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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8호 2025년 7월] 문화 신간안내

“왜 걷나요” 당신에게 묻습니다 

“왜 걷나요” 당신에게 묻습니다 


화제의 책
트레킹의 원리
 
이환종(의학71)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외
바른북스
자연 속에서 걷기는 단지 건강을 위한 운동일까, 아니면 인간 존재를 재발견하는 철학적 행위일까. ‘트레킹의 원리: 신비한 자연과 직립보행의 만남’은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해 철학적이면서도 생물학적이고, 의학적이면서도 심리학적인 답변을 던지는 책이다. 
이환종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와 전문 트레커 조태봉 씨가 공동으로 집필한 이 책은 기존의 ‘트레킹 입문서’나 ‘여행 에세이’와는 전혀 다른 결의 저작이다. 트레킹을 하나의 문화적·철학적 행위로 격상시키며, 걷는 행위가 지닌 깊이와 가능성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이환종 동문은 머리말을 통해 이 책의 방향성과 의도를 선명하게 제시한다. 그는 트레킹이 주는 선물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 바로 육체의 활력, 정신적인 안정감, 그리고 극복의 의지력이다. 이 동문은 폐결핵 후유증으로 폐 기능이 30% 이상 저하된 상태에서도 수년간 국내외 고산 트레킹을 완주한 경험을 토대로, 트레킹이 단순한 걷기를 넘어 자기 극복의 여정임을 강조한다. 부탄의 드룩패스, 페루의 잉카 트레일,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서킷과 칼라파타르 등 수많은 고산 트레킹을 통해 그는 ‘걷기’를 생명의 회복력과 자연의 신비를 체험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조태봉 트레커는 이 책을 ‘인문학적 방식의 기술서’라 부르며, 기존의 트레킹 안내서와 명확히 선을 긋는다. 그는 이 책이 “어디를 걷느냐”가 아닌 “어떻게 걷느냐”, 더 나아가 “왜 걷느냐”를 묻는 책이라고 단언한다. 
이 책이 갖는 가장 큰 미덕은 ‘트레킹’이라는 행위를 단지 취미나 여가의 영역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걷기라는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행위를 생물학, 심리학, 철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언어로 해석하고, 그 해석을 친절하고 일상적인 문체로 풀어낸다. 생체역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걷기 자세, 심리적 방어기제로서의 명상적 트레킹, 자연과 인간의 공생관계에 대한 통찰 등은 책의 신뢰성과 깊이를 한층 높여 준다.
책은 총 7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자연의 신비와 인간 진화의 관점에서 트레킹의 본질을 탐구하고, 2부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트레킹의 변천을 조망한다. 특히 3부에서는 ‘사색과 명상’, ‘현상학적 태도’ 등 철학적 개념을 통해 걷기의 심리적 효과를 설명한다. 4부는 본격적인 기술편으로, 걷기 자세와 트레킹 폴 사용법, 트레킹 앱 사용법까지 아우르며 실제적인 노하우를 전달한다. 또한 5부에서는 트레킹의 효과와 부작용을 의료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6부에서는 트레킹이 우리 삶에 주는 의미와 가치를 사유한다. 마지막 7부는 실습편으로, 준비물부터 고산병 예방법, 조난 시 응급처치법에 이르기까지 현장성 높은 정보를 다룬다.
부록으로 실린 ‘세계 베스트 트레일 33선’은 실용적 보너스다. 중국 호도협, 요르단 페트라, 제주 올레길, 뉴질랜드 밀포드 트랙, 미국 존 뮤어 트레일 등 전 세계 대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길들을 소개하며, 독자에게 트레킹 여행의 동기를 부여한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