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9호 2025년 8월] 뉴스 모교소식
카트만두, 롬복, 사마르칸트…무더위 잊은 배움과 나눔의 현장
글로벌 공헌단, 4개국서 봉사 동문·학생 등 100여 명 참여, 총동창회서 9000만원 지원
카트만두, 롬복, 사마르칸트…무더위 잊은 배움과 나눔의 현장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은 올 여름방학에 네팔,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페루, 제주 등에서 현지 맞춤형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롬복에서 ‘한국 알리기’ 활동 모습.
글로벌 공헌단, 4개국서 봉사
동문·학생 등 100여 명 참여
총동창회서 9000만원 지원
기후위기로 무너지는 섬의 경계에서, 교육의 기회가 닿지 않는 네팔 산골 마을에서, 그리고 언어와 역사로 분절된 공동체의 틈새에서 서울대인은 질문하고 실천했다. ‘서울대가 가진 것을 사회에 어떻게 환원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물음에, 학생과 동문 100여 명은 올여름 다섯 개의 길로 응답했다.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단장 서교)은 2025년 여름방학 동안 제주를 비롯해 네팔,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페루 등 4개국에 공헌단을 파견해 교육, 보건, 환경,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맞춤형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다. 총동창회는 이 중 네팔과 제주 공헌단에 총 9000만원을 후원하며 동문 참여 기반의 지속가능한 나눔을 실현했다.
동문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학생과 졸업생이 협력해 사회공헌 활동을 함으로써, 동문의 전문성과 사회공헌의 긍정적 영향력을 서울대학교와 사회로 확장하고 선순환하는 공헌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제주 ‘바당결’팀은 7월 14일부터 17일까지 제주 대정중학교 1학년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실시했다. 제주 밭담 생태 교육, 마인크래프트 기반 기후 시뮬레이션, 예술 융합 수업 등을 통해 청소년의 기후 감수성을 높였다. 동문 단원 4명과 학생 20여 명이 함께했다.
7월 21일부터 31일까지 활동한 네팔 ‘우샤샤’팀은 카트만두 천피데비학교에서 음악·미술·체육 수업과 건강검진, 위생교육, 문화교류 행사를 진행했다. 동문 의료진 6명이 동행해 전문 보건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약 150명의 현지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했다.
인도네시아 ‘샤아띠’팀은 7월 24일부터 8월 3일까지 롬복 지역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한국어·디지털 마케팅 교육을 운영하고, K-팝과 전통춤이 어우러진 공연을 통해 문화 교류를 진행했다.
우즈벡 ‘우샤’팀은 8월 4일부터 14일까지 사마르칸트 유치원과 고려인 커뮤니티에서 유아교육, 역사 교류, 문화공연, 1일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현지 대학과 협업해 다문화 연대를 실현했다.
8월 7일부터 18일까지 활동한 페루 ‘리마인드’팀은 산마르틴 데 포레스 지역에서 초중등 대상 보건·심리·경제 교육과 함께, 주민 참여형 건강 박람회와 운동회를 열어 공동체 중심의 나눔을 실천했다.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은 2013년 2월 창설 이래 대학 내 사회공헌을 담당하는 허브조직으로서 대학의 사회 책무와 전문성을 토대로 사회공헌 교육과 국내외 사회공헌을 실천하고 있다.
‘밭담’이 이렇게 대단해? 제주 학생들이 놀라던데요

제주 대정중 1학년 교실에서 이뤄진 제주 환경 교육 활동 중 퀴즈에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제주SNU 공헌활동에 참여한 (왼쪽부터) 박세은·김태훈·오영석·김도은 동문 단원.
제주에 간 젊은 동문 4인
7월 한여름, 제주 대정중학교 교실에 특별한 수업이 열렸다. 서울대 재학생과 동문이 한 팀이 돼 기후위기와 제주 생태계 보존을 주제로 교육을 진행하는 ‘2025 제주SNU공헌단’ 활동이 펼쳐진 것. 7월 14일부터 17일까지 3박 4일간 진행된 이번 활동은 재학생 단원 16명, 동문 단원 4명, 손용훈(조경94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지도 교수와 담당 직원 2명을 포함한 23명이 함께하며 100여 명의 대정중 1학년 학생들과 소통하고 지식을 나눴다.
이번 행사에 총동창회 사회공헌위원회 이선진(농가정69)·박식순(농업교육77) 공동위원장, 박영혜(불문61)·이윤경(간호65)·이명숙(간호70)·임현숙(화학70)·조경숙(간호75)·이태림(계산통계77)·정성혜(의류78)·송재성(경영91) 위원, 총동창회 이경형(사회66) 상임부회장, 송우엽(체육교육79) 사무총장이 참관해 단원들을 격려했다.
환경교육,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시나리오 수업, 밭담 답사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 이번 활동은 특히,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동문들이 학생들과 함께 준비하고 실행에 나섰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재학생과 동문이 함께 만들어낸 교육 콘텐츠는 제주 지역 중학생들에게 ‘우리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심어줬고, 동문 단원들은 다시 한번 실천적 지식인의 역할을 고민하게 됐다. 공헌단 활동에 참여한 동문 단원 4명에게 이메일로 소회를 들어봤다.
김태훈(융합대학원15) 단원은 직장 생활과 봉사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번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과거 군산, 전북 등의 공헌단 활동 경험을 통해 글로벌사회공헌단의 기획력과 성실함을 신뢰하게 됐고, 이번에도 그 연장선에서 밭담팀으로 참여하게 됐다.
“직장인으로 참여 가능한 봉사활동은 많지 않아요. 그런데 이 공헌단은 팀 체계도 잘 갖춰져 있고, 재학생들과도 수평적인 관계로 협업할 수 있어 매력적입니다.”
밭담팀 소속으로 부스 프로그램을 기획한 그는, 우도 환경교육, OX 퀴즈, 부스 안전 관리 등을 주도했다. 무엇보다도 많은 학생이 동시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안전하게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세심한 준비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재학생 단원들의 기획력과 책임감에 깊이 감명받았습니다. 학기 중에도 열정을 다해 준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번 활동을 통해 세대 간의 협력이라는 이상적인 모델을 직접 경험한 셈이죠.”
제주에 외가가 있는 김도은(환경대학원19) 단원은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 제주대학교에서 강의하는 동시에 밭담과 지역 경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제주에서의 기억이 조경학 진로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그는, 밭담을 지역의 유·무형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현장에 접목하고자 이번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밭담은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닙니다. 제주의 역사, 생태, 생활문화가 녹아 있는 중요한 경관 자산이에요. 하지만 지역 주민들도 그 가치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활동은 교육과 연구의 연장선에서 밭담의 의미를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김 단원은 사전 교육과 실습을 총괄하며, 재학생 단원들과 함께 위치 기반 앱 ‘램블러’를 활용해 훼손된 밭담을 기록하고 지도화하는 수업을 기획했다. 현장에서 대정중 학생들이 밭담길을 걸으며 실제 훼손 지점을 발견하고 진지하게 기록하는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이 밭담의 가치를 처음으로 깨닫는 그 순간이 인상 깊었어요. 방치된 밭담을 발견했을 때 놀람과 이를 기록하고자 하는 태도가 무척 진지했던 기억이 납니다.”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중인 오영석(환경대학원22) 단원은 이번 활동을 통해 ‘가르침’보다 ‘배움’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활동 초반부터 프로그램 전반에 피드백을 제공하며 재학생들과 협업한 그는, 특히 온라인 플랫폼 ‘패들렛’을 통해 진행된 ‘생태일기’ 활동에서 큰 울림을 느꼈다. “중학생들이 자신만의 시선으로 생태를 관찰하고 정직하게 표현한 글을 보면서, 저 역시 잊고 있던 감각을 되찾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했지만, 되려 우리가 배운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한 학생이 “선생님, 제 이름 아세요?”라고 물었을 때, 선뜻 대답하지 못했던 순간이 마음에 남았다고 한다. “프로그램의 흐름과 정보 전달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한 사람 한 사람과 얼마나 진심으로 관계 맺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됐어요.”
조경학 박사과정 중인 박세은(환경대학원23) 단원은 평소에도 정원 교육, 경관 보전 활동 등을 이어오며 환경과 지역유산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기후위기 시뮬레이션 수업, 밭담 현장 관찰, 업사이클링 부스 운영 등 여러 수업을 맡아 대정중 학생들과 가까이 호흡했다.
“쉬는 시간엔 소란스럽던 교실이 수업만 시작되면 조용해졌어요. 아이들이 기후위기를 자기 일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다만 교육 중 일부 간식 제공이나 부스 활동에서 불필요한 쓰레기가 많이 발생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한다. “환경교육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내용뿐 아니라 실천도 중요합니다. 다음엔 준비단계부터 더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남주 기자
손씻기가 이렇게 중요해? 네팔 어린이들이 신났어요

황규영 동문(간호장교)이 네팔 어린이에게 위생교육을 하고 있다.


네팔 캠프에 참가한 (왼쪽부터) 유미영·박수윤·정세연·김다희·황규영 동문 단원.
네팔에 간 동문 의료진 5인
뜨거웠던 7월, 동문 의료진 5인이 자신의 휴가를 ‘쉼’이 아닌 ‘실천’으로 채웠다. 병원과 군에서 환자를 돌보던 이들은 잠시의 여유 대신, 멀고 낯선 땅 네팔로 향했다. 누구의 지시도 아닌, 오직 자신의 뜻으로. 카트만두 외곽 참피데비 중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손씻기 교육을하고 학부모와 함께 경구용 수액을 만들어 보며, 이들은 봉사의 본질을 다시 마주했다.
참여자들은 간호장교, 피부과 의사, 병동 간호사, 간호학 박사과정생 등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시간을 살아온 이들이었다. 그들은 네팔에서 처음으로 한 팀이 되어, 혈압·시력·소변 검사, 키와 체중 폐활량 측정 등 건강검진과 위생교육을 진행하고 손씻기의 중요성도 가르쳤다. 고단한 하루였지만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따뜻해진다”는 말처럼 충만했다. 이들의 여정은 서울대총동창회의 후원으로 가능했고, 동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나눔과 책임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박수윤(의학15)·김다희(간호12)·정세연(간호19)·유미영(간호06)·황규영(간호24) 동문에게 소감을 들었다.
-이번 네팔 캠프에 참여한 계기는.
박수윤 : “고등학생 때 필리핀 빈민촌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현장을 직접 본 경험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어요. 이번 네팔 공헌단도 그런 시간이 될 거란 예감이 들었고, 동문회 메일을 받자마자 ‘이건 운명이다’ 싶어 주저 없이 지원했습니다.”
유미영 : “병원에서는 늘 환자가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이번엔 제가 먼저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간호의 본질, 돌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 시간이었어요.”
-맡은 역할과 기억에 남는 순간은.
황규영 : “병원에서의 간호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어요.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팀이 되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 자체가 도전이었죠. 아이들이 진심으로 웃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제가 위로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정세연 : “면역이 제로인 백혈병 환자들을 간호해온 경험을 살려, 위생교육과 건강검진을 맡았어요. 작은 상처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현장에서의 모든 접촉이 소중했습니다.”
박수윤 : “학생단원들이 정말 책임감 있게 활동에 참여했고, 아프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더 잘하지 못했다며 눈물까지 보인 단원도 있었어요.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진심 어린 참여였기에 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은.
김다희 : “첫 시간이 부모 교육 시간이었는데, 준비하면서도 ‘이 내용이 현지에 정말 필요한 걸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어요. 막상 현장에서 직접 반응을 느끼지 못하니 당황스럽더라고요. 하지만 실습 위주로 전환하자 반응이 달라졌고, 결국 교육은 사람과의 교류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정세연 : “학부모 폐활량 측정 교육에서 통역사 부재로 몸짓으로 설명해야 했던 일이 기억에 남아요. 결국 먼저 검사한 분들이 다음 사람을 도와주는 상황으로 이어졌는데, 그 모습이 참 따뜻했어요.”
-이 활동이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김다희 : “제가 해온 간호를 다시 돌아보게 됐어요.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나선 봉사에서 마음 깊이 충전됐고, 봉사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느꼈습니다.”
정세연 : “아직도 ‘건강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절감했어요. 당장의 변화는 작을지 몰라도, 이 만남이 아이들의 미래에 씨앗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동문들에게.
유미영 : “학생단원의 열정과 동문단원의 전문성이 어우러질 때 활동이 훨씬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어요. 다양한 전공의 동문들이 함께하면 더욱 풍성한 공헌이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김다희 : “도와주러 간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위로받고 돌아왔어요. 이 활동은 남을 위한 선택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위한 시간이기도 해요.”
정세연 : “도전해 보세요. 후회는 없을 겁니다!” 송해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