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8호 2025년 7월] 뉴스 모교소식
“몸으로 느껴보세요”…연극 같은 수업이 시작됐다
“몸으로 느껴보세요”…연극 같은 수업이 시작됐다

확대와 팽창을 몸으로 표현하는 학생들
학부대학 수업 발표회 참관
교양 교육 근본적인 전환 시도
조명이 은은하게 깔린 공간 한가운데, 몸을 숨겼던 학생들이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천을 펼쳐 공중에 띄우고, 누군가는 음악에 맞춰 옆 사람의 손짓을 따라 반복했다. 상승과 하강, 확대와 팽창이 교차한다. 그들의 움직임은 점점 공간을 채워나가고,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관객 역시 어느새 그 흐름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책상과 의자가 늘어서 있던 기존 모습과는 달리, 이날의 중앙도서관은 마치 작은 극장 같았다. 학생들은 오브제를 활용해 말 없이 메시지를 전달하고, 형광등 대신 학생들을 비추는 조명과 음악은 장면을 구성했다. 학생들의 움직임은 점차 자연스러워지고 몰입과 확신이 서려 있었다.
6월 10일, 중앙도서관에서 학부대학 ‘베리타스 실천’ 교양과정 중 하나인 ‘신체조형’ 수업의 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올해 출범한 학부대학이 교양 교육의 근본적인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지금, 그 변화가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봤다.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몸의 감각을 따라 생각하고, 함께 움직이며 아이디어를 모았다. 언어나 텍스트 없이도 소통은 가능했고, 창의성은 협업 속에서 더 깊어졌다.
수업을 설계한 이장섭(산업디자인97) 디자인학부 교수는 “학생들이 경쟁을 잠시 멈추고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수업이 지향하는 핵심 역량으로 ‘자기 감각의 회복’과 ‘협력적 문제 해결력’을 꼽았다. 그는 “몸을 다루는 작업은 정서적 안정과 감각적 사고를 확장시키며, 이후 공동 창작 과정은 서로의 감각을 연결해 갈등을 조율하고 소통하는 경험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예술을 매개로 창의력과 협업 능력을 기르는 이 수업은 공간과 오브제, 움직임을 활용해 사고의 틀을 흔들고, 타인과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둔다. 학생들에게 익숙한 지식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배움의 방식을 제안한다. 학생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임재인(인류25) 학생은 “몸을 움직이며 팀워크 속에서 아이디어가 하나로 모여드는 순간 창의성의 실마리를 느꼈다”며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시도하고 깨우치려는 태도를 배우며, 배움의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염승원(디자인20) 학생 역시 “결과물 자체보다, 그것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부딪히고 풀어내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며 “정답을 좇기보다 예기치 못한 흐름을 수용하며 작업의 방향을 찾아가는 감각을 익힌 시간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장섭 교수는 “향후에는 과학, 철학, 건축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해 ‘몸으로 사유하는 창작 방법론’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며, 실험적 교육 모델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신체조형’은 베리타스 교양과정 전체 중 하나의 사례지만, 전통적인 지식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감각·협업·실천을 중심에 둔 수업이라는 점에서 학부대학이 추구하는 교육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울대는 종합화 50주년을 맞아 올해 학부대학 체제를 출범시키고, 교양교육의 전환을 본격화했다. 베리타스 교과영역은 강좌1, 강좌2, 실천의 세 단계로 구성되며, ‘도전과 공감으로 미래를 여는 지성’이라는 학부대학의 인재상을 구현하고자 한다. 앞으로 더 다양한 주제의 강의와 비교과 프로그램이 함께 설계되어, 학제 간 융합은 물론 지역사회와의 연결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정윤 기자

확대와 팽창을 몸으로 표현하는 학생들
학부대학 수업 발표회 참관
교양 교육 근본적인 전환 시도
조명이 은은하게 깔린 공간 한가운데, 몸을 숨겼던 학생들이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천을 펼쳐 공중에 띄우고, 누군가는 음악에 맞춰 옆 사람의 손짓을 따라 반복했다. 상승과 하강, 확대와 팽창이 교차한다. 그들의 움직임은 점점 공간을 채워나가고,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관객 역시 어느새 그 흐름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책상과 의자가 늘어서 있던 기존 모습과는 달리, 이날의 중앙도서관은 마치 작은 극장 같았다. 학생들은 오브제를 활용해 말 없이 메시지를 전달하고, 형광등 대신 학생들을 비추는 조명과 음악은 장면을 구성했다. 학생들의 움직임은 점차 자연스러워지고 몰입과 확신이 서려 있었다.
6월 10일, 중앙도서관에서 학부대학 ‘베리타스 실천’ 교양과정 중 하나인 ‘신체조형’ 수업의 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올해 출범한 학부대학이 교양 교육의 근본적인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지금, 그 변화가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봤다.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몸의 감각을 따라 생각하고, 함께 움직이며 아이디어를 모았다. 언어나 텍스트 없이도 소통은 가능했고, 창의성은 협업 속에서 더 깊어졌다.
수업을 설계한 이장섭(산업디자인97) 디자인학부 교수는 “학생들이 경쟁을 잠시 멈추고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수업이 지향하는 핵심 역량으로 ‘자기 감각의 회복’과 ‘협력적 문제 해결력’을 꼽았다. 그는 “몸을 다루는 작업은 정서적 안정과 감각적 사고를 확장시키며, 이후 공동 창작 과정은 서로의 감각을 연결해 갈등을 조율하고 소통하는 경험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예술을 매개로 창의력과 협업 능력을 기르는 이 수업은 공간과 오브제, 움직임을 활용해 사고의 틀을 흔들고, 타인과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둔다. 학생들에게 익숙한 지식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배움의 방식을 제안한다. 학생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임재인(인류25) 학생은 “몸을 움직이며 팀워크 속에서 아이디어가 하나로 모여드는 순간 창의성의 실마리를 느꼈다”며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시도하고 깨우치려는 태도를 배우며, 배움의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염승원(디자인20) 학생 역시 “결과물 자체보다, 그것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부딪히고 풀어내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며 “정답을 좇기보다 예기치 못한 흐름을 수용하며 작업의 방향을 찾아가는 감각을 익힌 시간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장섭 교수는 “향후에는 과학, 철학, 건축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해 ‘몸으로 사유하는 창작 방법론’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며, 실험적 교육 모델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신체조형’은 베리타스 교양과정 전체 중 하나의 사례지만, 전통적인 지식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감각·협업·실천을 중심에 둔 수업이라는 점에서 학부대학이 추구하는 교육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울대는 종합화 50주년을 맞아 올해 학부대학 체제를 출범시키고, 교양교육의 전환을 본격화했다. 베리타스 교과영역은 강좌1, 강좌2, 실천의 세 단계로 구성되며, ‘도전과 공감으로 미래를 여는 지성’이라는 학부대학의 인재상을 구현하고자 한다. 앞으로 더 다양한 주제의 강의와 비교과 프로그램이 함께 설계되어, 학제 간 융합은 물론 지역사회와의 연결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