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1호 2014년 1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남극세종과학기지 안인영 대장 아시아 최초 남극기지 여성 대장 맡아
남극세종과학기지 안인영 대장
아시아 최초 남극기지 여성 대장 맡아
“수평 리더십으로 대원들 심리 안정에 최선”
1988년 남극세종과학기지 출범 후 첫 여성 대장이 탄생했다. 극지연구소 안인영(간호 75-79·해양 79-82) 책임연구원이 그 주인공.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남극기지 여성 대장 임명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도 처음 있는 일이다. 남극기지 시설이 남성 위주로 돼 있는데다 생리적 문제 등으로 여성이 극지에서 생활하기 힘들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드문 사례로 꼽힌다.
제28차 월동연구대장을 맡은 안 동문은 1991년 남극 하계연구대 첫 여성 대원으로 뽑힌 후 남극만 13차례 다녀온 베테랑 연구원이다. 극지연구소에서도 선임연구본부장, 극지생물연구실장 등을 지냈다. 정부가 그에게 세종기지 운영을 맡긴 이유다. 17명으로 구성된 월동연구대는 11월 24일 출국해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1년간 상주하며 기지 운영과 연구활동을 수행한다.
안 동문도 대원으로 합류
출국 5일 전인 11월 19일 인천 송도 극지연구소에서 만난 안인영 동문은 “10여 차례 다녀온 곳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책임자로 가기 때문에 모든 게 새롭다”며 “이번 차수에는 상시적인 연구활동 외 관측동도 새로 건설하고 고립된 공간에서의 심리 안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실행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직종의 대원들로 구성돼 있어 무엇보다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국가를 위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계속 심어줘야 하고요. 대부분이 이곳에서 처음 만났고, 고립된 공간에서 반복된 업무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죠. 겨울에는 햇빛을 거의 볼 수 없고, 여름에는 백야가 지속되는 환경도 극복해야 할 과제고요. 수평적인 리더십 아래 주기적으로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는 운동대회, 장기자랑 등 이벤트를 가져볼 생각입니다.”
17명의 대원 가운데 극지연구소 출신은 단 세 명. 나머지는 보건복지부, 해군 파견이거나 별도로 계약을 한 사람들이다. 연구기지 관리와 장비를 다룰 엔지니어 6명, 연구원 6명 이외에 요리사, 의사, 총무 등이 4명이다. 이 가운데 또 한 명의 여성 대원으로 안주하(융기원 09-13) 동문이 포함돼 있다. 모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행복한 남극 월동 디자인’이란 제목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안 대원은 안 대장을 도와 대원들의 안정적인 남극 생활을 지원하게 된다.
“안 대원을 뽑은 이유가 딱 제가 고민하는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연구원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남극을 가야겠다는 꿈이 있었대요. 그래서 석사논문도 그런 주제로 했고요. 많은 기대를 하고 있어요.”
남극, 기후변화 바로미터 역할
남극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는 영하의 추위 속에서 해양 및 대기 관측과 해양생물들을 연구한다. 남극은 기후변화의 바로미터, 지구환경 ‘최후의 보루’로 불린다. 전 세계 담수의 70~80%를 차지하는 남극 빙산이 녹으면 지구 전체의 온도가 변화한다. 수온에 민감한 존재가 남극의 해양생물이다. 남극의 생물들은 탄광 속 카나리아처럼, 이들의 모습을 통해 기후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는 분들은 남극 연구에 많은 돈을 쓰는 것에 비해 우리가 얻는 이득이 적다고 비판하기도 해요. 인류공영의 측면, 선진국으로서의 기여라는 관점에서 봐야 할 것 같아요. 또 남극조약의 효력이 끝나는 2048년 이후 남극대륙이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한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그만한 명분이 있어야죠.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기지를 세운 중국은 현재 3개를 지었고 또 하나를 대륙에 지으려고 해요. 굉장히 적극적이죠. 우리는 인프라 측면에서는 쇄빙선도 갖고 있어 남극에서 10위권 정도 될 텐데,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아직도 많이 부족해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안 동문은 간호사 면허까지 취득한 후 적성에 대한 고민을 하다 해양학으로 눈을 돌려 2학년으로 편입, 모교에서 대학원까지 마쳤다. 뉴욕주립대에서 연안해양학 박사 취득 후 한국해양과학기술연구원 극지연구부서로 오면서 남극과 인연을 맺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남극을 간다고 하니까 용기와 모험심이 대단하다고 하는데, 그렇지도 않아요. 저는 사실 해양생물학을 공부하면서도 남극은 생각도 안 했어요. 그냥 운명처럼, 꿈꾸기도 전에 남극이 저에게 온 거죠. 운도 좋았던 것 같아요. 남극에서 환갑을 맞이하는데, 나머지 후반부 인생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며 살아갈지 정리 좀 해야겠어요. 무사히 다녀올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