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호 2025년 9월] 문화 신간안내
탄핵 심판의 중심 문형배 “판사도 도둑 맞아요”
평생 1만권 책 읽는 게 목표
탄핵 심판의 중심 문형배 “판사도 도둑 맞아요”
화제의 책

호의에 대하여
문형배(사법83) 전 헌재소장 대행
김영사
평생 1만권 책 읽는 게 목표
명료한 탄핵심판 선고 요지 낭독으로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문형배(사법83)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최근 에세이집 ‘호의에 대하여’를 펴냈다. 출간 직후 교보문고·YES24·알라딘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열흘 만에 누적 판매 5만 부를 돌파했다. 출판사는 추가 5만 부를 긴급 제작 중이다.
이번 책은 1998년 9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작성해, 2006년 9월부터 개인 블로그에 올린 1500여 편 중 120편을 선별해 묶은 것이다. 문 동문의 40~50대 시절 판사로서의 일상, 고민, 가족 이야기가 담겨 있다. 400쪽이 넘는 분량은 에세이집으로는 이례적이다. 그는 서문에서 “무직이 되니 인생을 돌아보고 글을 정리할 여유가 생겼다”며 “재판관으로서 품었던 생각을 나누고 많은 이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의 글쓰기에는 “착한 사람들이 법을 알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19쪽 ‘착한 사람을 위한 법’)는 신념이 깔려 있다.
1부에는 문 동문의 개인적인 면모를 알수있는 글들이 담겨있다. 청소년기에 김장하 선생의 장학금으로 학업을 이어간 기억, 민주화운동에 직접 뛰어들지 못한 부채감, 정훈장교 복무 시절의 체험 등이 소개된다. 나무에 얽힌 사색과 영화평도 곳곳에 등장한다. 영화 하모니를 언급하며 “감옥에 한번 가보지 못하고서 피고인들에게 합계 1000년 이상의 형을 선고한 저를 비롯한 많은 법조인들이 꼭 보아야 할 작품”이라 권유하는 대목은 특히 인상적이다.
2부는 독서일기다. 그는 청나라 학자 고염무의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를 인용하며 만 권의 독서를 꿈꾼다. 달성률은 아직 20% 남짓이지만, 독서를 통해 무지와 무경험, 무소신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빅토르 위고 등 고전에 대한 짧고, 때론 긴 단상이 이어지며, 그가 ‘인간적인 판사’라는 평가를 받은 배경에는 ‘문학이 8할’이라는 고백도 담겨 있다.
3부는 사법부 현안에 대해 판사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던 글들을 모았다. 판사가 된 이유, 창원·진주·부산 등 지역 법관으로 근무한 이유가 소개된다. “검사동일체 원칙을 따르는 검사보다,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의 독립을 누릴 수 있는 판사가 더 적성에 맞았다”는 설명이다. 지역 법관을 선택한 것도 인사권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된 삶 속에서 즐겁게 일하기 위함이었다.
책은 실용적인 팁도 전한다. 형사·민사재판에서 유리한 대응 방법, 변호사 선임의 중요성, 간명한 준비서면 작성법, 조정·화해 권유에 응하는 지혜 등이 독자에게 유용하게 다가온다.
아울러 그는 김창완과 안치환의 노래를 즐기고, 등산과 술자리를 좋아하며, 야구 오타쿠 수준의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기도 하다. 체코 프라하에서 여권과 지갑인 든 가방을 도둑맞아 48시간을 고생한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일로 꼽는다. 더 많은 글은 블로그 ‘착한 사람들을 위한 법 이야기’(favor15.tistory.com)에서 만날 수 있다.
김남주 기자
화제의 책

호의에 대하여
문형배(사법83) 전 헌재소장 대행
김영사
평생 1만권 책 읽는 게 목표
명료한 탄핵심판 선고 요지 낭독으로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문형배(사법83)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최근 에세이집 ‘호의에 대하여’를 펴냈다. 출간 직후 교보문고·YES24·알라딘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열흘 만에 누적 판매 5만 부를 돌파했다. 출판사는 추가 5만 부를 긴급 제작 중이다.
이번 책은 1998년 9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작성해, 2006년 9월부터 개인 블로그에 올린 1500여 편 중 120편을 선별해 묶은 것이다. 문 동문의 40~50대 시절 판사로서의 일상, 고민, 가족 이야기가 담겨 있다. 400쪽이 넘는 분량은 에세이집으로는 이례적이다. 그는 서문에서 “무직이 되니 인생을 돌아보고 글을 정리할 여유가 생겼다”며 “재판관으로서 품었던 생각을 나누고 많은 이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의 글쓰기에는 “착한 사람들이 법을 알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19쪽 ‘착한 사람을 위한 법’)는 신념이 깔려 있다.
1부에는 문 동문의 개인적인 면모를 알수있는 글들이 담겨있다. 청소년기에 김장하 선생의 장학금으로 학업을 이어간 기억, 민주화운동에 직접 뛰어들지 못한 부채감, 정훈장교 복무 시절의 체험 등이 소개된다. 나무에 얽힌 사색과 영화평도 곳곳에 등장한다. 영화 하모니를 언급하며 “감옥에 한번 가보지 못하고서 피고인들에게 합계 1000년 이상의 형을 선고한 저를 비롯한 많은 법조인들이 꼭 보아야 할 작품”이라 권유하는 대목은 특히 인상적이다.
2부는 독서일기다. 그는 청나라 학자 고염무의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를 인용하며 만 권의 독서를 꿈꾼다. 달성률은 아직 20% 남짓이지만, 독서를 통해 무지와 무경험, 무소신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빅토르 위고 등 고전에 대한 짧고, 때론 긴 단상이 이어지며, 그가 ‘인간적인 판사’라는 평가를 받은 배경에는 ‘문학이 8할’이라는 고백도 담겨 있다.
3부는 사법부 현안에 대해 판사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던 글들을 모았다. 판사가 된 이유, 창원·진주·부산 등 지역 법관으로 근무한 이유가 소개된다. “검사동일체 원칙을 따르는 검사보다,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의 독립을 누릴 수 있는 판사가 더 적성에 맞았다”는 설명이다. 지역 법관을 선택한 것도 인사권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된 삶 속에서 즐겁게 일하기 위함이었다.
책은 실용적인 팁도 전한다. 형사·민사재판에서 유리한 대응 방법, 변호사 선임의 중요성, 간명한 준비서면 작성법, 조정·화해 권유에 응하는 지혜 등이 독자에게 유용하게 다가온다.
아울러 그는 김창완과 안치환의 노래를 즐기고, 등산과 술자리를 좋아하며, 야구 오타쿠 수준의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기도 하다. 체코 프라하에서 여권과 지갑인 든 가방을 도둑맞아 48시간을 고생한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일로 꼽는다. 더 많은 글은 블로그 ‘착한 사람들을 위한 법 이야기’(favor15.tistory.com)에서 만날 수 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