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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호 2025년 9월] 뉴스 모교소식

우승아니라도 좋아요, 그라운드 누빈 서울대여자축구부

총동창회장배 전국여자대학축구
우승아니라도 좋아요, 그라운드 누빈 서울대여자축구부
총동창회장배 전국여자대학축구


제10회 서울대 총동창회장배 전국여자대학축구대회 수상팀들이 시상식 후 기념촬영을 가졌다. 샤컵은 대학여자축구의 상징적 무대로 자리잡았다.

서울대, 이대·연대이어 3위
총동창회에서 1000만원 지원
첫날 아침, 하늘은 마치 대회를 시험하듯 폭우를 쏟아냈다. 그라운드를 걱정하던 눈길들이 많았지만, 개회식이 시작되자 신기하게도 빗줄기는 멈췄다. 밝게 터져 나오는 햇살은 샤컵의 시작을 응원하듯 선수들을 비추었다. 전국에서 모인 여자 대학생들이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임에도 축구 하나에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내는 순간이었다.
8월 30일 서울대학교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0회 서울대 총동창회장배 전국여자대학축구대회(샤컵)는 선수와 동문, 교수와 후배가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었다. 권성호(체교92) 서울대 체육교육과 지도교수, 이경형(사회66) 총동창회 상임부회장, 손경철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이 개회식에 참석해 선수단을 격려했다. 올해 대회에는 서울대를 비롯해 경희대, 성균관대, 한양대, 고려대, 아주대, 연세대, 서울시립대, 동국대, 이화여대, 홍익대, 중앙대 등 총 12개 대학의 여자 축구부가 참가했다.
서울대 여자축구부 SNUWFC는 첫째 날 A조 예선에서 기세 좋게 출발했다. 경희대와의 개막전에서 신입생 김재은(체교25)이 두 골을 넣으며 주목받았고, 김도은(체교21)과 김도현(화학23)이 연속 득점을 보태며 2연승을 거둬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이틀째 열린 8강에서 고려대를 1대0으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지만, 연세대 W-KICKS의 벽은 넘지 못했다. 성한나와 서지원이 넣은 두 골에 무릎을 꿇으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최종 성적은 공동 3위였다. 결승에서는 이화여대 ESSA가 후반 끝 강한 체력을 앞세워 연세대를 3대2로 역전하며 창단 이래 첫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재은선수는 “언니들이 패스를 잘해줘서 두 골을 넣을 수 있었다”며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축구를 취미로만 하다 입학 후 올해 3월부터 정식으로 활동을 시작한 신입생이 첫 샤컵에서 빛나는 활약을 펼친 것이다.
대회장에는 많은 OB 선배들이 찾아와 후배들을 격려했다. 류경미(체교09) 동문은 “지금은 후배들이 스스로 잘 운영하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권성호 교수와 함께 샤컵 창립 공신으로 꼽히는 전민제(체교05) 동문도 “우리가 만드는 대회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이 보기 좋다. 경희대 선수들이 ‘이런 대회는 처음이다, 경기 운영 정말 잘한다’고 말하는 걸 들었을 때 뿌듯했다”며 “끝까지 뛰어준 후배들이 고맙고 멋있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격려에 유현지(체교23) 주장은 대회 운영과 경기력 향상을 위해 달려온 일 년의 시간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졌다.
샤컵을 끝으로 주장 임기를 마친 유현지 선수는 준비 과정의 무게를 전했다. “주장으로 대회를 총괄한 것은 처음이라 부담이 컸다. 우리가 주최하는 대회에서 경기력이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좋은 성과를 거뒀다”며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이어 “총동창회의 든든한 응원과 후원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권성호 교수는 2010년 샤컵 개최부터 계속해서 서울대 여자축구부를 지도해왔다. 그는 “여자축구부는 단순한 동아리가 아니다. 학교를 대표한다는 자부심 속에서, 학생들은 팀 스포츠를 통해 협력과 책임을 배우고 공동체의 결속과 우정을 다지며 성장한다. 그것이야말로 참된 교육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경험을 거친 제자들이 사회 곳곳에서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며 지도자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원정 경기와 전지훈련을 위한 차량 지원 같은 현실적인 뒷받침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며 제자들을 향한 애정을 전했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12개 대학에서 팀이 참가했고, 참가 신청은 조기 마감될 만큼 성황을 이뤘다. 운영도 선수들이 직접 맡았다. 스폰서 섭외와 참가 신청 관리, 경기장 정비와 심판 협조, 일정 조율까지 모든 과정이 선수들의 손으로 이뤄졌다. 동시에 그라운드에서는 선수로 뛰며 치열한 경기를 이어갔다. 대회 운영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전국 규모의 대회를 무리 없이 치러낸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성취였다. 이 성취가 샤컵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했다.
이들은 운영뿐 아니라, 32도가 넘는 땡볕 아래에서도 공을 쫓아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개월 땀 흘린 결실이었다. 경기에 나서지 않을 때는 진행요원으로 나서며 대회를 함께 운영했다. 한 명 한 명이 선수이자 스태프가 되어 전국대회를 이끌어가는 모습에서 학교를 향한 애정과 공동체의 힘이 드러났다. 그라운드를 달리는 발걸음에는 취미 이상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샤컵은 서울대 총동창회가 후원하는 전국 여자대학축구대회로, 10회째를 맞아 대학 여자축구의 상징적인 무대로 자리잡았다. 송해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