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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9호 2025년 8월] 뉴스 기획

‘온실 가스 허리띠’를 조여라…배출량 관리 나선 서울대

1년 2억2000만kWh 전력 사용, 서울 주요 기관 최고 수준, 16개 건물에 고효율 설비 도입, 46개 건물 옥상에 태양광 설비, 데이터 기반 감축관리 체계 정교화
‘온실 가스 허리띠’를 조여라…배출량 관리 나선 서울대 


중앙 환경동아리 ‘씨알’이 잔디광장에서 기후 위기 대응 행동을 촉구하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년 2억2000만kWh 전력 사용 
서울 주요 기관 최고 수준 
 
16개 건물에 고효율 설비 도입
46개 건물 옥상에 태양광 설비

데이터 기반 감축관리 체계 정교화
“대학은 탄소중립 테스트베드 
대학모델 사회로 확장될 수 있어”

서울대는 연구 활동과 교육 인프라를 운영하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연간 전력 사용량은 약 2억 2000만 kWh로, 서울 주요 기관 중 최고 수준의 수치다. 같은 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5만 tCO₂eq에 달하며, 이는 중형 승용차 약 3만 대가 연간 배출하는 탄소량에 해당한다.
410만㎡에 달하는 광활한 캠퍼스와 220동이 넘는 건물들. 서울대는 규모만 큰 것이 아니다. 다수의 대학이 강의실·행정동 중심의 비교적 단순한 건물 구조를 갖춘 데 비해, 서울대는 고전력 기반의 연구 시설이 밀집한 연구중심대학이다. 실험장비가 집중된 이공계와 연구시설 건물이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70%를 차지하며, 이처럼 고에너지 수요 기반의 캠퍼스 운영 구조는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지는 핵심 배경이다. 기후위기의 심화로 인한 냉난방 수요 증가와 계산과학·인공지능 등 고전력 기반의 연구 확대도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며, 미사용 공간에서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에너지도 많다.
서울대는 이와 같은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효율적 관리를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8년 지속가능한 친환경 서울대 선언에 이어, 2022년에는 ESG 위원회를 구성하고, 2023년에는 국내 대학 최초로 ESG 보고서를 발간, 2024년 ‘탄소중립 캠퍼스 추진단’을 설립했다. 이러한 노력이 대외적으로도 성과를 인정받아, 2025년 6월 ‘2025 서울특별시 환경상’ 시상식에서 서울대는 환경기술·경영 부문 최우수상 수상 기관으로 선정됐다.
온실가스·에너지종합관리센터 정혜진 센터장과 서울대 탄소중립 학생 협의체의 유현서(화학생물21), 장윤정(지구환경21) 학생을 만나 서울대의 기후변화 대응 현황을 들어봤다.  
 
지속 가능 시스템 구축 
서울대는 구조적 전환과 체계적 실천을 병행하며 ‘에너지 다소비 기관’에서 ‘탄소중립 선도 기관’으로의 탈바꿈을 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온실가스·에너지종합관리센터가 있다. 2012년 설립된 센터는 정책 기획, 데이터 수집, 실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캠퍼스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해 나가고 있다. 서울대의 Scope 1·2(직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을 매년 환경부에 보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Scope 3(기타 간접 배출량)까지 관리 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논의도 병행 중이다. 특히 2024년 설립한 탄소중립캠퍼스 추진단의 이행 주체로서, 캠퍼스 전환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 배출 통계를 공시하고, 온실가스 에너지 감축위원회(위원장 기획부총장)와의 연계를 통해 관련 정책을 기획·심의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서울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13만 9천 톤에서 2024년 15만 톤을 넘어서며 증가 추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대는 데이터 기반의 감축 관리 체계를 정교하게 구축해가고 있다. 2012년부터 운영 중인 에너지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학내 시간별·건물별 에너지 사용, 실험실 전력 소비, 냉난방 수요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감축 전략을 수립한다. 정혜진 센터장은 “어떤 분야에서 얼마나 감축할 수 있는지를 정량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실질적 전환의 출발점”이라며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센터는 심야 시간의 부하율 저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통상적인 경우와 달리, 서울대는 24시간 가동되는 연구실 장비와 미사용 에너지의 심야 시간 관리 부족으로 인해 기저 부하율이 높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자체 개발한 지능형·참여형 제어 시스템 ‘SNU 그린랩’을 도입해 구성원의 자발적 제어와 효율적 전력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기술적 대응도 병행된다. 서울대는 16개 건물에 고효율 설비를 도입하고 노후 장비를 교체했다. 46개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가 운영 중이며, 신축 건물은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을 추진하여 에너지 사용을 효율적으로 전환 중이다.
거버넌스 차원에서는 시설관리국, 지속가능발전연구소, 각 단과대학의 ‘녹색생활 담당자’들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있으며, 제도 개선과 실행은 통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제도 수립 과정에서 필요한 실적과 피드백 역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된다.
서울대의 기후 대응 체계는 다양한 복수 조직 간의 유기적 협업을 통해 운영된다. ‘탄소중립 캠퍼스 추진단’은 기획부터 실행, 연구 지원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지속가능발전연구소’는 학제 간 협력과 실증 기반 정책 연구를 통해 지속가능발전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로, 연구·교육·캠퍼스 실천의 중장기 전략을 조율하고 있다. ‘시설관리국’은 물리적 에너지 집행의 중심이자 재생에너지원과 감축 설비 도입의 실행 주체로 작동한다. 또한, ‘ESG 위원회’는 ESG 원칙 정착과 실행계획 수립을 자문하며, 관련 학과와 연구소들은 기술 개발과 데이터 분석을 뒷받침한다. 
서울대는 향후 캠퍼스를 탄소중립 리빙랩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제로에너지빌딩 실증, 수소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연구와, 해외 조림과 연계하는 교육 프로그램 등은 그 일부다. 정혜진 센터장은 “서울대는 서울시 단일기관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조직이자, 동시에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 기관”이라며 “이 책임의식 속에서 실천 모델을 만들고, 대학 단위의 탄소중립 커뮤니티 모델을 사회로 확산시키는 것이 서울대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 확대 
서울대의 탄소중립 전환은 제도와 기술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진정한 변화의 동력은 바로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에 있다. 2024년 온실가스·에너지 설문조사 결과, 구성원의 약 80%가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고 응답했고, 86%는 ‘절약 실천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구성원들은 이제 캠퍼스 전환의 관찰자가 아닌, 실질적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대 탄소중립 학생 협의체’가 있다. 중앙 환경 동아리 출신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이 단체는, 학생들만의 활동으로는 학교 차원의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협의체에서 활동 중인 장윤정 학생은 “항상 ‘우리끼리 외치면 뭐가 바뀔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다”며 “교수님, 교직원분들과 협업하는 구조로 나아가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출범 이유를 설명했다.
협의체는 서울대 내 온실가스·에너지종합관리센터와 교수진들과의 협력을 통해 학내 정책 구조를 이해하며, 학생 차원의 목소리를 제도화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탄소중립 캠퍼스 전환 포럼’이다. 2024년 11월 개최된 이 포럼은 국내 대학 최초의 전국 단위 학생 주도 행사로, 서울대·연세대·고려대·KAIST 등 여러 대학의 교수와 교직원, 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탄소중립 전략과 현실적 과제를 토론했다.
협의체 운영위원인 유현서 학생은 “타 대학보다 서울대는 탄소중립을 위한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온 편이다. 2023년 기획 보고서에서도 학내 전환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명시돼 있다”며 서울대의 대응을 평가하면서도 “실제 실행은 아직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협의체는 학생들의 제안과 요구를 정책 제안서와 연서명 형식으로 꾸준히 전달해 왔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선언 요구, 환경 교육 확대 제안 등이 그것이다. 장윤정 학생은 “탄소중립에 대한 학내 공감대는 아직 약하고, 민감한 제도일수록 학교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목소리를 내면,  학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유현서 학생도 “우리의 요구가 완성된 정책 제안은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탄소중립 기획 보고서 안에 ‘학생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음’이라는 문장이 있는 걸 보고, 우리가 움직인 흔적이 남는다는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2024년부터 협의체는 전국 단위의 대학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각 대학별 현황 데이터를 수집·정리해 ‘대학 기후위기 대응 정보 공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국회 토론회(대학COP)를 준비 중이다. 
장윤정 학생은 “대학의 자발적 탄소 저감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2035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논의하는 지금, 감축 목표를 조정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학을 ‘사회 탄소중립의 테스트베드’로 바라본다. 유현서 학생은 “대학은 기숙사부터 실험실까지 다양한 건물 유형이 혼재된 공간”이라며 “여기를 잘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다면, 그 모델이 사회 전체로 확장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내에서는 협의체 외에도 다양한 학생 환경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 동아리 ‘방그사(방과 후 그린사업)’는 음료리필스테이션, 플로깅  등 실생활 기반의 창의적 실천 활동을 전개한다. 실용성과 확산 가능성을 높인 접근 방식은 협의체의 정책 제안과는 또 다른 실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도, 2022년 이후 총 110개 그룹, 13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친환경 실천 활동에 참여했으며, 이들 활동은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후속 세대로 이어지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지속가능성은 한 세대의 과업이 아니다. 장윤정 학생은 “저희 앞 세대가 해온 활동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우리도 모든 걸 끝내겠다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발판을 잘 놓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이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