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8호 2025년 7월] 인터뷰 동문 유튜버
유튜브서 알아주는 ‘저속노화 선생님’…식품업계도 긴장한다
‘정희원의 저속노화’
유튜브서 알아주는 ‘저속노화 선생님’…식품업계도 긴장한다

정희원 (의학04) 의학박사
‘정희원의 저속노화’
요즘 식품업계는 한 사람을 따라간다. 매일유업, CJ제일제당, 세븐일레븐이 앞다퉈 그와 협업하고, ‘렌틸콩’과 ‘MIND 식단’이 대세가 됐다.
식품업계는 물론, 방송과 출판계까지 그의 메시지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건강, 수면, 식단, 운동, 마음까지 아우르는 그의 조언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시대가 필요로 하는 실천 지침서가 되었다. 최근 라디오 DJ를 맡아 건강 프로그램까지 진행하는 정희원(의학04) 박사는 지금 가장 주목받는 인플루언서다.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며 내공을 쌓은 그는,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유튜브와 방송을 통해 ‘저속노화’라는 화두를 던졌다. 지금 가장 ‘핫한’ 정 동문을 서면으로 만나봤다.
-유튜브 채널 이름을 ‘저속노화’로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거창한 의미보다는, 사람들이 질병 없이 굵고 길게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이름이에요. 채널 개설 당시엔 제 이름보다 ‘저속노화 선생님’으로 더 많이 불렸어요.”
-‘노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노화는 숫자 나이보다 생물학적 나이·신체 나이가 중요합니다. 노화는 신체적·정신적 기능의 총합, 즉 ‘내재 역량’이 줄어드는 것이죠. 내재 역량을 욕조의 물로 비유하곤 해요. 욕조에 물이 가득하면 건강한 상태지만, 마개가 열려 있는 한 누구나 조금씩 물이 빠지죠. 저는 그 속도를 늦추고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다리로 걷고, 자신의 손으로 식사하며,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타인에게 크게 의존하지 않는 존엄하고 자율적인 삶을 마지막까지 영위하는 것이죠.”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방송 출연을 하다 보면 팔릴 것 같은 주제를 주로 요청받아요. ‘렌틸콩 광인’이 된 것도 그런 이유고요. 하고 싶은 다른 얘기는 편집되니까, 제가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했어요. 또, 반복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 올려두면 좋겠더라고요. 트위터 등 SNS의 휘발성을 넘어서기 위해 유튜브를 확성기로 이용한 거죠. 아카이빙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요.”
-교수, 의사, 유튜버…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저는 제 정체성을 ‘의사-과학자(MD-PhD)’로 봅니다. 진료 40, 연구 60의 비중이 가장 적합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연구가 늘 부차적인 일로 여겨지죠. 연구를 본업으로 삼기 위해 병원을 떠나게 됐습니다.”
-‘정희원의 저속노화’ 채널은 어떤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나요?
“제 유튜브 채널은 단순히 건강 정보만 다루는 곳은 아니에요. 식단, 운동, 노쇠, 음악 이렇게 4트랙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식단 쪽은 집에서 따라 할 수 있는 ‘저속노화 레시피’나 건강하게 외식할 수 있는 식당을 소개하는 ‘그린리본 프로젝트’가 있고, 과학적 근거 없는 식품 괴담을 바로잡는 콘텐츠도 만들어요. 운동은 ‘국민체력 100’처럼 실제 체험 기반 콘텐츠부터 시작했고요. 앞으로 달리기, 중량 운동 등 다양한 운동 콘텐츠도 계획 중이에요. 노쇠 관련 콘텐츠는 초고령 사회를 맞이해 우리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정부 정책과 연계한 사회적 안건을 제시해요. 음악은 제 취미이기도 한데, 누구나 악기를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서 다루고 있어요. 여기에 더한다면, 더 나은 한국과 지구를 만들기 위한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해서도 다룰 생각이에요.”
-유튜브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어떤 책임감을 느끼시나요?
“최근 강하게 느끼는 부분입니다. 사람들은 데이터보다 자극적인 일화에 끌려요. 그래서 ‘워렌 버핏도 콜라 마시며 장수했다’ 같은 이야기가 퍼지죠. 하지만 그건 스카이다이빙 뛸 때 낙하산 메기를 거부하는 거예요. 일부 전문가들도 문제입니다. 한두 가지 극적인 사례를 들어 특정 식품이나 영양제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주장해요. 검증된 콜레스테롤 약은 안 먹겠다면서, 검증되지 않은 뇌 영양제를 요구하는 환자도 있어요. 부끄러운 일입니다. 몇 배의 노력을 하더라도 정상적이고 의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지식을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당장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요. 한국 사람들은 납득만 하면 정말 빨리 바뀌어요. 젊은 사람들도 이제는 아주 일찍부터 투자를 하죠. 이를 통해 초고령 사회의 한국을 저속노화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동문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서울대 동문들은 정말 똑똑한 분들입니다. 하지만 취업 이후에는 이 좋은 두뇌를 더 이상 쓰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나이가 들면 문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한국은 그 기울기가 특히 가파릅니다. 독서나 글쓰기처럼 작고 지속적인 습관으로 두뇌의 노화를 늦췄으면 해요. 동문들이 두뇌를 보존해야 나라에도 이로운 일이죠.”
정 동문은 내과 실습 시절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가 처방받아 먹고 있던 약 중 특정 약을 빼자 며칠 만에 멀쩡해지는 모습을 본 후 노인의학에 완전히 매료됐다. 노쇠에 대해 연구하다가 공부에 대한 갈증이 생겨 KAIST 의과학대학원에 들어가 이학박사를 취득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 활동을 그만두고 MBC 라디오 ‘정희원의 라디오 쉼표’ MC로 활동 중이다. ‘지속가능한 나이듦’ 등을 썼다.이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