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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호 2015년 4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모교 식품생명공학과 이기원 교수, 장안의 화 제 ‘서울대 약콩두유 ’ 개발

장안의 화 제 ‘서울대 약콩두유 ’ 개발
“대학의 반짝이는 아이디어 현실화했어요”

모교 식품생명공학과 이기원 교수

모교 마크를 단 일명 ‘서울대 두유’가 인기다. 모교 기술지주회사 자회사인 ‘밥스누(BOBSNU)’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 융기원)이 공동 개발한 ‘소이밀크 플러스 약콩두유’가 바로 그것이다.

예로부터 약콩으로 불릴 만큼 영양이 풍부한 쥐눈이콩을 통째로 갈아 넣어 ‘약콩두유’라 불린다. 모교 특허기술로 유근피 추출물도 첨가했다. 유통 마진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 오픈마켓에서만 판매했는데도 입소문을 타고 출시 한 달 만에 1차 생산분 20만 개가 완판됐다. ‘담백하고 고소하다’, ‘다른 두유처럼 달지 않아 좋다’는 호평도 줄을 이었다.

모교 식품생명공학과 이기원(식품공학 93-98) 부교수는 밥스누 대표와 융기원 식의약맞춤치료시스템 창발센터장을 맡아 이 두유의 개발을 주도했다. 지난 3월 25일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이 동문은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비결로 “설탕, 합성착향료 등 첨가물을 넣지 않은 대신, 맛을 잡기 위해 커피 원두를 볶듯 로스팅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두유에 강원도산 약콩을 쓰고 있어요. 2012년 평창캠퍼스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에서 산학협력실장을 맡으면서, 그 지역 농업을 도울 방법이 없는지 고민했던 게 계기가 됐죠. 강원도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가공해서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지역 농가들이 직접 사업을 꾸리기엔 역량이 부족했던 터라, 모교에 자회사를 세우게 됐고요.”

다이어트 초콜릿도 만들어

현재 인터파크, 옥션, 11번가 등의 오픈마켓에서 ‘약콩두유’를 검색하거나, 모교 생협과 병원,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도 약콩두유를 만날 수 있다. 대형 마트, 백화점 등 오프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미국·중국 등 해외 수출도 준비 중이다.

이 동문은 ‘서울대 초콜릿’도 개발했다. 모교 융기원 내 ‘쇼코 아틀리에’를 통해 판매 중인 이 초콜릿은 약콩과 마찬가지로 카카오콩을 볶은 다음 맷돌로 갈듯이 갈아서 만들었다. 덕분에 깊은 맛은 물론, 노화 방지와 다이어트 효과도 지녔다. 생산 설비를 갖춘 지역 중소기업과 합작해 ‘건강한 초콜릿’에 대한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낸 것이다.

“약콩이나 카카오콩을 통해 만든 식품은 일종의 융합 모델이에요. 대학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해서 현장에 적용해본 것이지요. 대학이 가진 것은 오로지 참신한 생각과 꿈을 가진 ‘사람’뿐입니다. 이들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곧 대학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촌 웰니스융복합사업단장 맡아

이 동문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6+알파(@)’ 농촌웰니스융복합사업단의 단장을 맡아 6차 산업의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다. 농촌의 자원을 가공하고, 문화·체험·관광 서비스를 융복합해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 1차×2차×3차 산업의 숫자를 곱한 개념이 바로 6차 산업이다. 이 동문은 이호순(조선항공공학 61-68)·이두이(농학 66-70) 동문 부부가 강원도 평창에서 운영하는 허브나라 농원을 성공적인 사례로 들었다.

“6차 산업의 핵심은 웰빙과 해피니스를 합친 ‘웰니스(wellness)’입니다. 농촌은 새로운 웰니스의 장이에요. 남다른 철학을 갖고 농촌을 이끌어갈 창조적인 리더를 육성하려 합니다.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면, 유년부터 노년까지 생애 주기와 건강, 심리 상태에 맞춰 ‘어떤 음식을 먹으라’는 식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어요.”

‘식의학유전체’ 연구자로서의 길

이 동문의 전공인 ‘식의학유전체’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그는 식의학에 대해 “『식의인 대장금』이 음식으로 임금의 건강을 관리했듯, 식의학은 식품의 의학적 효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모교 부임 이전에는 건국대 교수로 재직하며 활발한 연구 활동으로 ‘건국학술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 동문의 롤모델은 서울 강남에서 30년 넘게 콩 음식점 ‘피양콩 할마니’를 운영 중인 그의 할머니다. 매일 맷돌로 직접 콩을 갈아 요리하는 할머니를 보며 ‘콩 연구’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모교 기술로 만든 ‘서울대 상품’의 첫 성공 사례를 쓰고 있는 그는, 젊은 교육자로서의 포부도 잊지 않았다.

“제 자신이 학생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됐으면 해요. 저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한 화장품과 모바일 앱 등의 아이템도 꾸준히 만들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사회에서도 가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자유롭게 꿈을 키워나가는, 그런 대학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