의 위상이 달라질 것입니다. 짧지만 가장 중요한 시기, 바로 지금이 골든타임입니다.”
- 끝으로 동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I연구원이 서울대 AI 생태계의 플랫폼으로 확실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AI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동문 여러분의 관심과 후원이, 서울대가 세계적 AI 연구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김남주 기자
 
이재욱 교수는 
 
△2002 Stanford University 공학석사 △2009 MIT 공학박사 △2011-2016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조교수 △2016~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2022 서울대 학술연구교육상 수상 △2022-2023 Google Deepmind 방문연구원 △2024 서울대 국제협력본부장 
 
서울대 AI연구원(AIIS)은
 
2019년 설립된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 연구기관으로,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이라는 비전 아래 학문, 산업, 사회 전반의 혁신을 목표로 다양한 연구와 산학협력, 인재양성에 힘쓰고 있다. 연구원에는 300여 명의 연구진이 참여하며, X+AI(응용)와 Core AI(원천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30개 이상의 선도혁신연구센터를 운영한다. 주요 연구 분야는  딥러닝, 자연어 처리, 컴퓨터비전 로보틱스, AI 윤리 및 신뢰성 등이며 의료·금융·에너지·음악·신약개발 등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AIIS는 국책연구, 대기업·스타트업과의 공동 프로젝트(네이버, LG, 삼성 등) 및 글로벌 기관(Stanford, MIT 등)과의 협력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와 혁신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누적 연구비는 약 851억원, 300여 건의 연구과제를 수행했으며, 17개 AI 스타트업을 창업 지원하는 등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교육·사회적 기여 측면에서는 AI 대학원, 산학협력 인턴십, 무료 강연(모두의 AI), 여름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차세대 AI 인재를 양성하고, 대중과의 소통 및 AI 대중화를 실현하고 있다. 향후에는 시흥캠퍼스에 수도권 최초 240MW급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센터 구축, K-휴머노이드 프로젝트, 바이오클러스터 조성 등 첨단 인프라와 국가 전략기술의 중심 역할을 강화하며, AI 산업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