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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9호 2025년 8월] 오피니언 동문기고

우리는 이렇게 혼자가 된다

우리는 이렇게 혼자가 된다


김수열

행정52
전 법원 관리관·서울법무사회장

당신은 인생의 마지막 20년을 함께할 친구가 있습니까? 대만에서 ‘미래의 노후’라는 주제로 한 웹 영화가 많은 네티즌의 공감을 샀다고 합니다.
영화 속의 줄거리는 산속에 사는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부인은 일찍이 돌아가시고 4명의 자식들은 모두 장성해 교수가 됐거나 해외에 나가 장사를 하면서 잘 살고 있다. 노인만 자식들이 모두 떠난 산골 집에서 혼자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과 손자가 멀리서 찾아온다는 소식에 모든 정성을 다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곧이어 바빠서 오지 못 한다는 전화를 받게 돼 준비했던 음식들은 모두 주인을 잃고 맙니다. 창밖의 하늘마저 우중충해지고 노인은 친구들을 불러 함께 식사할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누렇게 색이 바랜 수첩을 뒤적거려도 함께 할만한 친구가 없습니다.
세상을 떠났거나 모두 연락이 안 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때마침 창밖에서는 비가 쏟아져 내리고 결국 노인은 부엌 식탁에 앉아 가득 차려진 음식을 혼자 먹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 위로 ‘인생의 마지막 20년을 함께 할 친구가 많습니까?’라는 자막이 흐릅니다. 대만에서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 우뤄취안(저자)의 ‘우리는 그렇게 혼자가 된다’는 미래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이 될는 지, 칠순 잔치도 사라진 지금 잠시 명상에 잠기게 합니다.
노후의 친구는 첫째, 가까이 있어야 하고, 둘째, 자주 만나야 하며, 셋째, 같은 취미면 더욱 좋습니다.
환잡 잔치가 사라지고 인생 칠십 고래희인데 칠순 잔치도 사라진 지금 바야흐로 초고령 시대입니다. 팔순은 노인 후보생으로 워밍업 단계, 80세를 거처 90대 망백의 황혼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아족불인(我足不仁) 내 발로 못 가고/ 아수불식(我手不食) 내 손으로 못 먹고/ 아구불언(我口不言)내 입으로 말 못하고/ 아이불청(我耳不聽) 내 귀로 못 듣고/ 아목불시(我目不視) 내 눈으로 못 본다’
‘이렇다면 살아도 사는게 아니오,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첫째가 건강, 건강이 최고의 가치가 됩니다. 그래도 노인으로서 언제 어디서도 큰소리치고 사는 ‘100세 시대의 노인 처세법’의 처음과 끝은 단 하나 그것은 “바로 내가 쏜다”라는군요.
우리 인중 동기(6년제 5회)중 그런 분이 드디어 나타났습니다. 세상 사는 이치를 꿰뚫는 혜안을 가지신 분, 존경해 마지않습니다. 결코, 젊은 날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큰소리 한번 못치면 언제 보겠습니까.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말처렴 이제부터라도 남은 인생 큰 소리쳐도 되지 않을까요? “인생은 이런 거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