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9호 2025년 8월] 문화 동아리탐방
120명 멘토가 왜 공학을 해야 하나, 중고생들 만나 얘기하죠
공과대학 사회공헌동아리 공헌 S-ENS, 공대생, 청소년 진로 길잡이, 전국 중·고교 대상 진로 멘토링
120명 멘토가 왜 공학을 해야 하나, 중고생들 만나 얘기하죠

‘일일공학교실’에서 직접 실험에 참여하는 멘토와 멘티들.
공과대학 사회공헌동아리
공헌 S-ENS
공대생, 청소년 진로 길잡이
전국 중·고교 대상 진로 멘토링
멘토와 멘티가 만난 실험실의 열기는 여름날보다 뜨거웠다.
2011년, 서울대 공과대학 안에 ‘봉사하는 엔지니어’를 꿈꾸는 학생들이 모였다. 공과대학 사회봉사센터 소속 공식 동아리인 ‘공헌(S-ENS, Service-IoT of Engineering Network Service)’은 지난 15년 간 ‘만남’과 ‘나눔’을 핵심 가치로 삼고, 교육봉사와 일반봉사를 통해 공대생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왔다. 7월 30일 김정태(전기정보23) 동아리 회장을 만나 ‘공헌’의 현재와 그 의미를 들어봤다.
‘공헌’은 전국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공학을 친근하게 소개하고 진로 탐색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중학생 대상 ‘일일공학교실’은 서울대로 직접 찾아온 멘티들이 간단한 실험과 캠퍼스 투어를 통해 공학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자리다. 고등학생 대상 ‘공대톡톡’은 3개 학과 선택 청강, 멘토와의 토크콘서트로 진로 설계를 지원한다. ‘찾아가는 서울대 공대알리미’는 고등학교 현장을 찾아가 공대생들이 직접 전공과 진로를 설명하는 활동이다. 방학 중에는 2~3박 일정의 ‘공드림 캠프’와 관악구와 연계한 ‘공학 캠프’가 열린다. 실험, 학과 소개, 엔지니어링 콘테스트 등 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을 통해 공학을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다.
‘공헌’은 지식을 전하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나누며 관계를 맺는 ‘시간’이다. “단순히 실험만 가르치고 돌아가는 게 아니라, 서로 대화하고 기억에 남는 만남이 되도록 고민한다”는 김 회장의 말처럼, 공헌은 교육을 넘어선 정서적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7월 12일 서울대 공대와 함께하는 ‘공헌 일일 공학교실’이 개최됐다.

7월 12일 서울대 공대와 함께하는 ‘공헌 일일 공학교실’이 개최됐다.
‘공헌’의 활동은 크게 두 축으로 이뤄진다. 하나는 학과 정보와 진로 탐색을 중심으로 한 멘토링이다. 멘토들은 고등학생들에게 각 전공의 실제 학문 내용과 진로 가능성을 상세히 안내하며, 학생들은 생소했던 학과의 실체를 이해하게 된다. “전기정보공학과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하고, 컴퓨터공학과에서 바이오 융합 연구를 하기도 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는 멘티들의 반응은, 정보의 힘이 진로 설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또 다른 축은 정서적 공감과 관계 형성을 중심으로 한 캠프 활동이다. 숙식을 함께하며 진행되는 캠프 속에서 멘토와 멘티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삶을 이해해 간다. 고민을 털어놓고 응원을 주고받으며,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보다 ‘어떻게 살아갈지’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다. 김정태 회장은 “고등학교 시절에는 선배들의 삶을 엿볼 기회가 거의 없었기에, 이 만남이 멘티들에게도 특별하게 다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활동 인원은 등록 기준 120명, 그중 70~80명이 실제로 봉사에 꾸준히 참여한다. 참여 열기와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행사 운영을 위한 재정과 시스템은 충분하지 않다. 특히 과거 외부 후원을 통해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일부 프로그램은 지원 종료 이후 축소되거나 중단됐으며, 현재는 관악구와 함께하는 ‘공학 캠프’만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 회장은 “수요는 계속 증가하지만, 예산과 인력의 제약으로 모든 참가자를 수용하기 어려운 현실이 안타깝다”며, “더 많은 청소년과 공학도의 만남이 이어지기 위해선 프로그램의 확장과 이를 뒷받침할 후원과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헌은 최근 전공별 수요를 반영해 새 학과 멘토를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있으며, 멘토 교육 매뉴얼도 개선 중이다. 학생자치로 운영되다 보니 매년 운영진의 역량과 책임감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체계적인 인수인계와 내부 교육 강화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장기적인 활동 지속성을 위한 구조적 고민도 병행되고 있다.송해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