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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호 2025년 9월] 문화

구월의 여인

유장희(경제59)  이화여대 명예교수 시인
유장희(경제59) 
이화여대 명예교수
시인




감나무골에 열매 익는 
바람이 불 때
무논에 황금빛 비단이
깔리기 시작할 때
그녀는 온다네
 
하얀 구름이 저 멀리 더 높아지고
산천에 고요한 물소리가 정겨운
9월에
그녀는 온다네
 
일년 삼백육십오일
잠시도 쉴 수 없었던
체바퀴 시간들을 뒤로하고
가벼운 손, 넓은 가슴을 펴며
환한 웃음으로
그리운 공간을 마신다네
 
우리들의 어깨위에 지워진 고뇌
우리들의 마음속에 엉켜진 걱정
우리들의 걸음을 잡아 당기는 미련
 
이젠 지나온 길들 위에
고스란히 내려 놓고
하늘이 주는 영혼의 쉼터에서
 
나는
9월의 여인과 
열매가 익고 곡식이 여무는
시간을 공유하며
눈으로 주고 받는
위로의 합창을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