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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호 2014년 7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로봇공학 분야 석학 박종만 교수 총동창회가 지원한 edX 로봇 강의, 전 세계에서 수강 “서울대가 새로운 미래 대학교육 제시해야”

로봇공학 분야 석학 박종만 교수

총동창회가 지원한 edX 로봇 강의, 전 세계에서 수강
“서울대가 새로운 미래 대학교육 제시해야”

미국, 브라질, 스페인, 스웨덴, 폴란드, 이집트, 나이지리아, 인도, 러시아... 모교 기계항공공학부 박종만 교수의 온라인 로봇공학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의 국적이다. 한국 학생은 단 두 명. 이들은 대표적인 MOOCs(Massive Open Online Courses, 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좌) 플랫폼인 edX에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모교 학생들과 동일한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고 있다.

하버드대와 MIT가 공동 설립한 edX는 세계 35개 명문 대학과 협약해 각 대학의 우수 강좌를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모교는 총동창회가 지원한 70억 원 규모의 장학연구지원사업을 통해 ‘열린 강좌’의 국내 일반인 공개와 더불어 edX에 SNUx(https://www.edx.org/school/snux)로 가입, 모교의 우수 강의들을 세계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SNUx에서 박 교수의 ‘로봇 역학 및 제어’(Robot Mechanics and Control) 강의가 공개된 것은 지난 3월. 먼저 공개된 파트 1은 1만3천여 명, 6월에 공개한 파트 2는 지금까지 약 7천 명이 수강 신청했다.

“집안일 하는 로봇 시대 온다”

로봇 분야는 대중적 관심이 뜨겁지만, 그의 수업은 ‘쉽고 재미있는 맛보기 강의’가 아니다. 로봇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거나 흥미로운 동영상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대신, 빠르게 발전하는 로봇 분야의 최신 동향보다 10년, 50년 뒤에도 가치 있는 로봇의 수학적·물리적 기초를 가르친다. 수업을 이해하려면 대학 2학년 수준의 전공 지식이 필수다. 그럼에도 대학생과 직장인, 10년 넘는 경력의 공학도 등 학습자들의 열기는 박 교수를 놀라게 했다.

지난 6월 30일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총동창회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기에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로봇 역학을 가르치는 새로운 접근법이 있었고, 10여 년 전부터 새 교재를 준비해왔는데 동기 부여도 될 겸 MOOCs에 참여했습니다. 다만 영문 자막을 일일이 감수하고 전 세계 학생들에게 배포한다고 생각하니 교재에도 신경 쓸 게 많아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온라인 수업이지만 매주 과제와 중간·기말고사 등 모교 학생들과 거의 같은 과정으로 진행됐다. 전체의 10%가 끝까지 수업을 들었고, 그중 최종 320명 정도가 합격 점수로 수료했다. 이는 edX의 다른 과목들과도 비슷한 비율이다.

“예전에 통신대학, 사이버대학 등이 등장할 때마다 대학의 존재가 위험하다고 경고했지만 실제로 그렇진 않았죠. MOOCs 때문에 당장 대학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대학교육도 기존의 일방향 강의 형태에서 본질적인 변화를 겪을 듯합니다.”

그는 지난 학기 집에서 온라인 강의로 미리 학습하고, 학교 수업은 토론 위주로 진행하는 ‘역전 학습’(flipped learning)을 시도했다. 학습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된 이 방식은, 교육의 중심이 학생이어야 한다는 그의 교육 철학과 맞닿아 있다.

박 교수는 “서울대가 국내 최고 자리는 계속 지킬 수 있겠지만, 우리의 경쟁 대학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 있다”며 “서울대도 MOOCs의 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MOOCs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유심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어요. edX뿐만 아니라 Coursera, Udacity 등에도 매일 새로운 과목이 올라옵니다. 독자적으로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은 물론, 미래 대학교육에 대해 가능한 새로운 ‘한국적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해요. 전 세계에서 교육 열의가 가장 높고,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을 서울대가 앞장서서 발굴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적 로봇 저널 편집장도 맡아

박 교수는 미국 MIT에서 전기전자공학 학사과정, 하버드대에서 응용수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수학, 기계역학, 인지과학까지 복합적이고 다학제적인 학문이라는 점에서 로봇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학습 능력이 발달하면서 ‘빨래 개는 로봇, 설거지해주는 로봇’처럼 사람이 귀찮아하는 단순 노동부터 대신해주는 로봇의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어바인 캘리포니아주립대 기계항공공학과 조교수를 거쳐 1995년부터 모교에 재직 중인 박 교수는, 부친 박홍정(조선항공 53-57) 동문, 모친 원현비(약학 53-57) 동문, 아내 김현미(산업디자인 89-93) 동문 등 가족을 통해서도 모교와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이며, 세계적인 로봇공학 학술지인 『Transactions on Robotics』의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