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8호 2025년 7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결식아동과 착한식당 디지털 기술로 이어줍니다
‘포브스 아시아 영리더 30인’에 선정, 공부방 봉사하며 결식아동들과 인연
결식아동과 착한식당 디지털 기술로 이어줍니다


‘포브스 아시아 영리더 30인’에 선정
공부방 봉사하며 결식아동들과 인연
스튜디오샤 활동하며 스타트업 관심
“사회 복지 스타트업은 우리가 최선봉”
7월 2일 서울 마포 공덕동 IBK 창공 스타트업 사무실에서 최근 ‘포브스가 주목한 젊은 사회적기업가’를 만났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출신으로 현재는 스타트업에 전념하며 휴학 중인 김하연(자유전공19) 나눔비타민 대표. 그는 결식아동과 지역 상점, 기업의 사회공헌 예산을 연결해 새로운 방식의 복지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따뜻한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그의 도전은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176cm의 큰 키에 활기찬 에너지, 상대를 먼저 배려하던 태도는 말보다 빠르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학생회장, 대학에서는 과 대표를 맡아온 그는, 그야말로 ‘타고난 리더’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의 리더십이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고민과 실천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그의 하루는 새벽 여섯 시에 시작돼 밤 12시에 끝난다. 창업이라는 여정이 힘든 순간도 많지만 “자신이 만들고 싶은 세상을 현실에서 구현해 낸다는 기쁨”이 이 모든 과정을 견디게 한다.
한 명의 청년이 만든 플랫폼이 어떻게 3만 명의 결식 우려 아동과 수많은 ‘착한 가게’들을 연결하며 사회를 움직이고 있는지 들어봤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해요. 저녁은 거의 자정 즈음, 늦으면 1시까지 일하죠. ‘워라밸’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지만, 아직은 이 일이 너무 재미있고, 의미 있습니다.”
-나눔비타민의 플랫폼 ‘나비얌’은 정확히 어떤 서비스인가요?
“기부자와 수혜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에요. 쉽게 말하면, 기부자가 후원한 식사권이 모바일 기프티콘 형태로 결식 우려 아동에게 전달되고, 아이는 이를 가지고 지역 식당에서 식사를 해요. 이 모든 과정은 앱을 통해 투명하게 이뤄지죠. 식사를 완료하면, 후원자는 알림으로 감사 메시지를 받습니다. 일종의 ‘기부 선물하기’ 같은 모델입니다.”
-아이디어의 출발점은 어디였나요?
“고등학생 때부터 지역 아동센터에서 교육 봉사를 했어요. 대학 와서도 이어갔고요. 코로나19로 센터가 문을 닫은 뒤, 기존 멘티들이 지원받기 어려워졌어요. 그중 한 아이가 급식카드를 부끄러워하며 잘 쓰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때 알게 됐죠. 제도가 있어도 심리적 장벽, 정보의 비대칭성, 인프라의 부재 때문에 실제 이용률이 낮을 수 있다는걸요. 도와주려는 식당은 많은데, 아이가 이용 못 한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그걸 기술로 해결하고 싶었어요.”
-초기에는 혼자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개발은 어떻게 하셨어요?
“처음엔 PC용 웹사이트로 간단히 만들었어요. 코딩은 정보문화학 전공을 통해 배웠죠. 처음에는 일종의 사이드 프로젝트였습니다. ‘이걸로 사업을 하자’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반응이 너무 좋아서 놀랐죠. 아이들의 피드백, 사장님의 연락, 기부자들의 참여 요청이 계속 이어졌고, 어느 순간 ‘이걸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튜디오 샤’를 통해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을 한 것도 플랫폼 사업을 하는데 큰 동기가 됐죠. 같은 시간, 같은 노력을 했는데 오프라인에서는 한 명, 온라인에서는 10만 명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구체적으로 기억에 남는 피드백은.
“너무 많아요. 그중 하나는 ‘친구들은 다 마라탕 먹는데 나는 못 먹는다’는 이야기였어요. 처음엔 건강식을 중심으로 한식당 위주로 연결했는데, 아이들은 친구들과 같은 음식을 먹고 싶었던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많이 반성했어요. 좋은 뜻으로 만든 서비스도 당사자 관점이 빠지면 그저 ‘선의의 강요’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나비얌 이용자는 얼마나 되는지.
“약 3만 명 정도의 결식 우려 아동이 나비얌을 통해 식사를 하고 있어요. 일자별로는 학기 중 하루 50~100건, 누적 10만 건 이상의 식사 나눔이 이뤄졌고요. 지역 식당은 전국적으로 6만 곳 이상과 연계돼 있고, 특히 인천광역시, 서울시 관악구, 강서구, 영등포구, 강원도 원주시와는 지자체 협약을 맺어 시스템을 안정화했습니다.”
-식당 사장님 반응이 궁금하네요.
“대체로 굉장히 긍정적이에요. 매출도 생기고, 동네 아이들이 찾아오니까 뿌듯하다는 반응이 많아요. 물론 가맹 탈퇴 사유는 거의 없어요. 그런데 폐업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특히 올해 2월 이후로 급격히 많아졌죠. 소상공인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숫자로 실감하고 있어요.”
-투자 유치는 어떻게 이뤄졌나요?
“프리 시리즈 A 단계까지 총 8억원을 유치했고, 정부 R&D 과제, 상금, 창업 지원금 등을 포함하면 상당한 수준의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투자사는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우아한 형제들, 임팩트스퀘어 등입니다.”
-기업 CSR과의 협력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나요?
“기업들과의 협력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요. SK, 현대차, 포스코, 배달의민족, 한국건강관리협회, 세아그룹 등 다양한 기업이 CSR 캠페인 형태로 참여했어요.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은 저희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사 쿠폰을 ‘배민 게임’이라는 참여형 캠페인을 통해 후원했고, SK는 정기적인 데이터 기반 사회공헌을 저희 플랫폼을 통해 진행했죠. 기업 입장에서도 기존처럼 단순 후원이 아니라, 후원이 실제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아요. 기부가 ‘보여지는 선행’이 아니라, ‘추적 가능한 임팩트’가 되는 구조죠.”
-급식카드 관련 정책도 많이 공부하셨다고요.
“네. 나비얌의 핵심은 급식카드 예산을 활용하는 거예요. 현재 전국 결식 우려 아동은 약 28만 명, 급식카드 예산은 연간 약 6000억원 규모예요. 하지만 카드 사용처가 제한돼 있고, 디자인도 ‘급식카드’임이 드러나 민망하다는 이유로 사용을 꺼리는 아이들도 많아요. 저희는 카드 대신 디지털 식권을 통해 훨씬 더 자유롭고 존엄한 소비 경험을 줄 수 있어요. 또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정책 제안도 하고 있어요. 단순히 돕는 게 아니라, 구조 자체를 개선하려는 시도죠.”
-운영하며 느낀 가장 큰 보람은.
“정말 많지만, 하나 꼽자면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닿았다’는 확신이 생길 때예요. 예를 들어, 아이가 앱을 통해 본인이 직접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하고, 기분 좋은 후기를 남겼을 때요. ‘오늘 친구들이랑 같은 마라탕 먹었어요, 고마워요’라는 메시지를 봤을 때는 울컥했어요. 또 어떤 사장님은 ‘아이들이 찾아올 때마다 내가 더 행복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순간들이 계속 나를 앞으로 밀어요.”
-제일 압박받는 게 직원 급여겠죠?
“급여도 있지만 저는 결과물에 제일 압박을 받아요. 결과는 성과와 성과가 아닌 것으로 나뉠 수 있죠. 우리가 목표로 한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을 빠르게 성취해야 되는데. 3개년 계획처럼 해놓은 게 있어요. 올해가 거의 3년 차 인데. 그래도 넓게 보면 계획했던 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팀원은 현재 몇 명이고, 어떻게 꾸려졌는지 궁금하네요.
“현재 총 10명이 함께 일해요. 개발자가 5명, 디자이너, 콘텐츠 마케터, 사업 담당자, 경영지원 담당자, 그리고 제가 전략과 대외 협력을 맡고 있죠. 공동 창업자인 김은서 이사는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후배예요. 창업 초기부터 함께했고, 지금도 함께 일하고 있어요. 대부분 20~30대 초반의 젊은 팀이에요.”
-중간에 나간 구성원은 없나요?
“지금까지 5명이 나갔지만, 스타트업치고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많은 스타트업들이 바라듯이 인수 합병을 원하나요?
“저희는 IPO(기업공개)를 생각하고 있어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자신감은요?
“지금 우리가 펼치고 있는 사업이 사회 흐름과 딱 맞다고 보고 있어요. 모든 사회복지, 사회 공헌도 데이터 기반으로 돼가고 있거든요. 이런 것을 하는 곳이 저희밖에 없어요. 사실 복지 분야가 기술이 더 필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안 들어와 있어요. 우리가 유일한 사회복지 스타트업이라고 자부해요.”
-창업 전,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서 얻은 경험이 많다고요.
“정말 많아요. 자유전공은 말 그대로 탐색과 통섭의 공간이었어요. 다양한 전공의 친구들을 만나고, 경영학과, 정보문화학, 철학 등을 넘나들며 공부했어요. 특히 장대익(대학원94) 교수님의 창업 수업은 지금의 저에게 아주 큰 영향을 줬어요. 그 수업에서 실제로 첫 공동창업 프로젝트를 했고, 장 교수님 회사에서 인턴도 했어요.”
-서울대 창업 지원 시스템은 어땠나요?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지금도 도움받고 있고요. 서울대 캠퍼스타운의 ‘창업히어로’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사무공간을 무료로 제공받았고, 이후 IBK기업은행이 지원하는 창업 공간도 활용하고 있어요.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는 실제 투자자로도 참여했고, 최근에는 서울대에서 ‘창업 장학생’으로도 선발돼 장학금도 받았어요. 저는 창업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 서울대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창업가로서 롤 모델이 있다면.
“‘돌봄드림’ 김지훈 대표님이요. 자폐 아동이 위급할 때 감싸주는 조끼를 개발해서, 그 분야에서 사회적 혁신을 일으키신 분이에요. 저랑 친분도 있는데, 가까이에서 그분을 보며 진정성과 기술력, 조직 문화가 어떻게 어우러져야 하는지를 배워요. 롤 모델은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자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창업이라는 말이 부담스럽다면,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내 시간, 내 행동, 내 말이 어떤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지 고민해 보는 거죠. 그게 창업의 시작이에요. 저는 창업을 거창한 성공담이라기보다, ‘문제를 발견하고 내가 풀어보겠다는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든 시작할 수 있고, 실패해도 괜찮죠.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해보면 됩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