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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8호 2025년 7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국내 첫 IOC 인증 스포츠 전문의…격렬한 럭비 필드서 실력 입증

국내 첫 IOC 인증 스포츠 전문의…격렬한 럭비 필드서 실력 입증


이상훈 (의학93) CM병원 병원장

OCA 의무분과 부위원장에 선출
3대째 의사 가문, 부친도 정형의해외저널에 꾸준히 논문 발표
“하루를 열 배로 살아야 겨우 발전할 수 있는 분야가 이 일이죠.”
이상훈(의학93) CM병원 병원장은 그렇게 말하며 단단한 미소를 보였다. 그는 정형외과 의사이자, 스포츠 의학 전문가, 병원 운영자로서 매일 치열하게 시간을 쌓아간다. 진료와 연구, 후학 양성,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 개발까지. 최근 한국올림픽위원회 의무분과 위원장에 선출된 이상훈 원장을 6월 26일 CM병원에서 만났다.
이상훈 동문이 이끄는 서울 CM병원은 국가가 공식 인증한 서울 4개의 관절전문병원 중 한 곳으로, 상지(어깨, 팔꿈치, 손, 손목) 분야 전문의 5명이 상주하는 국내 유일의 병원이다. 한 분야에 집중된 전문성과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는 의료진의 문화는 병원의 깊이를 더했다. “의사 혼자서는 발전이 없습니다. 서로를 관찰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있어야 진짜 발전이 일어납니다.”
이상훈 원장은 국내 최초로 IOC 인증 스포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인물로, 세계적 수준의 전문성과 실무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이 자격은 국제 스포츠 의학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최근 그는 아시아올림픽위원회(OCA) 의무분과 부위원장에 선출돼, 아시아 지역 스포츠 대회의 의료 정책과 안전 매뉴얼을 총괄하는 등 중책을 맡았다. 한국 스포츠 의학의 위상을 국제 무대에 각인시킨 상징적 인물이다.
그는 경기장이라는 또 다른 의료 현장에서 진짜 실력을 증명해 왔다. 필드 위에서의 빠른 판단과 행동은 선수 생명에 직결되기에, 풍부한 경험과 정확한 기준이 요구된다. 특히 부상 빈도와 위중도가 가장 높은 럭비 경기에서, 그는 필드의 안전을 지키는 유일한 한국인 매치데이 닥터다. “럭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부상이 일어나는 스포츠입니다. 이 분야는 의사의 권한과 책임이 막중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국제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코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럭비에선 의료 판단이 심판의 권한을 넘기도 한다. “선수 교체 여부를 판단하는 일은 단순히 지식만으로는 안 됩니다. IOC 전문가들이 만든 프로토콜을 완벽히 숙지하고, 필드에서 이를 정확히 적용할 수 있어야 하죠.”
동시에 한국올림픽위원회 의무분과 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단의 의료 시스템 전반을 기획·운영한다.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어야 합니다.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정책과 실행 방안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이 직책의 본질입니다.”
그는 국내 스포츠 의학의 진전을 인정하면서도, 개선의 여지는 여전하다고 짚는다. “프로스포츠에는 응급구조사나 앰뷸런스 배치 같은 규정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의료 판단을 해야 할 의사들이 경험과 지식을 쌓을 시간이나 유인책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필드에서 벌어지는 응급상황에 대한 대응은 별도의 전문 교육이 필요함에도, 그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비인기 종목의 경우 예산 부족으로 트레이너도 없이 경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그의 활동은 현장 대응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는 새로운 시술법과 치료법을 개발하며, 세계적으로도 높은 인정을 받고 있다. 실전 감각은 이 원장이 국제적으로 호평받는 치료법들을 개발해 낸 배경이기도 하다. 그의 치료법들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현장에서 축적된 임상 데이터를 분석해 체계화한 최적의 해결책이다. “팬시한 기술이 아니라,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낸 결과입니다.” 실제로 그는 정형외과 분야 최고 권위의 해외 저널에 꾸준히 논문을 발표하며 학문적 기여도 이어가고 있다.
경험과 데이터를 중시하는 그는, 이러한 기반 위에서 AI 기술을 진료와 판단에 접목시키는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선수가 복귀 준비가 되었는지, 저는 경험적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후학들은 그렇지 않죠. 그 직관을 AI로 구현해, 누구나 같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직접 병원 예약 시스템을 만들고, 다양한 AI 기반 앱을 개발하며 ‘의료의 평준화’를 실현하려는 그의 노력은 이미 구체화 단계에 있다.
그는 후학 양성에도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전공의 파업 당시 다수의 전공의들이 그에게 배움을 청했고, 그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배움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저로 인해 한 명의 의사가 몇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면, 그것이 제가 남기고 싶은 가장 큰 유산입니다.”
3대째 의사 집안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의사의 길을 걸었다. 신경외과 1세대 의사였던 고(故) 이범순 박사와, 관절·척추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는 아버지 이도영(의학63) 박사까지, 그는 생명을 다루는 책임을 내면화했다. 그가 진정한 의사의 의미를 체득한 것은 밤새 환자 곁을 지키는 가족의 뒷모습에서였다. “지금도 제 좌우명은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은 의료를 위한 시간’입니다.”
이상훈 원장은 정형외과 의사로서, 스포츠 의학 전문가로서, 병원 운영자로서 하루 24시간을 살아간다. 그는 밥을 먹는 시간, 샤워를 하는 시간까지 온전히 의학에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한다. “의학은 끝이 없습니다. 지금 쓰는 수술법이나 도구도 10년 후면 사라지죠. 그러니 매 순간 배우고, 갱신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처럼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따로 있다. “환자들이 웃으며 돌아갈 때, 선수들이 고맙다며 커피 한 잔을 건넬 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축하 케이크를 들고 올 때. 그런 순간들이 제가 계속 이 길을 걷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오늘도 그는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오롯이 환자와 의학을 위해 바치고 있다.
이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