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8호 2025년 7월] 뉴스 기획
희귀병 아동·불우 청소년·시각장애인 돕는 재학생 78명
5개 팀 한 학기 활동 결과 보고, 시각장애인에 화장법 가르치고, 관악캠퍼스 장애물지도 제작, 희귀암 환아 캐릭터 이모티콘도
희귀병 아동·불우 청소년·시각장애인 돕는 재학생 78명


글로벌사회공헌단 소속 학생사회공헌단 1학기 성과공유회에서 발표를 마친 각 팀의 팀장과 팀원들
5개 팀 한 학기 활동 결과 보고
시각장애인에 화장법 가르치고
관악캠퍼스 장애물지도 제작
희귀암 환아 캐릭터 이모티콘도
“이 활동이 끝날 무렵, 아이가 저한테 ‘언니, 우리 다음에 또 만나자’고 했어요. 울컥했죠. 우리가 누군가의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6월 23일 저녁, 서울대 우정관 학생사회공헌단의 성과공유회 현장. ‘홈스윗홈’ 현민경(경제22) 팀장의 고백은 조용한 울림을 남겼다. 학생사회공헌단 78명의 학생들은 지난 한 학기 동안 사회의 다양한 이웃들과 ‘마주봄’했다. 희귀병을 이겨내는 어린이, 진로를 찾아가는 청소년, 화장을 배워가는 시각장애인, 그리고 장애를 넘어 캠퍼스를 바꾸려는 여러 손길. 학생들은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동행자로 그 곁에 머물렀고, 그 만남은 각자의 세계를 바꾸어놓았다.
이번 학기 학생사회공헌단의 대주제는 ‘마주봄’이다. 세상을 향해 먼저 손 내밀고, 그 손을 맞잡아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주제어였다. 이날 공유회에는 △홈스윗홈 △바꿈 △다온길 △다다익선 △모두의(모두의 편의점, 컬러풀리, 모두의 배프) 다섯 팀이 참여해 정책 제안, 콘텐츠 제작, 시민참여 캠페인, 배리어프리 지도 제작 등 다양한 실천 결과를 발표했다.
그룹홈 아이들과 함께 홈스윗홈
‘홈스윗홈’은 아동복지시설인 그룹홈과 연계해 아동의 정서적·사회적 성장에 기여하고자 4개 축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정서적 교류 활동에서는 ‘인생 그래프 그리기’, ‘내면 인터뷰’ 등 아동의 감정 표현과 자기이해를 돕는 활동이 이어졌다.
현민경 팀장은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낯설어 하던 아이들이 마음을 열어주는 순간, 우리가 진심을 전하고 있음을 느꼈고, 신뢰의 가치를 다시 생각했다”고 전했다.
동화책 제작 프로그램에서는 그룹홈 아동이 직접 등장인물이 돼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려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책을 완성했다. 해당 책은 아동권리기관과 관악구 도서관과 교내 도서관에도 기증됐다.
인식개선 활동으로는 ‘그룹홈 바로알기’ 카드뉴스와 인터뷰 콘텐츠를 제작해 SNS와 온라인 전시관에 공개했다. 마지막으로, 정책 제안 및 도서관 연계 큐레이션 프로그램도 진행되어, 그룹홈 아동을 위한 맞춤형 독서 프로그램이 기획됐다.
학교 밖 청소년 위한 3색 공헌 바꿈
‘바꿈’은 ‘밥’과 ‘꿈’을 합친 이름으로, 학교 밖 청소년의 진로 탐색과 사회 인식 개선을 목표로 삼았다. 활동은 교류팀, 지식팀, 공감팀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교류팀은 서울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와 협력해 8주간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참여자들은 인생 게임, 마피아 게임으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한 후, 서울 투어 기획, 미술 활동, 모의재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직업 세계를 체험했다.
박수진(사회복지23) 교류팀장 “서로의 얼굴을 직접 그려보는 드로우유(draw you) 활동에서 아이들이 서로를 표현한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단순한 놀이를 넘어서 관계 형성이 일어났다”고 회고했다.
지식팀은 진로, 복지, 법률, 경제 등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지식서를 제작하고 QR코드를 통해 온라인 배포할 예정이다. “이 친구들에게는 학업 정보보다도 일상에서 바로 도움이 되는 정보가 절실하다”는 팀원의 발언이 작업의 취지를 보여준다.
공감팀은 ‘학교 밖 청소년’을 주제로 부스를 운영해 방탈출, 퀴즈, 꿈 인터뷰를 진행했다. 방탈출은 학교 밖 청소년이 겪는 현실을 반영한 미션형 게임으로, 100여 명이 참여했다. 꿈 인터뷰에는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총 108명의 진심 어린 답변이 모였다. 참여자 중 한 명은 “학교 밖에도 꿈을 향해 가는 길이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소아암 환아와 연결과 치유 다온길
‘다온길’은 소아암과 희귀 난치 질환 아동 및 그 가족을 위한 정서적 지원과 인식 개선을 목표로 활동했다.
먼저, 환아를 주인공으로 한 이모티콘과 인스타툰을 제작해 SNS에 게시했다. 이모티콘 캐릭터 디자인은 참여 아동의 실제 모습을 반영해 제작되었으며, “내가 이모티콘이 됐다니!”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또한, 부스 행사에서는 질환에 대한 이해를 돕는 체험형 콘텐츠와 홍보물을 제공했고, 완치자의 삶을 조명한 인터뷰 영상은 ‘회복 이후의 삶’을 성찰하게 했다.
다온길 김미령(윤리교육24) 팀장은 “이모티콘에 본인의 모습을 담은 아동이 ‘나도 드디어 캐릭터가 생겼다’며 좋아했어요. 그 웃음 하나에 우리가 받은 게 더 많았다”고 전했다.
ESG 실천, 정책 제안까지 다다익선
‘다다익선’ 팀은 교내외 일회용기 사용 실태를 조사하고 다회용기 사용 활성화를 목표로 활동했다. 배달 다회용기 식당 4곳을 답사하며 사장님 인터뷰를 진행, 시민 인식 부족과 용기 보관의 불편함, 앱 내 노출 부족 등의 문제점을 파악했다. 관악구청과 환경부에 배달앱 UI 개선, 용기 크기 다양화, 홍보 확대 등을 담은 정책 제안서를 제출했다.
업사이클링 교육 부스와 심야안심센터 클래스도 진행해 친환경 생활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다다익선 임예지(언론정보24) 팀장은 “다회용기 서비스를 한 번 경험한 이들이 다시 사용하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며 실천의 의미를 되새겼다.
시각·이동 약자 돕는 모두의
‘모두의’는 ‘모두의 편의점’, ‘컬러풀리’, ‘모두의 배프’로 구성된 팀이다. 장애 인식개선과 배리어프리 캠퍼스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모두의 편의점’은 이동 약자들을 위해 교내 주요 건물을 답사해 배리어프리 맵을 제작했다. 건물마다 문 구조, 경사로, 엘리베이터 크기, 장애인용 화장실 유무 등 10여 항목을 기록하고, 지도 제작 경험이 있는 외부 단체로부터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 툴 교육을 받아 시각화했다. 정보는 ‘도시생활지도’와 협력해 온라인 배포됐고, 향후 타 캠퍼스로 확장할 계획이다.
발표자 강건우(화학생물20) 팀장은 “답사할 때마다 휠체어 사용자의 시선으로 캠퍼스를 바라보려 노력했다”며 “작은 불편도 실제에선 큰 장애가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컬러풀리’는 시각장애인의 메이크업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배리어프리 프로젝트를 3학기째 이어오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시각장애인 1인당 1명의 팀원이 붙어 함께 메이크업 클래스를 8회에 걸쳐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뷰티 전문가의 강의를 들으며, 스킨케어부터 색조 화장까지 스스로 화장하는 법을 익혔다. 클래스 이후 각자 화장을 하고 증명사진을 찍기도 했다. 발표자 김경연(경영22) 팀장은 “시각장애인 참여자 중 한 분이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색으로 화장했다’고 하셨다”며 “그 순간, 메이크업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도구라는 걸 다시금 실감했다”고 감동을 전했다.
또한 컬러풀리 팀은 뷰티 브랜드 아쿠아크, 라사얀과 협력해 메이크업 제품을 지원받았다. 일부 제품에는 QR 코드를 삽입해, 스마트폰의 텍스트 읽기 기능을 통해 사용법과 성분표 등을 안내하는 방식도 시도됐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제작한 스크립트 초안을 브랜드 측에 제안하기도 했다. 컬러풀리 팀은 실로암복지관에서 열린 축제에 참여하고, 관악 캠퍼스 내 인식개선 부스도 운영하며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모두의 배프(Barrier Free)’는 ‘배리어프리 서울대’를 꿈꾸는 프로젝트다. 팀은 학내의 다양한 배리어프리 활동을 조사하고 통합해 체계적인 캠퍼스 개선안을 구상했다. 건축학과 수업에서 진행된 배리어프리 설계안, 총학생회의 유니버설 캠퍼스 추진안 등을 종합해 하나의 로드맵으로 정리했다. 이주하(식품영양24) 팀장은 “서울대 안에서 이뤄지고 있던 배리어프리 활동들을 연결해 더 큰 변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우리가 만든 배프 지도가 앞으로도 누군가의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배프 팀은 관정도서관에서 촉각 전시 ‘감각의 전환’을 열었다. 시각장애인도 감상할 수 있도록 촉각화된 명화 작품들을 전시하고, 작품 설명을 청각적으로 제공했다. 전시 이후 만족도 조사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에 대해 처음 생각하게 됐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팀은 사후평가를 통해 실제 개선안을 협업팀에도 제안할 계획이다.
학생사회공헌단 활동은 사회의 다양한 현실을 현장에서 마주하고, 실질적인 해결을 찾는 실천 과정이었다. 글로벌사회공헌단 서교(농업토목92) 단장은 환영사에서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현실로 이어지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성과”라고 격려했다. 국내 사업 담당 이윤효 팀장은 “작은 프로젝트가 이렇게 큰 울림과 변화를 만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행사를 준비한 소회를 밝혔다. 학생사회공헌단은 다음 학기에도 새로운 주제를 바탕으로 또 다른 ‘마주봄’을 준비 중이며, 일부 프로젝트는 장기 활동으로 발전할 예정이다.










1. ‘홈스윗홈’ 팀원들이 그룹홈 아동들과 내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바꿈’ 팀이 학내에 체험부스를 설치했다.
3. 소아암 어린이들과 함께한 활동을 그림과 사진으로 꾸민 소책자를 만든 ‘다온길’
4. 일회용기 사용 줄이기 활동을 한 ‘다다익선’팀은 양말소재를 재활용해 만든 키링을 배포했다.
5. ‘모두의 팀’은 학내 이동약자를 위한 온라인맵을 만들고, 시각장애인의 전시 관람을 돕는 촉각, 청각 안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2.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바꿈’ 팀이 학내에 체험부스를 설치했다.
3. 소아암 어린이들과 함께한 활동을 그림과 사진으로 꾸민 소책자를 만든 ‘다온길’
4. 일회용기 사용 줄이기 활동을 한 ‘다다익선’팀은 양말소재를 재활용해 만든 키링을 배포했다.
5. ‘모두의 팀’은 학내 이동약자를 위한 온라인맵을 만들고, 시각장애인의 전시 관람을 돕는 촉각, 청각 안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