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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호 2015년 5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이봉진(약학 77-81) 서울대 약학대학장, 약대 120억 원 발전기금 유치·신약센터 건립



약대 120억 원 발전기금 유치·신약센터 건립
“모교서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 기대해주세요”
이봉진(약학 77-81) 서울대 약학대학장 인터뷰

지난해 7월,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 약학대학 동문들의 자부심이 우뚝 섰다. 신약개발센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총 175억 원의 건립 기금 중 국고 보조금을 제외한 50억 원은 동문 기부금으로 마련됐다. 진양제약, 신풍제약, 하나제약 등 약대 출신 동문이 이끄는 제약기업과 코스맥스 등 다수 기업이 거액을 쾌척했다. 이후 내부 시설 확충을 위한 기부도 이어졌다.

많은 동문들의 뜻을 모으는 데는 이봉진(약학 77-81) 학장의 역할이 컸다. 한때 센터 건립은 재원 부족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고, 원로 교수들의 연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총 120억 원에 달하는 발전기금이 모이며 위기를 극복했다.

이 학장은 “기부의 물꼬를 튼 건 저를 비롯한 학장단과 재직 교수들이었다”고 말했다. 현직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기부에 나서자 명예교수들도 뒤따랐다. 이러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동창회와 제약기업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부를 요청했고, “서울대 신약개발센터에서 제대로 연구해야 국내에서도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해 공감을 얻었다.

“미국 조지아대 주중광(약학 64 졸) 석좌교수님이 개발한 C형간염 치료제가 대표 사례입니다. 글로벌 제약사를 통해 출시됐는데, 알약 하나가 100만 원에 달합니다. 고가지만 간 이식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대안입니다. 과거 자동차, 반도체처럼 이제는 신약 개발이 선진국의 기준이 됐습니다.”

이 학장은 “새로운 기부자를 찾는 만큼 기존 기부자들을 예우하고 유대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 3회 발송되는 동문 뉴스레터는 ‘한 번에 한 명의 기부자만 소개’, ‘중복 인상을 피하기 위해 격일 발송’이라는 원칙을 지키며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를 읽은 동문이 기부를 결심하거나 다른 기부자를 추천하기도 하고, 한 번 기부한 동문의 추가 기부도 이어진다.

“홍보의 중요성은 본부에서 연구부처장으로 일할 때 실감했습니다. 서울대가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결국 국민에게 평가받아야 합니다. 학장에 취임하자마자 ‘약대 홍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도 그 때문이죠. 연구 역량에 대한 자신이 있었기에 세계적인 기관에 분석을 의뢰했고, 교수 1인당 논문 편수 1위, 인용수 3위라는 결과를 얻어 언론에 크게 보도됐습니다. 그 기사를 보고 ‘눈물 날 정도로 기쁘다’, ‘자랑스럽다’는 동문들의 반응이 쏟아졌죠.”

올해로 개교 100주년을 맞은 약학대학은 1915년 조선약학강습소로 시작된 뿌리를 찾아가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이 학장은 “역사 자료 수집을 위해 작고한 동문의 자녀에게도 연락하고, 전국 어디든 직접 찾아가고 있다”며 “소중한 유품도 기꺼이 기증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렇게 모은 자료는 오는 6월 약학대학(21동)에 개관하는 ‘가산 약학역사관’을 통해 전시될 예정이다. 서울 을지로의 옛 조선약학교 자리에도 교적비와 소규모 역사박물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한편 약대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신약개발센터는 건립됐지만, 50억 원 규모의 실험동물실 구축이 진행 중이다. 이 시설은 서울대 여러 연구 부서에 꼭 필요한 기반 인프라이지만, 완공까지는 100억 원 이상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1975년 완공된 약학대학 본관과 강의동 리모델링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이 학장은 평일에는 후원 유치로 분주하게 보내고, 주말에는 연구실에서 학생을 지도하거나 명예교수들과 테니스를 치며 조언을 구한다. 그의 헌신은 동문들의 단합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서울대생은 애교심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가슴 속에 있는 애교심을 꺼내어 표현할 수 있도록 꾸준히 접촉하고 계기를 만들어주는 노력입니다. 앞으로도 약대 발전과 동문 화합을 위해 계속 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