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70호 2025년 9월] 뉴스 본회소식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지속가능발전목표 17%만 이뤄져”

지구, 글로벌 보일링 단계 들어서, 탄소중립시대, 기업의 역할 강조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지속가능발전목표 17%만 이뤄져”
관악경제인회 조찬포럼


반기문 (외교63)
전 UN사무총장
반기문재단 이사장

지구, 글로벌 보일링 단계 들어서
탄소중립시대, 기업의 역할 강조

“2021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 205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막자고 합의했지만, 이미 한계를 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금을 ‘글로벌 보일링(Global Boiling)’ 단계라 규정합니다. 이는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8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악경제인회(회장 서병륜) 조찬포럼의 연단에 오른 반기문(외교63) 전 UN사무총장은 ‘탄소중립시대, 기업의 역할과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이날 행사에는 김종섭(사회사업66) 총동창회장, 허진규(금속59) 일진그룹 회장, 성기학(무역66) 영원무역 회장, 이희범(전자67)부영그룹 회장, 김종훈(건축69) 한미글로벌 회장, 오세정(물리71) 전 총장, 유홍림(정치80) 서울대 총장 등 60여 명의 동문 기업인과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외교부 장관을 거쳐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제8대 UN사무총장을 연임하며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임기 동안 기후변화 대응, 평화유지활동, 빈곤퇴치 등 글로벌 의제를 이끌었으며, 퇴임 후에도 반기문재단 이사장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이사회 의장으로 지속가능발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반 전 사무총장은 UN 재임 시절의 기억을 꺼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UN사무총장 시절 가장 자랑스럽게 꼽는 성과는 파리기후협약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입니다.” 2015년 12월, 195개국이 합의한 파리협약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유지하자는 전 세계적 약속을 만들어냈다. 같은 해 채택된 SDGs는 빈곤, 성평등, 기후변화 대응 등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를 담은 인류 공동의 청사진이자 국제사회의 나침판이 됐다.
그러나 그는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가 고작 17%만 이뤄져, 국제사회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분쟁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묶여 있는 사이 기후위기는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현실의 벅찬 상황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부와 국제기구만으로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습니다. 기업이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으면 미래는 어렵습니다.”


강연은 이어 기후위기의 현장으로 옮겨갔다. 반 전 사무총장은 북극과 남극을 찾았던 경험을 회상하며, “빙하 위에서 연설하며 세계에 호소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고 해수면 상승은 이미 해안 도시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기후변화가 불러오는 파급 효과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기온 상승은 수치 문제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재해를 일상화시키고 있다”며 “인천 앞바다의 해수면이 불과 60cm만 높아져도 도심의 빌딩과 기반 시설이 기능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그는 남태평양의 키리바시가 국토 전체가 물에 잠길 위기에 놓여 땅을 사 이주를 준비하는 사례, 인도네시아가 수도 이전 계획을 결정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기후변화는 현재진행형의 위기”라고 경고했다.
“과거에는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라는 말을 썼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글로벌 보일링(Global Boiling)’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지구가 끓고 있는 상황에 와 있습니다.”
기업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당부는 더욱 직접적이었다. 그는 구체적인 에너지원별 탄소 배출량을 제시했다. “원자력은 1kwh(킬로와트시) 당 6g, 풍력은 10g, 태양광은 48g의 탄소만 배출합니다. 반면 석탄과 석유는 막대한 탄소를 내뿜습니다.” 그러면서 “깨끗한 에너지 사용은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존 문제”라며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에 설 자리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투자가 부담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길”이라며 “ESG를 실천하는 기업이 국제시장에서 신뢰를 얻고, 투자와 인재를 끌어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원 복지와 성평등과 같은 SDGs 과제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기업이 이런 가치를 중시할 때 직원의 성장을 촉진하고, 사회적 신뢰를 얻게 됩니다. 이는 곧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됩니다.”
강연 말미, 반 전 총장은 리더십의 본질을 다시 짚었다. 그는 “열정이 없으면 발전할 수 없지만,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온정과 글로벌 비전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국제사회에서 존중받기 위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경영이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대한민국 국민은 이미 세계적인 안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글로벌 시티즌(Global Citizen)’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후손에게 더 나은 지구를 물려주는 길입니다.”
반 전 사무총장은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생존의 과제”라며 “기업이 앞장설 때, 한국 사회와 세계가 함께 더 나은 길을 갈 수 있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