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호 2025년 9월] 오피니언 재학생의 소리
찬란한 순간, 여자축구부와 5년
김도은(체육교육21) 전 서울대 여자축구부 주장
찬란한 순간, 여자축구부와 5년

김도은(체육교육21)
전 서울대 여자축구부 주장
고3 때 저는 서울대 종합운동장을 바라보며 ‘이곳이 내가 뛰는 운동장이 됐으면’ 하고 꿈꿨습니다. 이후 정말 체육교육과 21학번으로 입학해, 교내 여자축구부 SNUWFC에 가입했습니다. 길어야 3년이라 생각했지만 어느새 5년 차 팀 최고참 선배가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로망이 충족되고도 넘쳐흘렀던 시간이었습니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관악산과 예쁜 노을 그리고 웃음소리를 배경 삼은 훈련, 심장 터질듯한 대회, 즐거운 뒤풀이까지… 수 많은 추억이 쌓였습니다. 그 중 지금도 마음 깊이 저를 지탱해 주는 소중한 기억을 꺼내보고자 합니다.
새내기 때 첫 대회에 가는 버스 안이었습니다. 반소매 차림에 강한 에어컨 바람으로 정말 추웠는데, 옆자리 선배가 말없이 겉옷을 벗어 제게 덮어줬습니다. 또, 경기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제가 혼자 걷고 있었는데, 그 선배가 자연스레 제 곁에 와서 말을 걸어줬습니다. 다정하고도 담백하게 저를 챙겨주던 그 선배에게 감동 받았고, 팀원으로서 소속감을 느꼈습니다. 저도 그 선배 같은 선배가 되고 싶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먼저 챙겨줄 줄 알고, 몇 발 뒤에서 모두를 아울러 보다가 동떨어진 누군가에게 초점을 두는 그런 선배 말입니다. 작은 진심이 닿아 팀에게 큰 애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이후 제가 어떤 집단에 속하든 팀과 팀원에 대한 작은 노력에 인색하지 않게 됐습니다.
다음은 주장으로 출전한 한 대회의 쉬는 시간 일입니다. 존경하는 선배에게 ‘학업과 취미의 병행’에 대한 고민 상담을 했습니다. 축구부 활동은 분명 재미있는 취미지만, 진로를 위한 스펙을 쌓고 도전할 때 방해되는 요소로도 느꼈습니다. 저는 진로에 관한 활동을 ‘생산적인 것’, 축구부 활동을 ‘비생산적인 것’으로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며 전자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종종 축구에 몰입하는 것이 스스로 멋있지 않다고 느꼈고, 은은한 불안감과 불만족이 있었습니다. 제 고민을 들은 선배는 ‘생산성’이 꼭 직업이나 돈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라며 관점을 새롭게 열어주었습니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나답게 느끼는 활동이야말로 더 ‘생산적’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대학팀으로 축구할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기적같은 시간이며, 반드시 붙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느 여름날 잔디에 앉아 타 팀의 경기를 지켜보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직접 뛰는 것만큼 타 팀의 경기를 보는 걸 좋아합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의지하며 뛰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저처럼 대학에 와서 처음 축구 경기를 뛰어본 친구들이 이 짜릿함을 오래 경험하면 좋겠다. 조금 더 일찍 시작해, 조금 더 오래 축구할 수 있다면….’ 이들의 열정이 이어지도록 힘을 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도 생깁니다.
찬란하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이자, 여자축구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입니다. 함께 울고 웃었던 5년의 일상이 그리울 것입니다. 찬란한 시간을 만들어 준 모든 여자축구부 인연에 감사를 전합니다.

김도은(체육교육21)
전 서울대 여자축구부 주장
고3 때 저는 서울대 종합운동장을 바라보며 ‘이곳이 내가 뛰는 운동장이 됐으면’ 하고 꿈꿨습니다. 이후 정말 체육교육과 21학번으로 입학해, 교내 여자축구부 SNUWFC에 가입했습니다. 길어야 3년이라 생각했지만 어느새 5년 차 팀 최고참 선배가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로망이 충족되고도 넘쳐흘렀던 시간이었습니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관악산과 예쁜 노을 그리고 웃음소리를 배경 삼은 훈련, 심장 터질듯한 대회, 즐거운 뒤풀이까지… 수 많은 추억이 쌓였습니다. 그 중 지금도 마음 깊이 저를 지탱해 주는 소중한 기억을 꺼내보고자 합니다.
새내기 때 첫 대회에 가는 버스 안이었습니다. 반소매 차림에 강한 에어컨 바람으로 정말 추웠는데, 옆자리 선배가 말없이 겉옷을 벗어 제게 덮어줬습니다. 또, 경기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제가 혼자 걷고 있었는데, 그 선배가 자연스레 제 곁에 와서 말을 걸어줬습니다. 다정하고도 담백하게 저를 챙겨주던 그 선배에게 감동 받았고, 팀원으로서 소속감을 느꼈습니다. 저도 그 선배 같은 선배가 되고 싶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먼저 챙겨줄 줄 알고, 몇 발 뒤에서 모두를 아울러 보다가 동떨어진 누군가에게 초점을 두는 그런 선배 말입니다. 작은 진심이 닿아 팀에게 큰 애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이후 제가 어떤 집단에 속하든 팀과 팀원에 대한 작은 노력에 인색하지 않게 됐습니다.
다음은 주장으로 출전한 한 대회의 쉬는 시간 일입니다. 존경하는 선배에게 ‘학업과 취미의 병행’에 대한 고민 상담을 했습니다. 축구부 활동은 분명 재미있는 취미지만, 진로를 위한 스펙을 쌓고 도전할 때 방해되는 요소로도 느꼈습니다. 저는 진로에 관한 활동을 ‘생산적인 것’, 축구부 활동을 ‘비생산적인 것’으로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며 전자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종종 축구에 몰입하는 것이 스스로 멋있지 않다고 느꼈고, 은은한 불안감과 불만족이 있었습니다. 제 고민을 들은 선배는 ‘생산성’이 꼭 직업이나 돈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라며 관점을 새롭게 열어주었습니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나답게 느끼는 활동이야말로 더 ‘생산적’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대학팀으로 축구할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기적같은 시간이며, 반드시 붙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느 여름날 잔디에 앉아 타 팀의 경기를 지켜보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직접 뛰는 것만큼 타 팀의 경기를 보는 걸 좋아합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의지하며 뛰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저처럼 대학에 와서 처음 축구 경기를 뛰어본 친구들이 이 짜릿함을 오래 경험하면 좋겠다. 조금 더 일찍 시작해, 조금 더 오래 축구할 수 있다면….’ 이들의 열정이 이어지도록 힘을 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도 생깁니다.
찬란하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이자, 여자축구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입니다. 함께 울고 웃었던 5년의 일상이 그리울 것입니다. 찬란한 시간을 만들어 준 모든 여자축구부 인연에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