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9호 2025년 8월] 문화 맛집을 찾아서
14시간 고아낸 국물…아이들은 20% 할인해 줍니다
이명심 (AMPFRI45) 용인 ‘탑골순대국’ 대표
14시간 고아낸 국물…아이들은 20% 할인해 줍니다


왼쪽부터 구매사업 총괄 황운기 전무·이명심 탑골순대국 대표.
이명심 (AMPFRI45) 용인 ‘탑골순대국’ 대표
이명심 (AMPFRI45) 용인 ‘탑골순대국’ 대표
저녁시간이 가까워지면 골목 어귀에 줄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신분당선 수지구청역에서 도보 7분 거리. 갓 삶은 머릿고기에서 풍기는 따끈한 고기 냄새와 푹 고아낸 국물의 내음이 풍겨오는 이곳은 25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명심(AMPFRI45) 동문의 순댓국 전문점 ‘탑골순대국’이다. 일대에서는 이미 ‘제대로 된 순댓국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특히, 순댓국과 머릿고기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대표 메뉴 ‘정식’은 매일같이 손님들의 테이블을 가득 채운다.
가게 이름 ‘탑골’은 이 대표가 처음 머릿고기 삶는 법과 순댓국의 기본기를 배운 수원 ‘탑골’ 지역에서 따왔다. 먹고살기 위해 시작했지만 어느덧 25년, 지금은 맛으로 인정받는다는 자부심으로 이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7월 23일 식당에서 만난 이명심 대표는 “맛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못 버텼을 것”이라고 했다. “순댓국은 향토 음식이자 특히 어르신들이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음식이죠.”
가게를 유지해온 힘은 단연 ‘정직한 음식’에 있다. 탑골순대국의 육수는 매일 14시간 이상, 돼지뼈와 소뼈 등을 무쇠솥에 푹 고아 완성된다. 무쇠솥 특유의 깊은 열감으로 우려낸 국물은 진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다. 머릿고기는 구매사업을 총괄하는 황운기(축산79) 동문의 도움을 받아 당일 도축된 고기를 바로 공수받는다. 고기 온도와 식감을 위한 시간 관리도 철저하다. 1시간 단위로 새로 고기를 삶아, 가장 부드럽고 따뜻한 상태의 머릿고기를 내놓는다. 냉장 보관은 철저히 지양하고, 손님 앞에서 썰어 내는 방식으로 신선함과 신뢰를 동시에 잡았다.
순대 역시 일반적인 것과는 다르다. 직접 개발한 레시피로 생산한 피순대와 야채순대를 사용한다. 풍미가 느껴지는 피순대와 씹는 맛이 좋은 야채순대가 한 그릇 안에 함께 담겨 있다.

탑골순대국의 대표메뉴인 ‘정식’

탑골순대국의 대표메뉴인 ‘정식’
소금조차도 예사롭지 않다. “소금은 5번 볶아서 씁니다. 그게 훨씬 깊은 맛이 나요.” 김치와 깍두기 또한 매일 직접 담가 숙성한 뒤 손님상에 오르기 때문에, 국밥과 어울리는 깊고 시원한 맛을 낸다. “하나하나 손이 많이 가지만, 그게 저희만의 방식이에요.”
순댓국은 기본 간이 되어 있지 않은 슴슴한 상태로 제공돼, 새우젓·들깨·다대기 등을 기호에 따라 넣어 먹는다. 고소한 들깻가루를 풀어내면 국물의 풍미가 더욱 진하게 살아난다. 국물도 국물이지만, 탑골의 자랑은 머릿고기다. “머릿고기를 먹으러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촉촉하면서도 부드럽고, 따뜻할 때 먹으면 진짜 천상의 맛입니다.” 푸짐한 건더기 덕분에 밥 한 공기도 다 먹기 어려울 정도다.
탑골순대국의 또 다른 자랑은 지역 학생들을 위한 배려다. “처음엔 그냥 학생들이 배불리 먹고 가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게 오히려 입소문이 났더라고요.” 지금도 고등학생까지는 순댓국을 20% 할인해 8천원에 제공하고 있다. 교복 입은 학생들이 운동 후 들러 국밥 한 그릇을 비우고 가는 모습은 이 가게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햄버거 대신 순댓국을 선택하는 학생들을 보면 뿌듯하죠. 몇 년 지나 다시 찾아와 ‘그대로여서 고맙다’고 하는 말이 제일 큰 보람이에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이 대표는 “매장을 늘리기보다는, 이 자리에서 변함없이 손님을 맞고 싶다”고 했다. 체인점 제안도 많았지만 ‘맛이 변할까 봐’ 아직까지 단호히 거절 중이다.
전국 곳곳에 순댓국집은 많지만, 매일 신선한 재료로 국물을 내고, 손님 앞에서 고기를 썰어주는 집은 많지 않다. ‘탑골순대국’은 정성이 깃든 한 그릇이다. ‘잘 먹었습니다’ 한마디에, 이 집의 하루는 다시 시작된다. 이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