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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7호 2014년 8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천고법치문화재단 송종의 이사장 “참된 공직자에게 국민이 주는 상을” 밤나무 검사, 8억5천만 원 사재 출연해 공익법인 설립

화제의 동문

천고법치문화재단 송종의(법학 59-64) 이사장
“참된 공직자에게 국민이 주는 상을”
밤나무 검사, 8억5천만 원 사재 출연해 공익법인 설립

‘밤나무 검사’로 잘 알려진 송종의(법학 59-64) 전 법제처장이 지난 6월 ‘천고법치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참된 공직자를 발굴하고 그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밤농사로 모은 사재 8억5천만 원을 기부했다.

송 이사장은 제1회 사법고시에 합격해 1969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고, 서울지검장과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역임했다. 하지만 변호사 개업 대신 충남 논산으로 낙향해 30년 넘게 밤농사에 매진해왔다. 1996년 법제처장으로 1년 4개월간 짧게 공직에 복귀한 이후에는 자연인으로 돌아가 “지족(知足)의 삶”을 실천하며 후배 검사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귀향 후 30년, 밤 농사로 세운 재단

7월 22일 충남 논산시 양촌면의 양촌영농조합법인에서 만난 그는 “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며 기자를 반겼다. 대지 약 3천여 평 규모에 13개 동의 건물이 들어선 영농조합은 연매출 약 100억 원 규모로, 2010년에는 ‘300만 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곳은 딸기, 포도, 사과 등 가공 원료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송 이사장은 “월남전 파병 후 귀국 비행기에서 황폐한 산야를 보고 나무를 심겠다고 다짐했다”며 밤 농사에 뛰어든 계기를 설명했다. 대전지검 강경지청 시절, 양촌면 석서리 국유림에 밤나무 1만여 주와 낙엽송 등을 심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창고, 가공시설 등을 하나씩 확충해 지금의 조합을 만들었다. 2012년에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고, 충남 유망중소기업에도 선정됐다.

그는 “돈 벌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 조합이 무너지면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함께 무너지니 망할 수는 없다는 각오로 운영해왔다”고 말했다.

참된 공직자 위한 ‘국민의 상’

영농조합 한쪽에 마련된 천고법치문화재단 사무실 벽에는 강판에 새긴 창립선언문이 걸려 있다. ‘법은 인간 정신문화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며, ‘법치주의 구현에 이바지한 인재를 현창(顯彰)하는 일은 이 시대의 당연한 소명’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송 이사장은 “참된 공직자는 사회의 길잡이인데도 칭찬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 훈장도 의미가 있지만, 국민이 주는 상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재단은 올해 말 공직자 3~5명을 선정해 금메달(순금 30돈 이상)과 함께 과일 제품을 평생 제공할 예정이다.

재단 임원은 모두 법대 후배들이다. 김광현, 김동건, 안병무, 송두용, 유미순, 차상호 동문 등 ‘한오름’ 법대 산악반 출신이 주축이다. 그는 “후배들이 기금도 내고 싶어했지만 내가 말렸다”며 “앞으로도 외부 재정 지원 없이, 재단에 대한 격려와 성원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밤나무 검사가 딸에게

귀가 후, 그는 자서전 『인생연가』를 펴냈다. ‘밤나무 검사가 딸에게’라는 부제처럼, 먼저 떠난 아들을 가슴에 품고 미국에 사는 딸 송현(심리 89-93), 사위 조성도(사법 85-89) 동문에게 보내는 편지가 담겨 있다.

그는 시인이자 클래식 애호가이며, 풍수지리에 조예가 깊은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송 이사장의 삶은 ‘청빈과 원칙, 실천’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제 그는, 밤나무 아래서 시작된 작지만 단단한 재단을 통해 후배 공직자들에게 조용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