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9호 2025년 8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낙성대 동네 책방…나와 사회를 연결하는 공간입니다
북토크, 판결문 읽기, 강연… “책방은 나의 블로그이자 놀이터”
낙성대 동네 책방…나와 사회를 연결하는 공간입니다

김소리 (법학전문대학원12) 밝은책방 대표
북토크, 판결문 읽기, 강연…
“책방은 나의 블로그이자 놀이터”
공익과 정의, 책과 사람, 그리고 지역을 잇는 새로운 공간을 상상해 본 적 있는가? 김소리(법전원12) 변호사는 그 상상을 낙성대에서 펼치고 있다. 자영업자의 삶을 감내하면서도 공익을 지향하고, 법률과 문화예술을 엮어 시민의 언어로 세상을 말하는 이 젊은 변호사의 선택은, 무기력과 회의에 빠지기 쉬운 오늘의 청년 세대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삶을 꾸릴 수 있을까?’ 그 물음에 답을 찾고자, 7월 29일, ‘밝은책방’에서 김소리 동문을 만났다.
서울대입구역에서 도보 10분 거리. 관악구 낙성대 인근 대로변에 자리한 약 20평 규모의 ‘밝은책방’에는 김 변호사의 철학과 감각이 곳곳에 녹아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과 기획, 사람을 통해 펼치는 공간이에요. 저에게는 이곳이 놀이터 같기도 해요.”
이 작은 서점엔 특별한 큐레이션이 돋보인다. 노동, 여성, 인권, 동물권 등 기본권 중심으로 책이 분류되어 있고, 대형 서점에서는 보기 어려운 독립출판물도 전시된다.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매월 북토크, 판결문 읽기 세미나, 공익 강연 등 작지만 밀도 있는 행사가 꾸준히 열린다. “사람들이 모이고, 대화가 생기고, 서로 연결되는 걸 보면 참 좋아요. 이 공간이 저를 살게 해요.”
그는 “책방은 나의 블로그”라고 말한다. “이곳을 통해 저를 알리고, 회복하고, 자아실현도 하고 있어요. 수익은 작지만 이 공간이 가져다주는 무형의 기회는 훨씬 커요.” 실제로 책방을 매개로 다양한 글쓰기와 강연 요청을 받고 있고, 로스쿨생들과 공익 기획소송을 구상하는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이곳은 상업 공간이라기보다는 공익 변호사, 기획자, 지역 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열린 공론장이자 실험의 무대다. “수익을 좇지 않겠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수익과 가치관이 충돌할 때는 가치관을 우선하려고 해요.” 로펌을 떠나 선택한 삶은 이상적이지만, 결코 이상주의적이지 않다. 치열한 현실 속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책방 한켠에는 ‘법률사무소 물결’이 함께 운영된다. 김 변호사는 책방을 지키면서도 법률가로서의 정체성을 놓지 않는다. “책방에 오셨다가 법률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도 있어요. 책을 보러 왔다가 ‘사실은 이혼 준비 중인데요’라며 조심스럽게 얘기하세요. 오히려 이 공간이니까 더 편하게 다가오시는 것 같아요.” 법과 삶이 분리되지 않듯, 그에게도 변호사와 책방지기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학창 시절부터 인권운동가를 꿈꿨던 그는, 로스쿨 진학과 공익단체 인턴십, 안정적인 로펌에서의 경험을 거쳤다. 그러나 정해진 절차와 조직 문화 속에서 갈수록 스스로와 멀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 길이 맞나, 내가 바라던 삶인가 자꾸 되묻게 됐어요. 두려웠지만, 그보다 더 지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 결과가 지금의 책방이다.
‘밝은책방’에 머무는 동안, 책보다 사람이 중심인 공간이라는 인상이 더욱 또렷해졌다. 따뜻한 조명 아래 작은 테이블에는 손글씨로 정리한 행사 안내와 판결문 낭독회 포스터가 놓여 있었다. 주말 오후면 책을 보던 손님이 자연스럽게 세미나 자리에 앉아 이야기에 끼어든다.
시종일관 웃으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대화를 주도하는 그는 질문을 던지는 데 익숙하다. 현실을 바꾸려는 의지와 구체적 기획이 그의 언어에 담겨 있었다.
최근 그는 서울대 로스쿨 후배들과 함께 장애인 이동권, 아동 돌봄, 주거 불안 등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회의가 책방 한켠에서 열리기도 한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구독 서비스, 독립출판물 유통 연계, 무료 강연과 워크숍 등 아이디어도 빼곡하다.
“저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계속 만나고 있어요. 작지만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활동을 만들고 싶어요.”
김소리 변호사는 예리한 감수성과 실천하는 신념으로 다양한 사회 의제와 일상의 접점을 탐색하는 청년 법조인이다.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긍정 에너지로 책방을 넘어 커뮤니티의 연결망을 만들고 있다. “요즘 시민들은 훨씬 예리하고 감수성도 넓어요. 공감에 머무르지 않고 바꾸자고 말하는 흐름이 있어요. 저는 그 안에서 발화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의 뿌리는 어린 시절 형성됐다. “아버지가 늘 그러셨어요. ‘사람은 혼자 성공할 수 없다.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 그 말이 삶의 기준이 됐어요.” 나만 잘 사는 삶이 아니라 함께 잘 사는 삶이 진짜 행복이라 믿는다.
서울대 로스쿨 실습생 협업, 어린이 법률 독후활동, 법률 영화제, 공익 소송 등 계획 중인 일은 여전히 많다. 그의 다이어리에는 회의 일정과 행사 스케치가 빼곡히 적혀 있다. “저처럼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똑같이 살 필요는 없으니까요.”
‘밝은책방’은 자아와 사회, 법과 삶, 개인과 공동체가 교차하는 열린 플랫폼이다. 책과 사람을 매개로, 법률이 생활 속에서 숨 쉰다.“책방은 저에게 작은 실험실 같아요. 여기서 시도한 것들이 언젠가는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 그는 오늘도 변화를 향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송해수 기자

김소리 (법학전문대학원12) 밝은책방 대표
북토크, 판결문 읽기, 강연…
“책방은 나의 블로그이자 놀이터”
공익과 정의, 책과 사람, 그리고 지역을 잇는 새로운 공간을 상상해 본 적 있는가? 김소리(법전원12) 변호사는 그 상상을 낙성대에서 펼치고 있다. 자영업자의 삶을 감내하면서도 공익을 지향하고, 법률과 문화예술을 엮어 시민의 언어로 세상을 말하는 이 젊은 변호사의 선택은, 무기력과 회의에 빠지기 쉬운 오늘의 청년 세대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삶을 꾸릴 수 있을까?’ 그 물음에 답을 찾고자, 7월 29일, ‘밝은책방’에서 김소리 동문을 만났다.
서울대입구역에서 도보 10분 거리. 관악구 낙성대 인근 대로변에 자리한 약 20평 규모의 ‘밝은책방’에는 김 변호사의 철학과 감각이 곳곳에 녹아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과 기획, 사람을 통해 펼치는 공간이에요. 저에게는 이곳이 놀이터 같기도 해요.”
이 작은 서점엔 특별한 큐레이션이 돋보인다. 노동, 여성, 인권, 동물권 등 기본권 중심으로 책이 분류되어 있고, 대형 서점에서는 보기 어려운 독립출판물도 전시된다.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매월 북토크, 판결문 읽기 세미나, 공익 강연 등 작지만 밀도 있는 행사가 꾸준히 열린다. “사람들이 모이고, 대화가 생기고, 서로 연결되는 걸 보면 참 좋아요. 이 공간이 저를 살게 해요.”
그는 “책방은 나의 블로그”라고 말한다. “이곳을 통해 저를 알리고, 회복하고, 자아실현도 하고 있어요. 수익은 작지만 이 공간이 가져다주는 무형의 기회는 훨씬 커요.” 실제로 책방을 매개로 다양한 글쓰기와 강연 요청을 받고 있고, 로스쿨생들과 공익 기획소송을 구상하는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이곳은 상업 공간이라기보다는 공익 변호사, 기획자, 지역 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열린 공론장이자 실험의 무대다. “수익을 좇지 않겠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수익과 가치관이 충돌할 때는 가치관을 우선하려고 해요.” 로펌을 떠나 선택한 삶은 이상적이지만, 결코 이상주의적이지 않다. 치열한 현실 속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책방 한켠에는 ‘법률사무소 물결’이 함께 운영된다. 김 변호사는 책방을 지키면서도 법률가로서의 정체성을 놓지 않는다. “책방에 오셨다가 법률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도 있어요. 책을 보러 왔다가 ‘사실은 이혼 준비 중인데요’라며 조심스럽게 얘기하세요. 오히려 이 공간이니까 더 편하게 다가오시는 것 같아요.” 법과 삶이 분리되지 않듯, 그에게도 변호사와 책방지기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학창 시절부터 인권운동가를 꿈꿨던 그는, 로스쿨 진학과 공익단체 인턴십, 안정적인 로펌에서의 경험을 거쳤다. 그러나 정해진 절차와 조직 문화 속에서 갈수록 스스로와 멀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 길이 맞나, 내가 바라던 삶인가 자꾸 되묻게 됐어요. 두려웠지만, 그보다 더 지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 결과가 지금의 책방이다.
‘밝은책방’에 머무는 동안, 책보다 사람이 중심인 공간이라는 인상이 더욱 또렷해졌다. 따뜻한 조명 아래 작은 테이블에는 손글씨로 정리한 행사 안내와 판결문 낭독회 포스터가 놓여 있었다. 주말 오후면 책을 보던 손님이 자연스럽게 세미나 자리에 앉아 이야기에 끼어든다.
시종일관 웃으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대화를 주도하는 그는 질문을 던지는 데 익숙하다. 현실을 바꾸려는 의지와 구체적 기획이 그의 언어에 담겨 있었다.
최근 그는 서울대 로스쿨 후배들과 함께 장애인 이동권, 아동 돌봄, 주거 불안 등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회의가 책방 한켠에서 열리기도 한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구독 서비스, 독립출판물 유통 연계, 무료 강연과 워크숍 등 아이디어도 빼곡하다.
“저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계속 만나고 있어요. 작지만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활동을 만들고 싶어요.”
김소리 변호사는 예리한 감수성과 실천하는 신념으로 다양한 사회 의제와 일상의 접점을 탐색하는 청년 법조인이다.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긍정 에너지로 책방을 넘어 커뮤니티의 연결망을 만들고 있다. “요즘 시민들은 훨씬 예리하고 감수성도 넓어요. 공감에 머무르지 않고 바꾸자고 말하는 흐름이 있어요. 저는 그 안에서 발화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의 뿌리는 어린 시절 형성됐다. “아버지가 늘 그러셨어요. ‘사람은 혼자 성공할 수 없다.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 그 말이 삶의 기준이 됐어요.” 나만 잘 사는 삶이 아니라 함께 잘 사는 삶이 진짜 행복이라 믿는다.
서울대 로스쿨 실습생 협업, 어린이 법률 독후활동, 법률 영화제, 공익 소송 등 계획 중인 일은 여전히 많다. 그의 다이어리에는 회의 일정과 행사 스케치가 빼곡히 적혀 있다. “저처럼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똑같이 살 필요는 없으니까요.”
‘밝은책방’은 자아와 사회, 법과 삶, 개인과 공동체가 교차하는 열린 플랫폼이다. 책과 사람을 매개로, 법률이 생활 속에서 숨 쉰다.“책방은 저에게 작은 실험실 같아요. 여기서 시도한 것들이 언젠가는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 그는 오늘도 변화를 향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송해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