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8호 2025년 7월] 뉴스 본회소식
농생대 ‘뒷심’…인문대에 3대2 역전 우승
개인 최강조 정용래 동문 우승, 재학생 바둑부 동아리 대회 주관, 25학번부터 50학번 원로까지, 이세돌 9단 특별 방문도 이어져
농생대 ‘뒷심’…인문대에 3대2 역전 우승


7월 6일 관악캠퍼스 농생대 제3식당에서 열린 제21회 동문 바둑축제에서 농생대 팀이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왼쪽부터 김욱 이재철·홍순선·김인규·노근수·김기옥 동문
개인 최강조 정용래 동문 우승
재학생 바둑부 동아리 대회 주관
25학번부터 50학번 원로까지
이세돌 9단 특별 방문도 이어져
7월 6일 제21회 동문 바둑축제가 열린 관악캠퍼스 농생대 제3식당. 모두가 숨을 죽인 채 바라본 승부처. 조용히 놓인 검은 돌 하나, 흰 돌 하나가 반상 위에 긴장의 물결을 퍼뜨렸다. 그리고 마침내, 농생대 팀이 마지막 두 판을 잡아내며 짜릿한 역전극을 완성했다.
2라운드까지 무패 행진을 달리던 인문대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숙명의 라이벌 농생대와 맞붙었다. 한때 1:2로 뒤처졌던 농생대는 끝내 3:2로 승부를 뒤집으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마지막 한 판은 종반 끝, 숨 막히는 순간 속에서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매년 결승에서 인문대와 만납니다. 올해도 예외 없이 손에 땀을 쥐는 승부였습니다” 농생대 김기옥(농생물71) 동문은 극적인 우승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대진 운이 따르기도 했다”며 겸손하게 승리를 돌아봤다.
비록 승리는 내주었지만, 인문대 팀은 아쉬움을 털고 농생대의 2연패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매년 박빙의 승부를 이어온 두 팀은, 올해도 승패를 넘어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며 ‘선의의 경쟁’의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올해 동문 바둑대회는 120여 명의 동문과 재학생이 함께 반상에 마주 앉았다. 단체전에는 6개 팀, 30명이 출전해 호흡을 맞췄고, 개인전에는 90명이 참가해 진검 승부가 이어졌다.
이날 인사말은 김종섭(사회사업66) 회장을 대신해 김인규(정치69) 수석부회장이 맡았다. 김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종합화 50주년을 맞아, 바둑을 매개로 세대와 단과대를 아우르는 동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깊은 감동”이라며, “승패를 넘어 교류와 우정이 싹트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총동창회는 앞으로도 동문 간 화합과 소통을 위한 문화·체육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최채우(경영82) 운영위원장은 “6개월 전부터 OB와 YB, 사무처가 힘을 모아 함께 준비한 대회인 만큼, 승부를 떠나 많은 대화와 덕담이 오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심판으로는 모교 출신 프로기사인 오주성(물리천문07) 2단과 송혜령(대학원21) 3단, 모교 바둑부 지도 사범인 이서영 1단이 참여해 경기의 공정성을 책임졌다.
개인전 최강조 우승은 정용래(대학원21) 동문이 차지했다.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하며 자신만의 흐름을 끝까지 유지해냈다.
이번 대회는 특히 세대를 아우르는 조화가 돋보였다. 1950년대 학번의 원로 동문부터 이제 막 입학한 25학번 새내기 재학생까지, 70년의 간극이 있었지만, 바둑판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한 대국자였다.
이날 참가자 중 최고령자는 1931년생, 만 93세의 황긍연(생물교육50) 동문이었다. 황 동문은 “1회 대회에도 참가했다”면서 “그땐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많이 는 것 같아 너무 반갑다”고 했다. 지금도 복지관을 다니며 바둑을 두고 있다는 황 동문은 “건강도 괜찮고 서울대 종합화 50주년이라 특별히 나왔다”며 까마득한 후배들과 즐겁게 수담을 나눴다.
올해 대회에는 총 25명의 재학생이 대국에 참여하며 신선한 활력을 더했다. 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25학번 최연소 참가자였다. 손진(인문계열25) 학생은 “다른 대회에 나가지 못해 실전 감각을 키워보고자 참가했다”며 “‘더글로리’를 통해 바둑을 처음 접했는데, 생각보다 매력적이라 계속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문대원(화학생물25) 학생은 “어릴 적 할아버지와 두기 시작해 지금까지 바둑을 이어오고 있다”며 “선배님들이 현대적인 기법을 많이 쓰셔서 오히려 배우는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대회는 서울대 바둑부가 운영을 맡아 의미를 더했다. 진행을 맡은 손준배(역사교육24) 바둑부 회장은 “지난 대회에서 아쉬워하시던 점을 보완하고자 동아리비로 간단한 다과도 준비했다”며 “세대를 뛰어넘어 모두가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전했다. 본회는 이날 모교 재학생들의 바둑 활동을 응원하며 바둑부 동아리에 격려금을 전달했다.
오후 대국에는 바둑계의 전설 이세돌 9단이 특별 방문해 참가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 9단은 자신이 직접 개발한 바둑 기반 보드게임의 규칙을 설명하며, 어린이와 청소년도 쉽게 바둑의 전략적 사고를 접할 수 있도록 고안한 배경을 소개했다. 그는 “바둑을 어깨너머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던 시대와 달리, 요즘은 보급이 쉽지 않다”며 “단기간에 습득하기 어려운 바둑의 깊이를 고려해 보드게임 형식으로 접근성을 높이려 했다”고 말했다.
행사 말미에는 경품 추첨이 이어졌다. 본회 회장이 협찬한 전자피아노는 손영환(전기99) 동문에게, 유홍림(정치80) 서울대 총장이 협찬한 갤럭시탭은 지종현(사회25) 학생에게 전달됐다. 본회는 참석 동문 전원에게 기념품을 증정했다.

왼쪽부터 송우엽·이경형·김인규·최채우·신병식·송혜령·오주성 동문과 이서영 심판위원장, 동문 및 재학생 120명이 대회에 앞서 하트 포즈를 취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송우엽·이경형·김인규·최채우·신병식·송혜령·오주성 동문과 이서영 심판위원장, 동문 및 재학생 120명이 대회에 앞서 하트 포즈를 취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최강조 우승 정용래
“인터넷 바둑과 비교할 수 없는 짜릿한 손맛”
올해 최강조 우승을 차지한 정용래(대학원21) 동문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겸손하게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대국은 단순한 행운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치열한 수읽기와 깊은 집중력, 바둑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깃든 시간이었기에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는 “형세가 어렵더라도 끝까지 버티면 기회가 온다”며 바둑에서 삶의 태도를 배운다고 말했다.
-우승을 축하한다. 소감 한 말씀.
“운 좋게도 좋은 결과를 얻게 돼 기쁘다. 한 수 한 수 몰입하지 않을 수 없는 치열한 대국들이 이어졌고, 선배님들의 묵직한 응수에 대처하느라 진이 빠졌지만, 끝내 보람 있는 하루가 된 것 같다.“
-기력은 어느 정도 되는지.
“인터넷 바둑 기준 7~8단 정도. 박사 과정 중에 기회가 돼 나오게 됐고, 사실 큰 기대 없이 왔는데 여러모로 운이 따라줘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바둑은 언제부터 뒀는지.
“9살 때 충남 서산에서 시작했고, 한때 서울로 올라와 유창혁 사범님의 도장에서 바둑을 공부하기도 했다. 연구생 생활도 잠깐 했지만, 초등학교 5학년 무렵 프로의 길은 접고 이후로는 꾸준히 취미로 바둑을 두고 있다.”
-오늘 기억에 남는 대국은
“마지막 대국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상대가 안정웅(화학82) 선배님이셨는데, 예전에 수상하신 걸 본 기억이 있어서 긴장하며 임했다. 형세가 불리했지만 싸움을 걸고 형세를 복잡하게 만들며 역전의 실마리를 잡았다.”
-오늘 대회에 참가한 전반적인 소감.
“평소 알고 지내던 재학생들과 다시 수담을 나눌 수 있어 좋았고, 인터넷 바둑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직접 두는 손맛을 느껴 행복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총동창회에 감사드린다.”
협찬해주신 분들
김종섭 서울대총동창회 회장 전자피아노, 기타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갤럭시탭
이영덕 주식회사 한솥 회장 도시락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 물티슈
조기웅 (주)아이제이 대표이사 일십만원
이효건 전)인하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교장 일십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