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호 2015년 3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김용직 회장, 자폐인 권익 수호… 법조봉사대상 수상
자폐인 권익 수호… 법조봉사대상 수상
“사랑으로 돌보면 저마다 잘하는 일 보여요”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김용직 회장
2006년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자폐인사랑협회는 자신의 뜻을 표현하기 어려운 자폐성 장애인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는 국내 유일의 단체이다. 법무법인 케이씨엘 대표 변호사 김용직(법학 74-78) 동문이 설립을 주도해 10년간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사회복지, 정신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후원가, 자폐인의 부모들로 구성됐으며, 자폐를 가진 아들이 있다고 밝힌 가수 김태원 씨 등 유명인도 활동 중이다.
김 동문은 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대표와 소화장학재단, 아가페정양원, 행복나눔재단, 모교 어린이병원 후원회 등 10여 개 사회공헌단체에서 감사와 이사를 맡고 있다. 그간의 헌신을 인정받아 최근 법조봉사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폐성 장애인 30년간 돌봐
서울 종로 사무실에서 만난 김 동문은 인터뷰에 앞서 “우리 동문들 모두 나름대로 봉사하며 살고 계실 텐데, 제가 인터뷰 대상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겸양을 보였다.
“자폐는 참 어려운 장애입니다. 개인 편차가 커서 똑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1:1로 치료하려면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죠. 가장 힘든 건 의사소통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이들을 대변해주는 단체가 꼭 필요했습니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자폐성 장애인은 1만 5천 명이고, 미등록 인원까지 포함하면 4만 명으로 추산된다. 협회 이름의 ‘자폐인’은 ‘자폐아’뿐 아니라 성인까지 포괄하는 더 넓은 의미의 단어다. 협회는 자폐인과 그 가족의 권익 보호는 물론 지역사회 구성원과의 연대까지 아우르는 사업을 펼쳐 왔다. 협회가 주관하고 매년 전국에서 1천 명이 참가하는 ‘사랑캠프’와 세계 자폐인의 날(4월 2일) 행사는 자폐인들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행정고시(22회)와 사법고시(22회)를 합격한 김 동문은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고 관련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자폐성 장애가 있는 장남을 돌보면서 그는 국내 자폐인 가족 1세대로서 제대로 된 자폐인 단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서울동부지원 부장판사직을 사임하고 4년여 노력 끝에 세운 것이 지금의 협회다. 영화 ‘말아톤’이 흥행하면서 자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진 터였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김 동문은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 등 발달장애인을 위한 법 제정도 추진했다. 추진연대 공동대표를 맡아 부모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법률 초안 작성과 수정·보완에 심혈을 기울이며 동분서주했다.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염전 노예’ 사건도 기폭제가 됐다. 마침내 지난해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올해 안으로 시행된다.
김 동문은 “발달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소외된 이들을 우선하는 정책이 돼야 한다”며, 특히 중증 장애인을 위해 생애주기별로 교육과 직업훈련 등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는 센터의 역할을 강조했다.
“헌법에서 근로는 권리이자 의무로서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사회가 발달장애인을 그저 부양하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요. 비장애인들도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더디더라도 꾸준한 훈련을 통해 장애인들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일의 보람을 느낀다면 이상행동도 줄고 사회적 비용도 절감될 겁니다.”
“사랑으로 집중해서 돌보면 자폐인도 저마다 잘하는 것이 보인다”는 그에게 맏아들에 대해 묻자, “흙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해서 도자기를 만들 때면 얼굴이 환해지고, 180cm의 훤칠한 키에 수영도 좋아합니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국선변호인으로도 활동
김 동문은 2013년 헌법재판소로부터 모범 국선대리인 표창을 받았다. 같은 해, 사법 역사상 최초로 생중계된 대법원 재판에서 국선변호인으로 베트남 여성의 변론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을 지냈고, 현재는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 동문의 이야기에는 응원을 보내준 고시 동기들을 비롯해, 크고 작은 인연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은 이들의 이름이 끊임없이 언급됐다. 그는 “결코 혼자 힘으로 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어려울 때마다 은인과 천사들을 만나 모든 일이 가능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협회도 이제는 자리를 잡은 듯해서 이번 임기까지만 회장을 맡기로 했어요. 자폐인은 자기 세계에 갇힌 게 아니라, 단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 독특할 뿐이에요. 꾸준한 노력으로 조금씩 나아질 수 있는 장애입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을 기울여 주십시오.” 〈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