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호 2025년 9월] 오피니언 동문기고
99년 9월 18일 서울대 실험실 사고
3명의 동료 폭발사고로 잃어, 실험실 여전히 안전한지 의문
99년 9월 18일 서울대 실험실 사고


최윤호
(원자핵95)
한국원자력안전재단 경영지원실장
3명의 동료 폭발사고로 잃어
실험실 여전히 안전한지 의문
사고 당시 20살 중반의 대학원생이던 나는 어느덧 “하늘의 명을 깨닫는다(知天命)”는 50세에 막 접어든 두 자녀의 아빠가 됐다. 하지만 매년 9월 18일이 다가오면, 26년 전 그날의 아픔이 여전히 내 가슴을 짓누른다.
1999년 9월 18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실험실에서 발생한 불의의 폭발 사고로 나는 세 명의 소중한 동료를 잃었다. 사고 이후 안타깝게 생을 달리한 이들을 위한 추모비가 사고 장소 인근에 세워졌고 나는 동료들을 대표해 이 추모비에 짧은 추모의 글을 남겼었다.
5년 전쯤 두 자녀를 데리고 모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모교 여기저기를 아이들과 함께 둘러본 후 자연스럽게 나의 마지막 발길은 추모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와 보지 못해 미안했고 그들을 잊어버리고 살아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추모비에 새겨진 아빠 이름이 신기했던지 어린아이들은 내게 많은 질문을 했고, 나는 그날의 아픔 기억을 더듬으며 그 질문에 답을 해주어야 했다. 아이들에게 답을 해주면서도 그날의 사고는 여전히 나에게 풀지 못한 숙제처럼 답답함으로 한편으로는 먹먹함으로 다가왔다.
그 비극적인 사고는 열악한 실험환경과 부족한 안전관리 의식에서 비롯됐다. 젊은 열정으로 가득했던 우리는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했고, 실험실 안전관리 시스템은 너무나도 허술했다. 이 사고는 과학계 전체에 실험실 안전의 중요성을 일깨웠고 사고 이후 정부와 학계는 실험실 안전을 대폭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개선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대학과 연구소에서 화재, 폭발, 화학물질 누출 사고 등 크고 작은 실험실 사고를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이러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과학자들이 마음 놓고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을 만큼 실험실이 안전해졌는지는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나는 1999년 사고로 희생된 동료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실험실 안전에 대해 정부와 학계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적 개선을 지속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누군가의 안타까운 희생을 대가로 뒤늦게 얻은 교훈을 관련 제도 개선에 반영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새로운 도전을 위해 불철주야 연구에 몰두 중인 선후배 과학자들이 안전한 실험실에서 마음껏 그들의 열정을 키워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이것이 26년 전 희생된 내 동료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